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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디:D onlygod9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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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스캔들
운호는 라희가 몹시 신경쓰임에도 불구하고 잠시 잠을 자고 말았다.
두 눈을 감자마자 꼭 기절했다가 바로 깬 듯한 기분.
쥐죽은 듯 집이 너무 조용해 자리에서 일어선 운호는 잠을 편히 자지못해 몸이 무거운 듯 했다.
툭.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자 침대 위로 물팩이 하나 떨어진다.
"뭐야.."
라희가 올려둔 것인가 잠시 생각한 운호. 이런 것이 집에 있었는지도 몰랐다는 표정이다.
혹시 집으로 돌아갔는가 싶어 침대에서 내려와 방문을 벌컥 열었다. 조금 조용하다.
벌써 간건가,
문득 인사도 없이 사라진 것 같아 찝찝하려는 찰라
"어..어...! 일어났냐?"
죽그릇 하나와 물 한 컵, 그리고 김치 한접시가 올려진 쟁반을 들고 오는 라희가 보였다.
순간 운호는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다. 게다가 낯간지러운 라희의 모습.
"아 아직 안갔어요?"
"넌 그새 잠드냐? 야 이거 언능 먹어! 약먹어야지."
"진짜 꼴 웃긴거 알죠?"
"아 진짜."
운호의 방 안 작은 테이블에 쟁반을 내려놓았다.
하얀 죽에는 버섯과 당근이 잘게 들어있었고, 컵에는 향이 좋은 유자차가 담겨져있다.
집에서 음식이라곤 해먹은 기억이 손에 꼽힐 정도의 운호는 조금 놀란 기색이였다.
라희가 숟가락을 내밀며, 먹어 라고 말한다.
더 뭐라고 하지도 못하는 운호는 나름 고마운 마음에 숟가락을 받아 들어 한 입을 입에 덥썩 넣었다.
죽이 너무 따뜻해서일까. 운호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왜? 맛없냐?"
"아니."
맛없다고 화낼 줄 알았는데 의외의 반응에 라희가 입을 꾸욱 다물었다.
고개를 쳐박고 그저 먹기만 하는 운호의 몹쓸 표정만을 살폈다.
맛이 없는 것도 아니면, 정말 뜨거워서 저러는걸까. 3분이나 식혀왔는데.
운호의 모습에 라희는 이상하게도 코 끝이 찡한 느낌이다.
"이 집에서 죽 처음 먹어봐. 열번을 아파봤는데."
그렇게 운호는 그릇 바닥이 보일때까지 싹싹 긁어먹었다. 한가득이던 유자차도 모두 마셨다.
라희가 그릇들을 설거지를 하는동안 운호는 감기약을 꺼내 먹었다.
"내가 설거지까지 해야되는 이유를 설명 좀 해줄래?"
"그냥 가라고 했어요. 난 분명."
침대로 돌아가지 않고 운호는 거실 쇼파에 앉았다. 담배를 찾았다.
설거지를 끝내도 돌아온 라희는 손의 물기를 털어내며 운호에게 나도, 라고 말한다.
쇼파 위에 털썩 앉는 라희.
"아프면 그냥 자라 좀."
"소화."
"아 내가 감기 걸리겠네."
지친 몸을 쇼파에 기댄 라희가 담배를 입에 물었다.
또 이놈의 형용할 수 없는 사재간의 맞담배. 라희는 또 한번 아차싶었다.
"끊어요."
"너부터 끊으면."
그리고는 또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 사이 졸음이 오는 듯한 운호는 눈이 풀려가고 있었다.
라희는 담배를 꺼버리곤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자신이 할 일은 다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라져주면 편히 쉬겠지 싶었다.
"바로 푹 자둬. 핸드폰 꺼졌더라. 켜두고."
"내 번호 알아?"
"아까 다민이가 연락해보라고 알려줬어."
또 말이 짧아졌다가 길어졌다가 한다.
전혀 눈치채지 못한 라희는 가방과 겉옷을 챙겨들었다. 현관에서 구두를 신자 운호가 어색한 배웅을 나왔다.
"아플 때 혼자면 더 외롭잖아. 너 걱정하는 사람들 생각해야지. 멍청아."
"누가 걱정한다고 그래요."
