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사람 풍경] ‘밥 짓기 운동’10년 고은정 우리장아카데미 대표라면 끓이기보다 쉬운데…운전 배우면서 장 담그기는 왜 안 배우나손이 빨랐다. 싱그러운 밥 한 상을 금방 차려냈다. 두부와 함께 지은 쌀밥, 시원한 열무김치, 매콤한 산갓물김치, 담백한 감잣국, 짭조름한 강된장, 푸르른 상추쌈 등 소쿠리에 여름을 가득 담아 왔다. 사실 폐를 끼칠 마음은 없었다. 그런데 도착 시간이 정오 어름, 딱 점심때가 아닌가. ‘밥의 전도사’를 만나러 가는 길, 눈 딱 감고 도착 1시간 전에 문자를 넣었다. “조금 후에 뵐게요.” 소식을 늦게 받았는지 40여 분 후에 짧은 답신이 왔다. “앗! 네;;” 지난 8일 전북 남원시 산내면. 서울 동서울터미널에서 버스로 3시간 반을 달려 실상사 앞에서 내렸다. 지리산 초록빛이 절정이다. 사찰 건너편 ‘맛있는 부엌’을 찾아갔다. 주인장 고은정(57)씨가 황급히 객을 맞았다. “있는 반찬 그대로 내놓았어요. 마침 냉장고에 언 두부도 있고 해서….” 고씨가 오이소박이를 쭉쭉 찢어 주었다. “칼이 들어가면 맛이 덜하잖아요. 하하하.” 화장기 없는 민낯에 편하게 걸친 옷, 이웃집 누님을 만난 듯했다. “먹고 남은 식재료를 어떻게 쓸까, 평소 생각을 많이 합니다. 두부밥도 그래요. 두부가 얼면 공기구멍이 생기고 푸석푸석해지죠. 거기에 들기름을 한 방울 떨어뜨리고 밥을 했더니 애들도 잘 먹더라고요.” 고씨는 밥심을 믿는다. 한국 음식의 처음과 끝이 밥이라고 여긴다. 그가 최근 펴낸 『반찬이 필요 없는 밥 한 그릇』은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밥짓기 안내서다. 양념장 하나만 있으면 한 끼 실하게 먹을 수 있는 밥을 계절별로 추렸다. 요리는 넘치고, 맛집은 붐비고, 셰프는 스타로 떠올랐지만 막상 밥은 홀대받는 시대, 그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은 내가 지은 밥”이라고 목청을 돋운다.
고씨는 하루하루가 바쁘다. 본거지는 지리산이지만 전국을 무대로 뛴다. 밥과 장(醬), 김치 세 가지를 들고 식탁 독립운동을 펼치고 있다. 외식·매식, 공장식품에 포위된 밥상의 제자리 찾기 운동이다. 우리장아카데미 대표, 약선(藥膳)식생활연구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서울에서 중학교 교사를 하다가 2007년 이곳으로 내려왔다. 귀농 전부터 몸에 약이 되는 약선음식, 기초 한의학을 독학했고, 2005년 원광디지털대 한방건강학과에 들어가 이론과 실기를 다졌다. 『집 주변에서 찾는 음식보약』 『장 나와라 뚝딱』 등을 내며 우리 맛 살리기에 매진하고 있다.
[S BOX] ‘비벼 먹는 삼계탕’ 닭고기 영양밥, 여름철 기력 회복에 딱 열무는 ‘여름에 먹는 인삼’으로 불린다. 성질이 차 여름철 뜨거워진 속을 다스리는 데 제격이다. 땀을 많이 흘리고 지친 날에는 보리밥에 열무김치를 넣고 들기름 한 방울 떨어뜨리면 삼복더위도 금방 이겨낼 것 같다. 보리에 감자를 넣고 밥을 지으면 단맛이 더욱 풍부해진다. 고은정씨의 밥상철학 1조 1항은 제철 음식이다. 밥도 절기를 따라야 몸에 이롭다고 믿는다. 그가 엄지손가락으로 꼽는 여름 나기 밥은 닭고기 영양밥이다. ‘비벼 먹는 삼계탕’이라고 표현했다. “삼계탕을 싫어하는 아이들도 즐겨 먹을 수 있어요. 찬 음식을 자주 먹다 보면 몸속도 차가워져 면역력이 떨어지기 쉽죠. 잃어버린 기력을 되찾는 데 이만한 밥도 없어요.” 조리법도 간단하다. 한입 크기로 썬 닭고기 살을 불린 쌀과 찹쌀 위에 얹고 밥을 하면 된다. 깨끗이 씻은 인삼과 대추도 준비한다. 물을 부을 때 고기에 간이 배도록 소금을 조금 넣고 고기 냄새를 없애기 위해 청주를 고루 끼얹으면 더욱 좋다. 고씨는 이번 책에서 여름에 어울리는 밥 여섯 가지를 소개했다. 상추쌈과 최고의 궁합을 자랑하는 보리밥, 몸에 쌓인 열을 내려주는 치자밥, 바다의 향기를 품은 녹차해물밥, 카레라이스 뺨치는 된장덮밥, 양념된장(뽀글이장)에 비벼 먹는 두부밥 등이다. 그간 쌓아온 그만의 노하우를 집약했다. “복잡할 게 하나 없어요. 밥만 지을 수 있으면 뚝딱 한 그릇 내놓을 수 있습니다. 일단 해보시라니까요.” 박정호 문화전문기자·논설위원 jhlogos@joongang.co.kr 2015 세상을 바꾸는 바른밥상 16 - 우리아이 올바른 식생활, ‘밥’먹기 부터 게시일: 2015. 9. 17. 아동기부터의 올바른 식생활을 통한 균형 잡힌 영양섭취는 아이들의 신체적인 성장뿐 아니라 정신적, 사회적 성장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바쁜 삶을 살아가는 요즘 아이들에게 풍족한 식생활 위한 환경은 있는데 올바른 식생활을 위한 환경. 잘 갖춰져 있을까요? 특히 피자와 햄버거 같은 패스트푸드를 많이 찾는 아이들에게 전통적이고 기본적인 우리의 식문화인 ‘밥’먹는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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