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기일을 즘 하여,
어머님!
오늘 당신이 하늘나라로 떠나신 날입니다,
그러고 보면 세월만 한 치료 약도 없는 것 같습니다,
살점을 뜯어낼 것 같은 아픔의 시간도
그 진한 그리움도
양지바른 곳에 오래 두어 빨간색이 탈색되어
불그스름 변색되어 가는 것처럼
세월은 참 많은 것을 지워 냈습니다,
그중에서도 움찔하게 만드는 건 어머님을 잊고
지낼 때가 치매처럼 자주 있다는 사실에 제 자신도
놀라곤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내리사랑이라고 했을까요,
가끔은 성찰의 시간에 이런 나를 꾸짖기도 합니다,
돌아보면 어머님의 자식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 헌신
이었다는 사실을 결혼해서 자식 낳고 서야 알았으니
이 얼마나 무지하고 우둔합니까,
이미 이 땅에 사람이 아닌 어머님이시지만
죄송한 마음 금할 길 없습니다,
3남 3여 6남매 중 막둥이로 어머님과 함께 살아온
시간마저도 막둥이여서 짧아고
좀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보자고 어려서 객지 나왔으니
그 사랑이 고 풀 수밖에요,
촌부의 아내로 온갖 고생 다 이겨가며 손수 채마 밭을
일구고 심은 채소 내다 팔아 용돈 주시던 어머님의 모습이
오늘따라 왜 그리 그리운지 눈가에 눈물만 고입니다,
그런 날들이 멀어져 갈수록 그리움은 더 진해지고
허전한 가슴 달랠 길 없어 먼 허공만 바라보게 합니다,
만질 수도 볼 수도 없어서 한참을 그렇게 눈 감고
형상의 연을 찾아 침묵에 서있습니다,
그립습니다,
보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
공허한 가슴 언저리에 그리움만 쌓입니다,
이번 주 선영으로 찾아뵈려 가려고 했지만 핑계 같지만
서둘러 해야 할 일들이 줄을 서서 며칠 더 미루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참 고마운 일은 아직도 이렇게 할 일이 있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건강한 육신에 건강한 정신을 주셔서 이 모든 것을
부모님께 항상 감사를 드립니다,
세월이 무지막지로 흘러도 과거가 될 수 없는 그 사랑,
소중히 간직하며 그리운 날 펼쳐보곤 합니다,
오늘 밤에 꿈속에서라도 뵐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단아하고 고우셨던 우리 어머님,
부디 좋은 곳에서 영면하시고 평온하시옵기를
축원 올립니다,
어머님의 기일을 즘 하여 막내아들 잔을 올립니다,
(음력 3월 21일) 막내아들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