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그라가 피부암 원인?
1998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원료명 sildenafil)의 시판을 승인한 이래 유사한 발기부전 치료제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성생활에 일대 변혁을 가져왔다. 남성의 ‘말 못할 고민’을 해결함으로써 부부의 성생활 만족도가 높아지고 그에 따라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됐다는 것.
복잡한 현대생활 속에서 실제 남성들의 발기부전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은 여러 가지다. 인간관계와 이해 관계에서 비롯되는 분노와 스트레스 및 이로 인한 정신적 장애, 끊임 없는 경쟁 속에서 피할 수 없는 과로, 혈액순환에 문제를 일으키는 당뇨병 같은 질환, 혈관을 수축시키는 흡연 습관, 여기에 자연적인 현상이지만 노화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60대는 40대에 비해 발기부전 비율이 네 배 이상 되고, 40대 이상 남성의 절반 정도는 발기부전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렇다 보니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규모가 미국에서만 연간 30억 달러 이상, 우리나라에서는 1000억원 이상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더욱이 올해 하반기에는 ‘여성용 비아그라’까지 등장할 것으로 보여 성생활 만족을 위해 투자되는 비용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악성 흑색종 일으킨다’ vs ‘직접 원인 아니다’
비아그라를 비롯한 레비트라(vardenafil), 시알리스(tadalafil) 등은 성기의 혈류 흐름을 방해하는 효소를 일시적으로 차단하는 기능을 하는 약제로서 근본적인 발기부전 치료제라기보다 성 관계시에만 활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자주 사용할 경우 부작용 확률이 높아지는지, 저항성 같은 것이 있어 복용량을 점차 늘려야 하는지 등은 학술적으로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
이 같은 약제들은 어느 정도의 부작용이 있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비아그라의 경우 임상시험에서 나타난 가장 일반적인 부작용은 두통, 홍조, 소화불량, 코막힘, 눈부심과 청색증 등을 포함한 시력장애를 들 수 있다. 그러나 시판 후 매우 드물지만 시력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시신경 병증, 연장 발기, 심한 저혈압, 심근경색, 심실부정맥, 뇌졸중, 안압증가, 청력 손실, 이명 등이 보고돼 이런 현상이 나타날 때는 지체 없이 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안전하다.
발기부전 치료제의 등장은 성생활에 혁명을 가져다 줄 정도로 파급력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사진은 최초의 발기부전 치료제인 미국 화이자제약의 비아그라
지난해 4월에는 미국의 한 대학 연구팀이 비아그라를 꾸준히 복용한 경우 악성 흑색종 등 피부암 질환 유병률이 84% 높아지고, 비아그라를 복용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피부암 발병 확률이 평균 2배 가량 높다고 발표해 충격을 던지기도 했다.
연구진은 미국과 중국에 거주하는 평균 65세의 남성 2만6000명의 암 발병률 데이터에 악성 흑색종 발병원인 기준으로 가족력, 햇빛 노출 정도와 발기부전 치료제 복용량을 더해 분석 데이터를 산출했다. 연구대상자 중 발기부전 치료제 복용자는 6%였다.
그러나 최근 미국 뉴욕대 랭곤의대 연구팀은 비아그라 복용자들이 피부암을 앓을 수 있는 고위험군에 속하기는 하지만 비아그라가 직접 악성 흑색종을 유발하는 결정적 증거는 찾을 수 없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연구진은 거의 백인인 2만235명에 대한 의료기록 분석을 통해, 발기부전 약 복용자 가운데서 악성 흑색종 위험이 약간 증가하는 원인은 사회경제적 및 생활양식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를 이끈 스테이시 로브(Stacy Loeb) 교수(비뇨기과)는 “우리 연구 결과 악성 흑색종에 걸릴 법한 그룹은 고등교육을 받고 수입이 비교적 높으며, 따라서 햇볕 아래서 바캉스를 즐기고(그렇기 때문에 피부암 위험도 높을 수 있고), 매우 비싼 발기부전제 약도 사먹을 수 있는 여유 있는 계층이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이 연구는 6월 23일 미국의학협회 저널(JAMA)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당뇨병성 신경병증과 심부전 치료에 도움’
한편 비아그라 같은 발기부전 약이 신경 손상이나 심부전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헨리 포드 병원 연구진은 당뇨병을 오래 앓아온 남성환자들에게 심한 고통을 줄 뿐 아니라 생명까지 위협하는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 치료에 실데나필이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지난 5월 17일 플로스원(Plos one) 온라인판에 소개했다.
원래 비아그라를 복용하는 당뇨환자들은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이 적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으나 실험상 어려움 때문에 사실 여부는 밝히지 못 했었다.
이 병원의 신경과학자인 레이 왕(Lei Wang) 박사는 당뇨병에 걸린 쥐를 실데나필을 투여한 쥐와 그렇지 않은 대조군으로 나눠 실험한 결과 “실데나필로 치료한 쥐는 염분만 투여한 쥐에 비해 치료 6주 후부터 감각기능이 현저하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사람으로 볼 때 장기간의 당뇨병으로 말초신경병증을 보이는 중년층에게 실데나필이 신경 기능을 증진시켜 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들 발기부전 약들은 앞으로도 새로운 부작용이나 또는 새로운 치료 기능이 발견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부작용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건강 상태에 따라 정해진 용량을 복용하는 것이 최선책이다. 특히 이 약들은 용량을 늘린다고 효과가 덩달아 높아지지는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