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포 해안로
정기고사가 진행 중인 칠월 첫 주 수요일이다. 오전 일과가 끝나고 학생들은 특이한 식단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전국적으로 급식소 조리종사원이 처우 개선을 위한 파업에 들어 빵과 우유로 대신했다. 급식에 수고하는 조리종사원들이 먼 곳까지 올라갔는지 여부는 알지 못한다. 내가 담임을 맡지 않아 빵과 우유를 받아먹은 학생들의 반응도 알 수 없으나 실망은 않았지 싶다.
업무부서 동료들과 학교 바깥으로 나가 점심을 들었다. 철이 철인지이라 냉면을 먹었다. 나는 담임에 비켜 있어 업무를 좀 도와주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신학기 업무 배정엔 장학금과 수상에 관한 일이 내게 맡겨졌다. 그런데 교무부장이 경력 교사에 대한 배려로 그 업무를 젊은 동료들에게 나누어주어 자리만 지키고 있다. 나는 교실로 들고 나며 정한 수업만 하면 되었다.
떠나온 창원에선 고사기간이면 으레 인근 학교 동료와 자리를 가졌다. 거제에선 그런 인맥이 없어 적적하다. 어제 오후는 심폐소생술 교육 후 자투리 시간 가조도 옥녀봉을 올랐다. 하산 후 샤워와 식사를 끝내고 글을 몇 줄 남기다가 잠에 들었다. 새벽녘 일어나 그 글을 마무리하다 깜짝 놀랐다. 옥녀봉에서 따라온 진드기가 종아리에 붙여 있었다. 별 다른 탈이 없어야 할 텐데.
업무부서 동료와 점심을 들고 간밤 진드기가 염려되어 고현 보건소를 찾아갔다. 절차를 거쳐 대면한 의사는 수련의라는 선입견 때문인지 그렇게 신뢰감을 주지 못했다. 약국을 찾아 그가 끊어준 처방전 따라 소염제와 항 알레르기 알약을 받았다. 원룸으로 돌아와 간편복으로 갈아입었다. 진드기가 겁나 산행은 자제하고 산책을 나섰다. 장승포로 나가 해안도로를 걸어볼 셈이다.
고현터미널에서 배차 간격이 가장 짧은 노선이 능포행 10번과 11번 버스다. 이 버스들은 연초삼거리를 거쳐 송정고개를 넘어 옥포로 간다. 대우조선을 돌아가면 장승포다. 거기서 조금 더 가면 능포에 이른다. 버스가 옥포에서 대우중공업조선소를 돌아 두모고개 너머 장승포에 이르렀을 때 내렸다. 장승포 항으로 나가니 지심도 동백섬으로 떠나는 유람선 터미널이 나타났다.
어항 포구엔 조업을 나서려는 여러 척 어선들이 대기했다. 일부는 시동을 걸고 연방 바깥 바다로 나서려는 중이었다. 멸치잡이 배는 망이 촘촘한 그물을 실어놓고 있었다. 수협 경매장을 돌아가니 거기는 몇몇 인부들이 어구 손질에 바빴다. 장어를 잡는 주낙이었다. 장어를 유인할 냉동오징어도 잘라 넣었다. 연근해 멸치와 장어는 장맛비도 관계없이 여름에 많이 잡히는 듯했다.
포구가 끝난 곳에서 장승포 해안도로로 들었다. 해무가 엷게 낀 포구 바깥엔 지심도가 떠 있었다. 벚나무 가로수가 우거져 여름철이라도 산책하기 좋았다. 낭떠러지 아래는 갯바위에서 낚시를 즐기는 태공들이 보였다. 고소공포가 많은 나에게 보기만도 아찔했다. 장승포에서 바깥 바다는 유무인도가 없는 망망대해였다. 어선은 작아 보였고 천연가스 운반선이 해상에서 대기했다.
망산으로 오르는 등산로를 지나도 해안로는 계속되었다. 길섶 언덕에는 여러 송이 수국이 피어 예뻤다. 평일 오후였지만 산책 나온 사람들이 간간이 지났다. 장승포와 능포에 사는 사람들에겐 아주 좋은 산책로가 될 듯했다. 가드 레일로 막은 언덕 아래 텃밭은 고추를 비롯한 여러 작물이 자랐다. 자동찻길이 끝나 바닷가 절벽으로 내려가는 곳에 해원암으로 가는 이정표가 나왔다.
해안로에서 양지암 조각공원으로 가는 길로 들었다. 능포마을과 항구를 바라보는 언덕엔 여러 점 조각품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한 점 한 점이 작가에겐 땀 흘려 제작된 작품이이라. 조경수가 적고 어려 여름엔 뙤약볕이라 조금 아쉬웠다. 산책로는 능포 삼림욕장으로 이어졌다, 그 숲길이 끝난 양지암엔 등대가 세워져 있다. 그긴 전에 나가봐 능포 포구로 내려가 시내버스를 탔다. 19.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