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지리산이 가고싶어진지라, 인터넷에서 좀 알아보고 가방을 대충 싸고 구례구행 기차표를 끊어버렸다...
남들은 이런 나를 엉뚱하다고 한다...이유는 모른다..
전날 마트에서 판초우의를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우비를 살 생각으로
안샀는데,,,서울역에 와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지리산근처는 더 비쌀듯 싶어서 서울역에 옆에있는 백화점에 가서 빨간색 판초우의 샀다.
등산화, 등산복 아무것도 없이 가방에 물이랑 과자랑 면장갑, 우의, 카메라 들고 기차에 올랐는데, 마음이 너무나 설레였다.
청학동을 가보고 싶었던지라 하동행 버스를 타고 청학동까지 갔다.
밤 8시쯤 청학동 윗마을에 도착,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하늘에서 별들이 나에게 후두득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전에 천문대에 갔을때보다 더많은 별들이 선명하게 보이는 것 같았다
만원에 하루민박 낙찰...
잠깐 화장실 가러 나간 사이 들어온 모기비스꾸레한...그러나 엄청큰
벌레가 내방을 돌아다닌다...
한참의 기싸움과 사투끝에 나의 책던지기 실력으로 마무리하였다.
자는 중 전화가 온다...짜증나지만 받았다...알람이다...
미적거리고 있는데, 밖에서 천둥소리가 난다...
계곡 물소리인줄 알았는데, 어느순간부터 후두둑 거리는 비소리도 들린다...
오후부터 온다고 했는데...이건 서울얘기인가보다...
밤에 별이 워낙 밝은지라 비가 안올거라 확신했건만...역시 산 날씨는 알수 없다.
원래 계획이 오늘은 워밍업으로 삼신봉까지 오르고 다시 청학동으로 가서 관광좀 하다가, 내일 뱀사골로 갈 생각이었다.
어제 산 빨간색 우의가 빛을 발한다.
대충 뒤집어 쓰고 7시쯤 길을 나선다....
분명 책자에서 내가 가려는 길이 가족끼리 손잡고 무난하게 넉넉잡고 6시간이면 갈수 있는 길이라 하였다.
언젠부턴가 비가 멈췄다.
다행이지만 아직 길은 미끄럽다..,
평소에도 잘 미끄러지는 내 운동화가 나를 더욱더 불안하게 만든다..
길에 사람도 없다...
안내문도 없다...나름대로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것이라 생각되는 길을
열심히 신뢰하며 올라갔다...샘터에 도착하니 맘이 놓인다.
카메라 껍데기도 잃어버렸다...
산으로서는 환경오염이고 나로서는 또다시 사야하는 물건이 되어버렸으니 이중손실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가족끼리 손잡고 다닐 길은 아니다....
꽤어려운 길이 될것이라고 예상은 했다...하지만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사람도 안나타난고 길도 흐릿하고...눈물이 날거 같다...
계속 오르고 있는데, 뒤에 누군가가 부르는 소리가 난다..
그 기쁨은 정말 말할수가 없었다...
평소 조용한(-_-) 내성격과 다르게 오버하며 그 아저씨를 반겼다.
그 아저씨 역시 삼신봉을 가는 길이라 하셨다.
같이 동행할 사람이 나타나니 정말 기쁘다...
그런데, 이아저씨 산을 날라다닌다...처음에는 열심히 따라갔는데,
좀 가다보니 지쳐서 먼저가시라고 했다..
천천히 걸어가니 멀리서 아저씨 목소리가 들린다.
도착했단다...
바위를 오르니 드디어 정상이다...
그 짜릿함이란...지금까지 올라오느라 힘들었던 모든기분이 사라진다.
저 멀리 천왕봉이 자세히 보인다....
종주 코스(?)를 바라보며..나도 언젠가 지리산 종주를 하리라 마음먹는다.
바람이 심하게분다.. 바위 끝으로 가기가 무섭다. 떨어질거 같다.
열심히 몸을 사렸다...
아저씨는 돌아온 길로 다시 내려가신단다..슬프다...
평소 혼자 여행을 즐기고 고독을 즐겼는데, 산행은 아니다..
많이 무섭다. 길을 잃으면 어쩌나, 반달곰이 나타나서 내과자 달라고 하면 어쩌나, 올라오면서도 간간히 넘어졌는데, 다리라도 부러지면 어쩌나..
다음부터는 등산을 사람들과 함께 하리라 결심했다.
아마도 아저씨는 나를 한심하게 보았을지도 모르겠다.