"다민이를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
라희의 한쪽 입술이 말려 올라간다.
"내가 만든 죽. 평생 생각날거다. 다민이한테도 안만들어줬는데.."
"난 버섯못먹어."
멈칫.
"가세요."
쾅.
일방적으로 까이고 일방적으로 쫓겨났다. 방금 3초 전 일이다.
그저 넋을 놓은 라희는 하얀 문 앞에 덩그러니 동상처럼 몸이 굳어져 버렸다.
버섯을 못먹는다니.
"못먹으면..서!! 그럼 왜 다먹었냐!"
쾅
에라이, 라고 하며 문을 한번 세게 찬 라희는 씩씩대며 운호의 집을 벗어났다.
참 뒤끝 남게 만드는 녀석이다.
씩씩대며 그 곳을 빠져나온 라희.
운호는 문을 닫고선 바보처럼 가만히 서서는 킥킥대며 웃었다.
늘 라희에게서 나던 향수 향이 옅게 느껴진다.
라희가 사라졌다는 듯 조용해진 분위기에 그제서야 자신이 아프다는 것을 망각한 운호.
에구구, 라고 죽어가는 소리를 내며 침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건 뭐지?"
* * *
괜히 병문안갔다가 병을 안고 온 기분이다.
라희는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무언가 허전함을 느꼈다.
"아 스카프!"
대강 벗어둔 바람에 겉옷과 가방만 챙기고 스카프를 깜빡하고 말았다.
다시 돌아가서 가져오기엔 귀찮음이 머리끝부터 발가락끝까지 가득 차있었다.
그렇다고 아픈 녀석에게 가져오라고 하기에도 힘든 일.
그래, 문자를 하자.
급한 것은 아니기에 문자로 남겨두잔 생각에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문자를 막 적어내려는 그 순간, 벨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저장되어 있지않는 번호의 전화.
순간 라희는,
올 것이 온건가.
이런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끝을 매듭짓지 않으면 평생을 오해와 원망과 후회 속에 살고 말 것이다.
망설임없이 그녀는 통화버튼을 눌렀다.
조심히 귀로 핸드폰을 가져간다.
"나야."
라희의 예상은 틀림이 없었고, 그녀의 눈빛은 기가 빠진 듯 하지만 힘이 들어가 있었다.
아주 작은 목소리로, 어- 라는 한마디로 대답을 건냈다.
단 두글자, 한마디만으로도 전화를 건 이가 류하준이라는 걸 모를리 없었다.
"잘 지내?"
"어."
"전화 안받을 줄 알았어."
라희는 뭐라고 말을 해야할지 몰랐다.
뭔가 서로가 몹시 뜸을 들이고 있단 생각이 들었지만 선뜻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정적은 순간 순간 그들을 찾아왔다.
"영화 끝나서 이젠 좀 쉴 틈이 생겼.."
"한가지만 물을게."
"뭐?"
"오빠는 나한테 뭐가 제일 미안해?"
...
생각치 못한 질문에 하준은 잠시 말이 없었다.
가장 미안한 점.
무엇이 그렇게도 미안해서 다시 만나게 된 옛 연인에게 용서를 빌고 또 빌려는걸까.
라희는 자신이 딱히 무엇이 궁금한건지 스스로도 잘 몰랐다.
그저..
"널 지켜주지 못한 점."
"..지켜주지.."
"왜 용기가 없었을까. 왜 붙잡지 못했을까. 왜 그렇게 겁이 났을까."
"....................."
"그런 점. 나로 인한 상처가 어린 너에게 너무 깊진 않았을까 하고..후회했어."
하준의 진심이 느껴졌다.
정말 철호의 말처럼 하준은 그리 못된 사람은 아니였나 싶다.
잔인한 짓을 할 정도로 똑똑한사람은 절대 아니다.
이는 그저 그 때의 희생자가 라희와 하준, 둘이 될 수 밖에 없었을 뿐을 말해준다.
라희는 괜시리 코끝이 찡해져왔다.
"이제 그만해."
"..................."
"미안할 필요도 용서를 구할 필요도 없어."
"무슨 소리.."
"돌아가지 않으면 지금이 변하지도 않고 후회한들 아무런 소용이 없잖아."
"................"
