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특별자치도 고성군 죽왕면 문암진리에 있는 고성 능파대(凌波臺)
문암진리의 능파대(凌波臺)는 육계도(陸繫島, land-tied island)를 이루는 암석해안 상에 발달한 대규모 타포니(tafoni) 군락이다. ‘파도를 능가하는 돌섬’이라는 능파대의 이름은 파도가 몰아쳐 바위를 때리는 광경을 빗대어 붙여졌다. 육계도는 모래더미가 쌓여 육지와 연결된 섬을 말하며, 타포니는 암석의 측면(암벽)에 벌집처럼 집단적으로 파인 구멍들을 가리킨다. 능파대는 본래 문암해안 앞에 기반암(화강암)이 노출된 섬(암초)으로 존재하였으나 파랑의 작용이 줄어드는 섬의 배후에 문암천에서 공급된 모래가 쌓임으로써 육지와 연결되었다. 그러나 현재 능파대의 남측경계를 따라 문암 2리 항구가 들어섰고 섬과 문암해안을 연결하는 육계사주상에 취락이 들어섬으로써 육계도의 원형은 거의 관찰할 수 없다.
고성 능파대(凌波臺)는 BTS 앨범 촬영지이기도 하다.
[[조홍섭의 물바람 숲] 세월이 빚은 화강암, 조각품의 백화점
능파대와 서낭바위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암석은 화강암이다. 특히 2억1000만~1억5000만년 전 사이에 만들어진 ‘쥐라기 화강암’은 남한 면적의 거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고성 일대의 기반암인 화강암도 이때 만들어졌다.
화강암은 압력과 온도가 높은 지하 수십㎞에서 형성된 암석이다. 그래서 압력이 낮은 지표에 나오면 수분 등의 영향으로 쉽사리 풍화된다. 바닷가에서는 소금기가 풍화를 가속한다. 암석 광물 사이에 낀 소금 결정이 수분을 흡수해 팽창했다가 수분을 잃으며 수축하는 과정에서 단단해 보이던 화강암은 빵조각처럼 부풀어 오르고 떨어져 나간다.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 문암진리에 있는 능파대는 화강암이 모래가 되기 전 마지막으로 빚어내는 기기묘묘한 풍화 산물의 전시장이다. 애초 섬이다가 문암천이 쓸어온 퇴적물로 육지와 연결된 능파대는 ‘파도를 이기는 바위’란 이름대로 화강암 암반이 파도와 소금기와 맞선 흔적이 1.5㎞ 범위에 걸쳐 펼쳐져 있다.
특히 이곳에는 암석이 풍화돼 벌집처럼 구멍이 숭숭 뚫린 ‘타포니’와 항아리처럼 구멍이 움푹 파인 ‘나마’ 지형이 다양한 크기와 형태로 나타나 있다. 최돈원 박사(강원도 환경과)는 “수중에서 이곳 암반을 보면 타포니와 나마가 나타나지 않아 공기 속의 파도와 소금기가 원인임을 짐작할 수 있다”며 “안개가 자주 끼는 이 지역의 기상도 소금 풍화를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능파대에서 10㎞ 북쪽인 송지호 해안에도 비슷한 화강암 지대인 서낭바위가 지질명소로 지정돼 있다. 화강암의 틈이 두부모처럼 갈라지거나 밀가루 반죽처럼 긴 고랑을 이루는 등 다양한 풍화 지형이 드러나 있다. 특히 이곳에는 주민들이 당제를 지내는 독특한 모양의 부채바위가 눈길을 끈다. 커다란 화강암 바위를 가는 규장암이 위태롭게 버티고 있다. 길영우 전남대 교수(지질학)는 “화강암을 나중에 규장암 암맥이 뚫고 들어왔는데, 석영 성분이 많아 더 강한 규장암이 침식에 잘 견뎌, 가는 목으로 부채바위를 지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성(강원도)/조홍섭 환경전문기자]
[타포니(tafoni) : 기계적 풍화 작용과 관련한 지형으로서, 암벽에 벌집처럼 생긴 구멍 형태의 지형을 일컫는 말이다. 암석에의 선택적 풍화가 촉진되어 발생하는 것으로 집단적으로 발달하는 경향이 크다. 우리나라의 마이산 암벽에서 전형적인 타포니 지형을 찾아볼 수 있는데, 이는 경상계 역암으로 이루어진 마이산의 암벽이 겨울철 동결과 융해를 반복하면서 자갈 성분의 암석이 수직적인 암벽에서 잘 떨어져 나가 크고 작은 구멍들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나마(Gnamma pit, 風化壕)
나마(gnamma)란 수평 또는 거의 수평적인 암석의 표면에 형성된 폐쇄형 와지를 의미한다. 보통 풍화작용에 의해 암반에 수직으로 발달한 구덩이를 가리킨다. 연구자에 따라서 ‘Opferkessel’, ‘Pias’등의 용어를 사용하기도 하며, 풍화호(風化壕)라고 번역하기도 한다.
풍화(風化, weahtering)는 물리적 요인이나, 화학적 요인, 또는 생물학적 요인에 의해 암석이 제자리에서 붕괴되거나 분해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풍화작용을 받은 부분은 다른 부분보다 쉽게 제거되어 풍화혈(weathering pits)로 발달한다. 암석 표면에서 나타나는 풍화혈은 그 형태에 따라 수직절벽에 형성된 수평적인 풍화혈과 수평면에 수직적으로 발달한 풍화혈(=풍화호)로 구분된다. 일반적으로 전자를 타포니(tafoni)라고 하며, 후자는 나마(gnamma)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러한 구분이 명확한 것은 아니어서 나마를 타포니에 포함하는 연구자도 있다.
나마는 규산염으로 이루어진 여러 암석에서 발달하지만 특히 화강암이나 사암에서 가장 탁월하게 나타난다. 나마가 발달하는 기후는 극지에서 사막까지 다양하다. 나마는 주로 용식과 같은 화학적 풍화에 의해 발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동결융해, 염풍화, 생화학적 풍화 등에 의해서도 형성될 수 있다. 풍화작용 때문에 암석 표면에 구멍이 생기기 시작하면 풍화가 더 빨리 진전되어 구멍의 크기가 확장되고 이것은 이후의 풍화작용이 더 쉽게 발생하는 기회가 된다.
나마는 수평면에 발달하는 또 다른 수직 구멍인 포트홀과 그 형태가 비슷하다. 하지만 두 지형은 성인적 측면에서 서로 구분된다. 즉 나마가 주로 화학적 풍화에 의해 형성되는 지형인데 비해, 포트홀은 하천 퇴적물의 마식작용으로 기반암 하상에 형성되는 구멍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나마는 우리나라 화강암 산지의 정상부에서 비교적 흔하게 관찰되는 지형이다.]
고성 능파대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