첫등산이라는 아이(아이는 아니고 21살의 젊은이다)가 등산화도 안신고 니트스웨터(집에 오는길 기차에서 보니 보풀이 엄청나게 많이 일어났다 ..비싼건데..안타까웠다..)에 면바지, 운동화 신고 올라왔으니...
아저씨가 준 고구마하나를 가방에 넣구 다시 길을 떠난다.
(아저씨와 난 끝까지 이곳이 삼신봉이라 알았지만, 나중에 책을 찾아보니 이곳은 내삼신봉이었다.그럼 삼신봉은 언제 지나쳤을까..)
그래도 내려가는 길은 좀 마음은 편하다.
잠깐 딴생각을 할때마다 발을 헛디뎌서 겁이난다.
경치 감상도 못한다...
절대 바람에 날라갈 무게가 아닌데, 바람에 몸이 자꾸 밀린다.
책에 나온 지명들 쇠통바위고 송정굴이고 뭐가뭔지...아마 지나치긴 했을텐데..나도 모르겠다. 내눈에는 그냥 다 바위다...
그런걸알아야 지금이 어디쯤인줄 알텐데...이정표도 없고 사람 미치게만든다.
쌍계사가는 길의 이정표가 나왔을때 혼자서 열심히 웃어댔다.
추위에 떨어가며 고구마도 먹었다.
이 청학동 내려가는 지름길은 정말 험악했다.
자꾸 넘어진다. 위험하다 싶으면 스키탈때 넘어지는 폼으로 먼저 넘어졌다.
이 길은 올라올때보다 더 미칠뻔했다.
거의 기어서 돌길을 내려가고 있는데, 여럿이서 온 아저씨들을 만났다.
아까보다 더 기쁘다. 이번길은 확신이 정말 안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저씨들은 올라가는 길이다.
대충 인사하고 또 헤어졌다.
그 뒤부터 죽었다 살아난 기분이다.
정말 길잃어서 그대로 산에서 죽는 줄 알았다(청학동 내려오는 길부터는 구조 요청 번호가 쓰여진 막대기조차 없었으니까..)
그래도 나의 살고자 하는 의욕에 정말 놀랐다.
이곳저곳 쑤셔서 평소같으면 못 움직였을텐데, 쉬지도 않고 계속 내려갔으니...
돌길에는 사람들이 다닌 흔적이 없다.
계곡을 찾기로 했다.
물흐르는 곳이 있나 계속 내려갔다...
어디선가 물흐르는 곳이 있어서 거기를 따라갔떠니 호스가 연결되어있다.
호스를 따라 풀을 헤치고 나무를 넘어 나아가니 집(?)이 보인다.
난 살았다.
집 앞으로 내려오니 긴장이 풀리면서 기운이 빠졌다.
움직이기도 힘들었다.
몰골이 흉칙한지라 사람들을 만날게 두려워 나름대로 머리정리하고 옷에 묻은 흙도 털어냈다.
좀 내려와서 식당에 들어가 산채비빔밥을 먹었다.
그뒤 삼선궁도 갔다.
다시 하동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도인촌과 삼선궁이 갈리는 길로 와서 버스를 기다린다. 한시간을 기다려야했다.
엄청 바람분다 길가에 쪼그리고 앉아서 수첩에 끄적거리고 있었다.
간간히 차들이 지나간다.
다들 나를 한번 쳐다보기만 하고 무심한 얼굴로 가버린다.
나의 텔레파시가 안 통한것일까, 태워준다고만 하면 어디서든 내려도 상관없었는데...
내일 계획은 뱀사골이다...하지만 나는 알고있다.
내일이면 엄청난 근육통으로 등산이 가능하지 않을것이란걸...
역시나 워밍업이 아니었다.
40분쯤은 기다렸나보다.
내앞에 차가 서더니 타라는 말에 얼씨구나 하며 탔다.
어디 갈꺼냐고도 안묻는다.. 등산은 안해도 남원쪽을 갈 생각이어서 하동에서 내려달라고 할 생각이었는데,
대화를 하다보니 그분들이 순천에 사는데 선암사가 좋다며 가보란다.
또 아무생각없이 순천까지 따라갔고 순천역에서 내렸다...
정말 고마운 분들이다~이런분들덕에 아직 나에게 세상은 살만하다.
내일 서울가는 기차 시간을 알아보고 선암사행 버스를 타고 갔다.
졸다가 일어나니 벌써 도착했다. 시계도 없고 핸폰 배터리도 거의 없었기에 어느정도 시간이 지났는지 아무것도 모른다.
여관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아침에 TV소리에 일어나려고 했는데, 몸이 안움직인다...
