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할머니 요리사가 우릴 반기면, 마음이 푸근해진다. 할머니 손맛이 더해지면, 죽은 음식도 살아날 것 같은 착각까지도 든다.
손주들 생각하는 마음으로 아낌없이 퍼주던 그 솜씨는 보약이 따로 없다. 할머니 손맛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는 걸까?
‘할머니한테서는 항상 좋은 냄새가 났다’ 저자 박수민 작가와 함께 산골 할머니부터, 바닷가 할머니까지. 전국 각지 할머니들의 손맛을 만나러 간다.
세상 모든 요리사들의 스승이자, 우리가 꼭 기억하고 기록해야 할 유산, 이상하고 귀여운 할머니들의 세계로 떠난다.

강원도 화천의 길고 긴 굽잇길을 돌아,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육지 속의 ‘섬’ 비수구미로 간다. 두메산골 오지에 살고 있는 할머니는 어떤 겨울을 보내고 있을까?
비수구미에 하얗게 눈 내린 날. 미끄러운 선착장을 지나 조심조심 배에 올라탄 박수민 작가. 예로부터 질 좋은 소나무가 많이 나, 소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입산을 금지하란 뜻을 가진 ‘비소고미’(非所古未)가 변해 ‘비수구미’가 되었다는 마을답게 천혜의 자연경관이 눈앞에 펼쳐지는데!

비수구미를 46년째 지키고 있는 72세 김영순 할머니다. 봄, 여름, 가을에는 농사짓고, 직접 수확한 나물로 산채 식당 운영하지만 겨울에는 ‘놀고먹는’ 인생 살고 있다는 할머니. 말은 그렇게 하지만 오늘도 땔감 나르고, 말려둔 시래기 삶느라 24시간이 부족하다.
들판 한복판에 있는 구덩이가 있는데, 그 정체는 바로 강원도 할머니들의 보물단지, 감자 저장소다! 산 좋고 물 좋은 비수구미에서 직접 기른 감자로 겨울 별미 ‘감자옹심이’를 해 먹는다.
일일 일꾼으로 투입된 박수민 작가가 어깨부터 힘주고 영순 할머니와 반죽 만들기 시작하는데…. “힘 좀 팍팍 써! 팔이 가늘어 못 쓰겠네!” 할머니 호통이 이어지고! 오늘 안에 감자옹심이 맛은 볼 수 있을까?
오지의 밤, 영순 할머니와 함께 아궁이 앞에 앉았다. 옥수수와 밤 구워 먹기 위해서인데~ 타닥타닥 타는 아궁이 앞에서 뜨끈한 대화 시작! 할머니의 이야기보따리 열린다. 청산유수, 입담 가득! 유쾌함 넘치는 영순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비수구미로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