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집에서 저녁을 먹은 날이 많다. 월, 화, 금요일로 세 번이나 되니까. 오후 처한테서 전화가 왔다. 혹시 흑석시장에 갈일이 없느냐고. 내가 주로 금요일은 시장 안 빵가게에서 주말에 먹을 신선한 빵과 과일을 사오니. 빵은 의협공제회 여직원이 친구와 이태리여행을 간다기에 젤라토 사먹으라고 돈을 조금 주었더니 병원으로 스폰지 케이크와 이태리의 커피와 끓이는 조그마한 기구까지 사와서 가름을 하고, 과일은 밀양 어름골에서 보내 온 사과로. 이유인즉 저녁에 송이국을 끓이려고 무를 하나 사오라고 부탁하려고 했다며.
나는 시장구경을 좋아한다. 또 보고 사기도 하고. 특히 과일은 집에 과수원도 있었지만 내가 사면 맛과 선도가 틀림이 없다. 이는 외국에 가서도 마찬가지. 86년 2월 타스마니아의 호바트 살라만카의 난장, 90년 여름 독일 밤베르그 광장의 일요일 노천시장, 94년인가 가을 런던 코벤트 가든의 주말시장 등등. 특히 이런 곳은 집에서 기른 야채나 꽃, 만든 수공예품등을 가지고 나와서 눈요기만 하여도 즐겁고, 또 homemade 먹거리도 좋으니까.
그런데 밖에 나갈 일이 생겼다. 내일 토요일 오후 신장실 간호사들이 홍천 비발디파크에 주말 워크샵을 가는데 무얼 좀 보태어 줄까? 하다 우리 간호사들이 좋아하는 와인이나 사주자. 하고 한번씩 들리는 와인가게에 갔더니 지난번 음식남녀 천북여행에 가지고 온 카버네 쇼비뇽 캔 와인을 추천한다. 이걸 12캔을 사고, 부족할까봐 Absolute Vodka Citron까지 추가로. 이 술은 칵테일 베이스가 아니라 그대로 차게하여 마셔도 좋다. 봄 내과동문 음성 마이산 등산에서 정상주로도 좋았었다. 여기에 내일 오후에 마실 화이트 한병까지 더 사서 셀러에 보관을 시킨다.
집에 돌아오니까 처가 슈퍼에서 샀다며 자그마한 무를 보여주며 "얼마 준줄 아세요?" "천오백원" 내 나름대로는 세게 불렀으나 이천 오백원을 주었단다. 억울해 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웅성대서 뭔가 하였더니 우유 한팩을 일인당 하나씩 천원에 판다해서 오분을 가다렸다 사왔다며 좋아한다. 내가 늘 먹는 이천 사백원짜리 우유이었다. 이건 돈의 액수가 문제 아니다. 나도 버스비 아까워 마을 버스도 차는데 뭘. 문득 생각이 나서 "오늘은 송이 덮밥이 어때" 계란이 하나 밖에 없다해서. "그럼 금요시장에 사러 가지." 아파트 안에서 일주일에 한번씩 서는 주말장터이다. 여기의 계란이 알이 굵고 값이 싸다. "사장님 오셨어요"하고 아는 아줌마가 인사를 하고 계란을 15개에 3천 5백원, 앞에 두부가 있다. 한모에 이천원이라 산다. "예쁜 것을 넣어드려야지 사모님이 좋아하겠지요" 하면서 반듯이 자른 두부를 골라 준다.
집에 돌아와서 살피니 송이 덮밥에 들어갈 청주가 없다. 다시 수퍼에 가서 청주를 사와서 부엌에서 저녁을 준비하는 동안 며칠 전 따서 냉장고에 넣어 둔 화이트 와인을 마저 마신다. 화요일 저녁에는 송이구이를, 오늘은 송이 덮밥을 입이 호강하는 주이다.
송이덮밥의 레시피는 나는 모른다. 오로지 먹는 것 밖에.
그러나 간은 소금간에 간장은 약간, 그러니 국물이 맑아 보인다.
끓으면 나중에 계란을 풀고 송이를 얹어 살짝 익히면 끝이다.
향기로운 냄새가 식당을 진동한다.
뜨거운 덮밥을 후후 불며 먹으며 남은 찬 청주를 다 마신다.
식탁위에 차려진 송이 덮밥이고 우선 이걸 먹고 청하여 반그릇을 더 먹으니 맛있는 저녁.
첫댓글 은퇴하시면, 집에서 식사하는 회수가 많아질텐데, 집에서 환영 받으실까요 ? ^^
그야 당연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