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란 화담
-윤동재
개성 가 보셨는지요?
개성관광이 될 때 개성으로 가는 관광버스를 탔더니
내 옆자리 서양 사람이 미리 와서 앉아 있었지요
이탈리아에서 왔다며 유창한 우리말로
자기 이름은 브루노라고 했지요
브루노는 개성에 가면 선죽교 근처 숭양서원에서
화담 서경덕과 만나기로 했다고 했지요
숭양서원을 갔더니 과연 브루노의 말대로
화담이 미리 나와 브루노를 기다리고 있었지요
브루노는 화담을 만나자마자 당일 서울로 돌아가야 하니
바로 물어보겠다며 화담의 <천기>라는 시에
꽃은 절로 붉고 풀은 절로 푸르고
새는 절로 날고 짐승은 절로 달린다는 구절이 있던데
그러면 세상 만물을 주재하는 자는 없나요? 했지요
화담은 우주 만물과 자연 질서를 탐구해 보니
자연은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지 주재자가 없다고 했지요
그런 걸 누구한테 배웠느냐고 브루노가 다시 물었지요
화담은 누구한테 배워서 안 게 아니고
스스로 알아낸 것이라고 했지요
브루노는 자기도 그와 엇비슷한 말을 해
교황 클레멘스 8세의 명령에 따라
로마 캄포 데 피오리 광장에서 화형을 당했는데
화담은 아무 탈이 없었느냐고 했지요
화담은 브루노의 말을 듣고 어떻게 그런 일이 다 있느냐며
놀라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지요
#화담 #개성 관광 #이탈리아 #브루노 #숭양서원 #교황 클레멘스 8세 #로마 캄포 데 피오리 광장 #화형
첫댓글 몽유기행이라
못 갈 데가 없고, 못 만날 사람이 없고, 못할 말이 없다.
그 상상력을 따라 소생도 나섰다가 화담을 만나고 갑니다. 그 전설 속의 화담을!
오양호 교수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