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아버지 기일을 하루 앞둔 날. 상급기관으로 부터 서울로 출장을 가야겠다는 전화가 왔다.
내겐 너무 먼 당신인 서울.
어지간한 일에는 실랑이와 분쟁이 싫어서 그러마고하는 나지만 웬지 선뜻 "알겠슴다"라는 말이 나오지않았다.
비슷한 업무를 맡은 후배가 퍼뜩 머리를 스치길래 두 사람이 의논해서 금방 연락을 드리겠노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다행히도 이 남자 후배는 별로 무섭지도 않고 늘 부드러운^^ 나이많은 선배의 말이지만 싫다고는 하지않았다.
출장기안과 열차표 예매등의 딸린 일들이 있기도하여 퍼뜩 전화를 드렸는데
이미 그 상부에서는 내 이름으로 공문을 보냈노라고 했다.
에휴~
나 정말 서울 어색하다. 그라고 이리저리 엉킨 지하철역 출입구 찾기도 어렵고 복잡고 어디가 어딘지 모르지싶고...
정말 낯설고 안 내키는데...
뭐 할 수 없었다. 내자식 키워내는 월급 없이도 얌전하게 현모양처로 들어앉을 요량이 아니면 따라야한다.
다행인것은 도 단위로 동행자들이 세명에다 책임자인 전화건 분이 있으니 옆에 바짝 붙어서면 되려니.
인터넷으로 ktx 왕복열차표를 예매를 했다.
오매~ 왕복 거의 8만원 정도 된다. 순전히 주요차비만. 하지만 다녀와서 복명서를 내면 출장비라는 것을 주니 공돈이 나가는 건 아니다.
동행자라고는 해도 겨우 안면만 있을 뿐인데 안 편하다.
그래도 동대구역에서 개찰을 하고는 아쉬운 내가 먼저 전화를 한다.
"저는 2호차입니다. 서울역 하차해서 바로 문앞에서 뵙겠습니다..."했다.
차안에서 자료를 검토하면서 약간의 낭만적인 감성이 열차밖으로 눈을 돌리게 하고 눈 없는 대구와 달리
충청도로 올라갈수록 산천이 하얗다.
서울역에서 내려 내 주특기인 빠른 걸음으로 나가 문 앞에 서서 눈에 힘을 주고 나오는 사람들을 쳐다봤다.
한참을 기다렸는데 전화가 온다. "롯데리아 앞에 있"다고 한다.
푸드코너에서 점심을 먹고 그분이 앞장서고 서너명은 이동을 한다. 지하철 4호선을 타고 서울시교육연수원을 찾아간다는데 이분들은 대구에서 시내버스타고 시내나가듯이 한다. 우리와 전철을 타는 절차도 다르다.
촌스런 나는 전국통용교통카드겸용 신용카드도 한장없다. 다행인건 젊은 사나이 한명도 그런건 못 키웠는지 같은 입장이다.
그 중 한 동행자는 3장이나 있어서 하나씩 빌려준다. 고마우면서 부럽기도하다.
그들은 형제와 아들딸이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고 자리를 잡아 서울이 옆동네인가보다.
우리마실은 지하철은 정직하게 지하로만 가는데, 서울 지하철은 땅위로도 가고 한강도 보인다.
신림역인가에 내려서 택시를 타야하는데 모두 5명이다.
나는 촌티를 안 내려고 2와 3으로 나눠서 타자고 한다.
그런데 우리의 이끔이는 기사님께 말씀드려 가까운 거리니 뒷자리에 4명이 타는걸 허락 받는다.
오~ 서울이 코 베어가는 곳은 아니구나. 싶다.
교육을 받고 지하철 역까지는 짧은 거리니 걸어가자고 하신다.
걸어오면서 둘러보니 서울이 갑자기 그렇게 생소하거나 낯설거나 인정머리 없이 보이지는 않는다.
옛부터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로 보내라고했다던가.
많은 사람들이 모여사는 이유가 뭔가 있겠지싶기도하다.
서울역에서 아이스크림 한컵씩을 들려드리고 나는 결국 촌스러움을 버리지못한듯 이가시려 먹지못하고
편안하게 대구로 향하는 열차에 올랐다.
씽씽 열차는 잘도달려오고 돌아오는 발걸음은 무사히 서울을 통과했다는 안도가 생긴다.
이렇게 몇번 하다보면 익숙해질려나.
서울에서 성공적인 삶을 꾸려가고있는 우리 친구들이 갑자기 대선배님처럼 존경스럽게 느껴진다.
시상에나~ 어떻게 저리 복잡하고 거대한 서울에서 저마다 나름대로 자리를 지키고 가정을 꾸리고 가족을 이끌며 살아가고 있을까싶어진다.
훗날 내 아이들이 장성하면 나도 서울을 홈그라운드삼아 활보할 수도 있을까.
하여간
오랫만에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한쪽 귀퉁이를 별탈없이 아주 무사히 잘 다녀왔다.
서울에서 터 잡고 사는 우리 동기들 참 대단하게 보인다.
친구들이여~ 서울에서 굳건하게 행복하게 영원하시길~~
첫댓글 ㅎㅎ 난 다행히 서울이 아니어서 살기가 좀 나은데...
사는거야 어디나 다 똑같지....특이하다면, 서울은 지상보다 지하에 사는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 싶다...그리고 지하 땅 속이 더 교통이 발달 되어 있고.......그리고 유람선이 다니는 한강이 있는데..30년을 살았는데...나도 아직 못 타봤다...언제 우리 동창들 유람선 타고 여름밤 야경 구경하면서 맥주 한잔 하는 날 ...고대해 본다
ㅎㅎㅎ친구의 설 기행기 잘 봤다~^^
해마다 약 4~5회 올라가는 난 좀 낫네~ㅋㅋ
다음에 갈 때는 기별해라 내가 안내해주꾸마~ㅎㅎ
서울리 그리 낯설면 우짜노 ㅎㅎㅎ 말 통하지 음식 입에 맞지 그러면 되었지...
나도 서울한번 갈려면 간다는거부터 신경 쓰인다. 언젠가 서울역 햄버거 매점에서 콜라와 햄버거먹고 나서 강산성 콜라가 치아에 안좋을거 같아 입가심이나 할려고 물한잔 찾았더니 억수로 말만 친절한 아가씨가 생수는 요 밖 매점에서 판매합니다 감사합니다 손님 ~ 라고 아주 친절하게 가르쳐주더라 제길~
난 낯에는 서울 밤에는 안양...도심은 살기는 편한데...왠지 재미가 없어...
서울기행 맛깔스럽게 쓰셨네~ 우리나이 50.. 세상 따라가기가 좀 부치지만 나드리땐 교통카드로 버티지...기양갈려면 복잡혀
나도한때 서울5년 살았는데 고마 티~가나서 도로 원주왔다카이 난못살아 ㅠㅠ 서울 수학여행 그땐좋았지 그제?
요세는 도로 억수로 좋다카든데, 그래도 서울사람보믄 좀달라보여 ~~잘생기고 희고~~ 점화보다는 빠지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