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의 하루는 무엇을 하던 그저 즐겁기만 하다.
그것도 결이 맞는 친구들과의 동행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물론 정기적인듯 비정기적으로 만나지는 친구들이었어도 당연히 그녀들과의 하루는 언제나 즐겁다.
이미 한참 전에 정해진 약속이었어도 때로는 돌발상황이 생겨 함께 여정을 하지 못하는 친구들도 생기는 법.
그렇다고 누구 하나 못 오게 된 친구들에게 볼멘 소리를 하는 법도 없다.
그저 시간 여유가 되는 친구들끼리의 하루를 소박하게 잘 보내는 법을 아는 친구들인지라 마냥 하하호호.
그렇게 약속된 하루를 즐기기 위해 이른 아침에 차를 타고 집을 나선다.
하지만 심장 스턴트 시술 이후 장거리 운전에 조심을 하는 편이 되어버린 지라 이번엔 친구가 운전대를 잡기로 했다.
운전이라면 자다가 일어나서도 마구 속도를 높이며 스피드광처럼 즐겨가며 운전대를 잡던 호시절은 이미 지났다.
언제나 몸이 경고하는 소리를 잘 들어야 오랫동안 건재할 일이니 미안한 마음을 담아 친구의 차량에 편승한다.
그리고 아침에 전화를 받고 미리 약속된 장소가 아닌 당진 친구의 집으로 날아가기로 했다.
이미 우리는 아침 아홉시 출발을 염두에 두고 각자의 집에서 떠난 지라 서울에서 찾아드는 시간차 친구들의
늦은 시간을 기다리느라 당진 포구에서 서성거릴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작된 여정에 네비 안내양의 말을 착실히 듣다 보니 원래 가려던 서해안 고속도로를 안내하는 것이 아니라
국도를 추천한 것을 보고 김기사님에게 선택권을 주니 네비를 따라가시겠다네?
그 시간 즈음이면 이미 출근 시간이 지나 국도가 더 널럴하다 생각했나 보다 싶어 아는 길을 뒤로 하고 안내양을 따른다.
그렇게 아무리 생각하도 돌아가는 듯한 길을 돌아돌아 한 시간여를 지나 당진 친구의 아파트 입구를 찾아들었으나
오잉? 잘못 들어섰다....아무래도 안내양이 잘못 인식한듯.
우리는 정문이 아니 후문으로 안내를 받아 무임 경비실을 바라보며 어리둥절, 요즘 아파트의 난공불락의 요새를 절감한다.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다시 안내를 받고 아파트 정문으로 이동해 경비 아저씨에게 찾아든 집의 동, 호수를 알려주고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서면서 요즘엔 무엇 하나 쉬운 것이 없으며 힐스테이트라는 이름은
전국망이라는 사실을 간과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여하튼 친구의 집에 무사히 찾아들었으나 약속 장소가 변경되었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뭔가 챙겨 갈 것이 없나 하고
늘 비축해두던 올리브오일을 찾았으나 그 또한 이미 많은 지인들에게 나눠주고 없어 빈손으로 달랑달랑 찾아드니
민망하기 짝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친구는 흔쾌히 차를 내오고 지난 번에 함께 여행지에서 사왔던 호두대추를 내어온다.
차를 마시며 수다가 아닌 대화는 일상을 넘어 역사의 언저리까지 경계를 넘나든다.
그렇게 "왕과 사는 남자"를 비롯한 역사이야기 관련 영화이야기를 한참 하다 보니 서울에서 내려올 친구들을 맞으러 갈 시간이다.
그래서 다시 움직이는 이동 수단은 당진 친구의 몫이 되었고 그 순간 스쳐가는 생각은
한결같이 우리들은 운전은 사양하지 않는 "운전대 귀신"들이라 어느 누구도 망설임 없이 운전대를 잡는다는 것.
마침 잠깐 사이 어물쩡거리다가 내릴 장소를 잊고 지나가려던 서울촌년 친구들이 그나마 놀라서 버스 정류장을 내려서고
우리는 또 목청껏 이름을 부르며 친구들을 불러세우면서 부끄부끄, 어쩌자고 이리 소리를 지른다는 말인지.
여하튼 그렇게 우리는 조우했고 서울에서 차량으로 움직이는 친구는 열두시경 즈음 식당으로 찾아들 요량인지라
우리는 이미 예약해둔 "혜주네 식당"으로 고고고.
도착해서 전경을 바라보자니 그야말로 물만 보면 좋아하는 친구들 위한 완벽한 서비스렸다 싶게
우리들은 이미 마음만큼은 서해안의 바닷물 빠진 갯벌을 마주하면서도 희희낙락이요
그저 바라만 보아도 좋을 풍광에 절로 너른 마음이 되었다.
일단 늦게 도착할 친구를 위해 자리를 마련해두고 금강산도 식후경을 즐기는데
"파김치 장어조림"은 처음 먹어본다는 서울 촌년들은 그저 마구마구 즐거운 식사를 하는 와중에도
맛있는 밑반찬도 입에 넣기에 바쁘면서도 왈, 밑반찬이 정갈하고 맛있으니 본식은 이미 금상이라나 뭐라나?
그렇게 한참을 장어조림에 푹빠져 식탐을 부리는데 도착하지 않는 친구에게 전화를 하니 밀리는 구간을 지나
이제 행담도가 7킬로 남았다며 26분 후면 도착할 예정이라니 마음 놓고 식사를 섭렵중인데
생각보다 친구가 일찍 도착하여 너도 나도 금강산도 식후경을 누린다.
이윽고 탐심을 마구 담은 점심을 끝내고 썰물의 바다를 배경삼아 한 컷 후 해변길을 걸어본다.
역시나 이곳 또한 발길을 잡기 위한 방편으로 걷는 길을 마련해두었고 아무 생각 없이 걸어도 기분은 굿굿굿.
걷는 길 한켠에 "카페 ROAD1950"이 있는고로 또 목적지를 향해 가는 발걸음도 가볍다.
계단을 올라 찾은 카페 "ROAD 1950"은 요즘 트렌드에 걸맞는 방식의 커피를 비롯한 빵과 간단한 점심을 구비한 대형 카페이다.
단 가격이 만만치 않은 것을 빼곤 눈으로 즐길거리 볼거리를 충분하게 담아놓았지만 더러는 차고 넘친다는 생각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을 비롯한 경기도와 근거리 지역민들이 마구 애용중이니 한가할 날은 절대 없을 것 같다.
특히 외부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보여지는 많은 소품들은 그야말로 잊고 살았던 과거가 아니라
글쎄, 미국적인 1950이 아닐까 싶어 우리네를 기억하고 들어선다면 그야말로 오산일 듯 하나
그래도 일정 부분은 노력의 흔적을 칭찬해주고 싶고 거대한 경제력의 위력을 실감하기도 했다.
이어질 "신리성지" 이야기는 조금 기다리시라.
오늘, 내일은 또다른 일정으로 바쁜고로 월요일쯤 다시 한자락 휘리릭...
첫댓글 실제 모습보다 사진들이 더 멋져보입니다~!
신리성지는 돌아와
생각해 봐도 참 멋지게
조성된 공간이더이다.
지하의 대형 선교와 순교 과정들을 그림들이 집에와서도 눈에 삼삼하네요.
맞아요...신리성지
아무 때나 들려도 마음이 평안해질듯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