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랜드 부다 페스트 호텔'
연출로 보는 영화의 즐거움
그랜드 부다 페스트 호텔은 2014년 웨스 엔더스 감독의 작품이다. 처음 보았던 계기는 친구 핸드폰 케이스가 예뻐서 물어봤다가 보게 되었다. 나는 맘에 드는 작품이 있으면 많이 돌려보는 편이다. 이 영화도 정확히는 생각은 안 나지만 적어도 3번은 본 것 같다. 나는 몇 번 보면서 이 영화의 진정한 재미는 스토리가 아니라 연출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첫 번째 연출은 액자 속의 액자 구조이다. 처음에는 현재의 작가 손주가 무언가를 물어보고 작가는 자신의 젊은 시절로 돌아가서 생각한다. 이것이 첫 번째 액자이다. 작가는 그랜드 부다 페스트 호텔에서 묵고 있던 늙은 노인 무슈 장의 이야기를 듣는데 이것이 두 번째 액자이다. 사실 무슈 장은 그랜드 부다페스트의 로비 보이였던 사람이다. 그가 호텔의 주인 무슈 구스타브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영화의 핵심이다. 액자식 구조의 이야기들은 많이 접해보았지만 두 번의 액자식 구조는 이 영화를 통해 처음 경험해보았다. 그래서 이야기의 시점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또, 이야기 속에서 시대가 변하는 동안 영화의 사이즈도 유행했던 사이즈로 변화한다. 처음에는 작가가 왜 이해하기 어렵게 만들었을까에 대해 생각했었다. 게다가 중간에 놓치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러웠다. 우리가 기존에 즐겨보는 할리우드 영화의 경우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보아도 다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에 작가의 의도는 더욱 이해 가지 않았다. 하지만, 반복해서 보다 보니 알 수 있었다. 감독은 관객들이 영화에 집중하면서 몰입하는 것을 원했기 때문이었다.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영화에서 눈을 떼거나 딴 생각을 할 수 없었다. 또, 영화의 사이즈가 변화한다는 것을 눈치채면 시대가 변화한 시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표시였다. 두 번째 연출은 엔더슨 감독의 고유성과 같은 대칭구조이다. 영화를 보면 많은 신들의 배경이 중간에 선을 대고 데칼코마니 한 듯한 대칭구조로 되어있다. 또, 핑크빛 색감과 다르게 내용은 청부 살인자에게 쫓기고, 세계대전이라는 시대의 특수성 때문에 암울하고 잔인하다. 배경음악뿐만 아니라 그가 공들여 만든 대칭구조에 의해 우리는 영화를 보면서 긴장감을 느끼는 것 같다. 또한 그의 마니악적인 대칭 사랑이 작품의 질을 높인다고 생각한다. 그 예시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장면들은 예쁜 휴대폰 케이스나 장식용 액자로 많이 팔린다.
나는 이 영화를 통해 영화가 자체의 내용이 아니라 연출만으로도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 또한 이 영화도 연출 위주로 감상해보았으면 좋겠다. 또한, 다른 영화들도 연출 위주로 감상해보는 도전을 해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