이호철 <큰 산
◆줄거리
‘나’는 젊은 샐러리멘 부부가 많이 사는 마을에 산다. 첫눈이 내린 어느 날 아침, ‘나’의 아내는 마당에 떨어져 있는 흰 남자 고무신짝 하나를 보고 꺼림칙하게 생각하며 불안해 한다. ‘나’는 고무신짝을 보고 어린 시절에 밭에 버려진 ‘찌까다비짝’ 하나를 본 뒤 공포에 질렸던 기억을 떠올린다. 아내는 ‘나’ 모르게 고무신짝을 다른 집 담장 너머로 버렸는데, 어늘 날 이 고무신짝이 다시 ‘나’의 집으로 돌아온다. 아내는 그것을 버스를 타고서라도 먼 데에 가서 버리고 오겠다고 하고, ‘나’는 고무신짝이 마을을 도는 것이 큰 산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큰 산을 그리워한다. 그날 밤 아내는 고무신짝을 버리고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돌아오고, ‘나’는 존중의 의미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이해와 감상
이 글은 1970년대에 발표된 작품으로, ‘나’의 집 마당에 떨어진 고무신짝에 얽힌 일화를 바탕으로 현대인들의 이기적인 세태를 비판하고 있다. 합리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많은 마을이면서도 굿 소리가 들리는 상황과, 어느 날 자기 집에 들어온 불길한 물건을 몰래 다른 집으로 떠넘기는 행동은 자기만 손해 보지 않으면 된다고 여기는 사람들의 이기적인 태도를 보여 준다. 작가의 의식을 대변하는 ‘나’는 이러한 각박하고 이기적인 세태의 원인과 사람들이 마음의 중심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어린 시절 마음에 안정을 주었던 ‘큰 산’을 떠올리고 있다.
◆핵심 정리
갈래 : 단편소설
성격 : 회상적, 풍자적
배경 : 1970년대, 젊은 부부가 많이 사는 서울의 어느 도심 변두리
주제 : 이기적이고 소시민적으로 살아가는 현대인의 태도에 대한 비판 (넉넉한 삶의 회복염원)
◆작품 연구실 : <큰 산>의 시대적 배경
<큰 산>은 분단으로 인한 공동체의 해체와 군사 정권의 독재 체재로 인해 불안해진 시대를 배경으로 쓴 작품이다. 그러나 작가는 시대적 배경의 언급 없이 고무신짝을 통해 두려움 앞에서 불안해하며 소심하게 행동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는 군사적인 힘에 대해 공포를 느끼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당시의 어두웠던 사회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