"그동안 내가 오해한 점도 많았고.. 이젠...나 오빠 용서할거거든?"
순간 라희는 목이 메어왔다. 하준은 아무 말도 못했다.
"그러니까..우리 각자 행복하게 살자. 과거는 과거일 뿐이야."
그 말을 마지막으로 라희는 전화를 끊으려 했다.
허나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커다란 하준의 목소리가 그녀의 행동을 멈추게 만들었다.
"아니!"
"................."
"나..돌아가고 싶어."
"........무..슨..."
"다시 시작하고 싶어. 널 다시 지켜주고 싶어!"
"..그만해!...난 돌아가지 않아.."
"욕심이 생겼어....생겨버렸어."
라희는 두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이는 있을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일.
"늦었어. 우린 너무 멀리 왔어."
....
"날 위해서..약혼자랑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아줘. 다른 사람은 상처주지 말고."
* * *
집이 터져라 음악의 볼륨을 최대로 올려두었다.
하준은 쇼파에 누워 두 눈을 감고는 몸에 힘이 없는 사람마냥 널부러져 있었다.
간만에 느끼는 여유로움이 그리 달콤하지만은 않다.
뭔가 그 사이 라희가 조금 더 달라진 듯 했다.
대체 무슨 일인지, 싶다.
라희를 다시 만나게 된 이후로 하루가 멀다하고 생각이 나서 하준은 머리가 터질 지경이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고.."
하준은 그저 힘없는 웃음만 나올 뿐이다.
자신의 무기력함에도, 좀처럼 마음대로 되지 않는 몹쓸 감정에도 화가 난다.
마구 밀어내기만 하던 라희가 갑자기 용서하겠단 말을 하다니.
그렇게 빌었던 용서를 쉽게 해주니 무언가 찝찝한 느낌이다.
게다가 하준은 이 알 수 없는 욕심에 머리가 터져버리기 직전이였다.
삑.
"민원들어오겠다."
철호의 등장으로 음악소리가 숨어 들어갔다.
갑자기 조용해진 집 안에 알 수 없는 공허감이 밀려온다.
"쉬는 날에도 귀찮게 하시는군."
하준은 밍기적대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찌뿌둥한 몸때문에 미간이 찌푸려진다.
철호가 하준의 앞 쇼파에 덩달아 힘없이 철푸덕 앉는다.
여전히 매가리가 없는 하준의 얼굴을 살폈다.
"뭐가 또 힘들어서 진상이야."
"그냥. 그냥 다 짜증나네."
하준이 앞에 놓인 담배 하나를 입에 물었다.
불을 붙이자 문득 또 라희가 생각났다. 철호에게 시선을 돌린 하준이 씁쓸하게 웃는다.
"그 때 말야. 라희랑 헤어지기 전에.."
"왜 또 그 얘기야."
"날 가둬두지 않았다면 그래서 라희를 만났다면....달라졌을까?"
"......모르지, 그건."
"모두가 우릴 갈라놓으려는 사람들뿐이였어."
쓴웃음의 하준은 상당히 날카롭게 보였고 무섭게 느껴졌다.
"나때문에 여자로써 큰 상처도 입었고.."
"너때문이 아니야. 임마! 다 이건 모두 다 지긋지긋한 그놈의 회사가.."
".................."
"문..문제였다고."
하준이 담배를 재떨이에 꺼버린다.
"내 팬들이 잘못한 것도 그건 내 잘못 맞잖아. 아니라고 할 수 있어?"
......
..
"형 그 눈빛은 뭐야."
* * *
★ 저...마음속으로 감동의 눈물을 좀 흘렸답니다!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요즘 일본어 수업때문에 이런 병적인 증세가(...)
필받은 김에 후다닥 다음편까지 가져왔답니다! 절 내치지 않아주신 분들께 사랑을 담아 받칩니다^.^ 전 또 과제를 하러 흑흑
소중한 분들의 닉 다 기억하구 있어요! 언제나 행복하시와요! 업쪽은 *별★ 이라는 거~ 오타는 요즘 더 늘었어요! 이해해주세요!
말씀 너무 잘하십니다! 이해를 제가 원하는대로 너무 잘 이해하셨는걸요 호호호호 이건 힌트구용< 어쨋든 멋진 댓글 감사합니다!
★ 잘보고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