예상했던일이라 놀라지는 않았지만, 서울 올라가는 일정을 맞춰야했기에 미적미적 일어났다.
선암사를 한바퀴 돌고..낙안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한참(약 3km인거 같다..표지판에 의하면)을 걸었다.
낙안읍성..생각보다 작다...
버스시간에 쫓겨 적당히 보고 나와서 순천행 버스를 탔다.
버스안에서 졸음을 못이기고 조는데 자꾸만 가방이 떨어진다.
드디어 서울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으흐흐~정말 행복하다....얼른 인천에 도착했음 하는 맘이다.
이번에는 갑자기 가느라 등산화를 못 준비했는데, 얼른 사러가야겠다.
자켓도 사야겠고, 스틱도 사야겠구....
돈도 못버는 주제에 쓰는 건 잘한다....-_-
아~~또 산 가고싶다...단, 누군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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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의 첫등산 경험기+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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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0.30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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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솔직한 산행기가 정말 재밌네요.. 하지만 하산길에 길 잃은 대목에선 깜짝 놀랬네요..--; 원시림을 헤쳐나가셨군요, 삶에 대한 의지(?)ㅋㅋㅋ 잘 읽었구요, 등산화부터 일단 준비하시구 또 하나씩 준비해가셔요. 겨울엔 보온 정말 신경쓰시구요, 근데 언제 산행하신건지 궁금하네요~
아침에 읽은 이 글..... 넘 즐겁게 해주였답니다.
저도 지난주에 초보인주제에 혼자 떴다가 고생많이 했습니다.지리산 얏봐서는 큰일날것 같더라구여...님이나 저나 좋은 경험한것 같네여...^^산행기 잘봤슴다.
너무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시트콤 애독자(?)가 될 것 같은데... 산에서 뵐 수 있었으면 하네요...
성격이 솔직담백하시군요^^~~ 넘 넘 재미있게 읽었네요~~ 다음에 지리산 갈때 동행하자구요..
으와 정말로 재미있는 아가씨 이네요.. 웃음이 저절로 나오네요. 난 혼자 다니는것 좋아 하는데.. 그래서 나홀로 산행이 많고 그래서 가끔은 샛길에서 엉뚱한 곳으로도 다니고 해메다 길을 찾기도 하는데.. 저번에도 민주지산에서 한참 고생했지요.
삼신봉보다 내삼신봉이 더 높아요..제가 간곳이 135?.?m였거든요..그런데 삼신봉은 12??m니까... 그리고 삼신봉에서 내삼신봉으로 내려가서 청학동마을로 가는거고...
다음 산탈때는 여기 님들과 같이 갔음 하는 바람이 있네요^^
"산으로서는 환경오염이고 나로서는 또다시 사야하는 물건이 되어버렸으니 이중손실이다.." 표현이 끝내 줍니당! 역시 산을 좋아하는 사람만이 산과 함께 시간을 보낼 자격이 있죠 아무타없이 내려올 수 있었던 것도 님의 이런 맘 때문이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드네요
지리산 첨갔던 여름이 생각나네여 전두 빨치산이 다닌다는 마야계곡을 헤집고 내려왔거덩여.......ㅋㅋ 아마두 그기억땜에 지리를 다시 찾고 싶어 질꺼에여~~
난생 처음 첫산행이 지리산이고 그것도 12월25 크리스마스였슴죠..친구랑 단둘이서 눈길을 기어기어 올라갔죠..같이 가자던 친구를 얼마나 원망하고 크리스마스에 왠 쌩고생이냐며 욕하고.. 지금은 제가 더 가자고 졸라댑니다...힘든만큼 푹빠져버리는게 지리산이였던것같아요...글무지 재밋게 읽었습니다
대단대단!!
혼자서 길을잃은 두려움에 얼마나 난감하셨을까? 그래도 무사하시니 다행이군요. 그정도 의지면 지리산 종주도 무난합니다...
저두 혼자다니는 지리산 이지만 길을 잃으면 정말 무섭습니다 처음엔 사람들 많이 다니는 코스를 다녀보시고 차츰 다른코스로 옮겨보심이 어떨지... 내가괜히 걱정됩니다
계획된여행(산행)보단 어느날 홀로더나는 여행이 아쉬움과 추억거리를 더욱더많이 주지않나여^^? 그렇다구 아무준비없이 산행하시는건 좀 골란한데여^^ 걱정되서요^^ 산행기잘읽엇습니다
정말 부러워요 저도 꼭한번 혼자 가보고 싶은데 용기가 안나서..... 대단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