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세면대의 구부러진 난관을 열면 고여 있던 물이 왈칵 쏟아진다. 그 물에는 얼굴의 때도 녹아 있을 것이고, 면도 후 거품을 떠내려 보냈다면 잘린 수염이 그곳에서 자라고 있지는 않을까.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 머릴 감았다면 두피에서 빠져나간 머리카락끼리 밀고 당기는 팽팽한 어떤 균형을 왈칵 쏟아놓진 않을까. 재미있는 발상이고 그런 전개가 끝가지 호기심으로 시를 읽게 한다. 구부러진 난관 그 걸 수직으로 바꾸면 구절양장을 타고 내려간 욕망의 찌꺼기들이 악취가 되어 배수관을 타고 치밀어 올라온다. 그러니까 구부러진 그곳을 가로막는 물의 역할 또한 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반드시 시인이 존재해야하는 어떤 이유인 것은 아닐까.
첫댓글 u자배관-인간의 창자-구절양장-굴곡진 삶에 끼이는 재미
생각하며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