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라이프 마인드
벤 허친슨 저자(글) · 김희상 번역
청미 · 2023년 09월 01일
‘넬 메조 델 캄민(nel mezzo del cammin)’,
곧 ‘인생의 한복판에서’.
중년.
인생에서 중년은 무슨 의미일까? 중년은 늘어나는 뱃살, 젊음과 노망의 사이, 노화와 죽음, 위기 등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되고 묘사된다. 하지만 중년의 시작은 전례 없는 수준의 창의력을 발휘하게 만드는 박차일 수도 있다. 예술과 문학의 몇몇 위대한 작품은 불현듯 인생의 행로 한복판에서 자아를 찾고자 하는 열망으로 탄생하곤 했다.
이 책은 문학사의 위대한 작가들의 중년의 삶과 작품을 분석하고 고찰하여 과거에는 중년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현재는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미래에 중년이 생산적이 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말한다. 저자는 회고록, 역사, 비평, 에세이 등 모든 장르를 살펴가며 지성과 감정, 생각과 느낌을 뒤섞어 하나의 구조물을 빚어낸다.
위대한 작가들은 중년이, 그 모든 부정적 진부함과 선입견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인생의 가장 생산적인 시기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40 너머에도 인생은 있다. 늙는구나 하는 느낌에 대처하는 최선의 자세는 늙는다는 의식으로부터 달아나는 게 아니라, 정면으로 맞서 어찌해야 잘 늙어갈 수 있는지 성찰하는 것이다. 성찰이 없는 중년은 살 가치가 없다.
주요 작가들은 어디서, 어떻게 인생을 찾아낼 수 있는지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중년은 (단테처럼) 다시 시작할 수 있음을, (몽테뉴처럼) 새롭게 발견한 겸손을 키울 수 있음을, 또는 (셰익스피어처럼) 우리의 실존이 가지는 희비극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중년은 (괴테처럼) 1년 정도 휴식을 가져볼 수 있음을, (빅토리아 시대의 작가들처럼) 나이 먹음을 좀 더 사실적으로 보는 관점을 얻을 수 있음을, (T. S. 엘리엇처럼) 완전히 새롭게 정비한 믿음으로 전향할 수 있음을 깨닫는다. 또한 (사뮈엘 베케트처럼) 비워내고 내려놓는 덜함이 사실은 더 풍부함일 수 있음을, (시몬 드 보부아르처럼) 갱년기가 사실은 해방일 수 있음을, 그리고 (이미 오래전에 실천되었어야 마땅한 페미니즘의 관점처럼) 중년이 사실은 새천년을 맞아 전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필요가 있음을 느낀다.
중년의 비결은, 좋은 인생의 비결과 마찬가지로, 우리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켄트 대학교 유럽 문학 교수인 저자 벤 허친슨은 코로나19 팬데믹의 대감금 동안 격리의 위기와 본인이 중년의 위기를 겪는 시기에 이 책 『미드라이프 마인드』를 집필하였다. 요컨대 저자가 이 책을 쓰면서 얻은 깨달음은, 중년은 우리가 만들어나가는 것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