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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길을 고집스럽게 걸어간 별난 조선 남자 12명의 아주 특별한 이야기
1. 주상, 당신이 틀렸소
정조의 문체반정에 반기를 들었던 이옥
문장을 중요시하는 정조가 문체반정을 시행했을 때 이옥은 과거시험 답안지를 소설 문체로 작성했다는 이유로 정조에게 반성문을 쓰라는 수치스러운 벌을 받았다. 이후 이옥은 문장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 하나로 그의 생은 출세의 길이 막힌 채 엉망진창이 되었다. 글은 근엄해야 한다는 정조의 생각에도 불구하고 이옥은 자신의 정을 그대로 글로 옮기는 자신만의 글쓰기 방식을 끝내 굽히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운명과 문학을 맞바꾸었던 소신파 선비였다.
2. 아내가 그리워 매일 밤 눈물을 흘렸소
죽은 아내에게 수십 편의 글을 남긴 심노숭
타인의 시선과 체면을 중요시했던 유교 사회에 아내를 잃은 슬픔과 그리움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아니고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심노숭은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를 그리워하는 글을 평생 동안 써서 남겼는데, 이러한 예는 다른 이들에게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사회에서 못난 남자라는 손가락질을 받았을 법도 하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는 성리학적 사유에 구속되지 않고 마음속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했던, 그야말로 시대를 앞서 간 지식인이었다.
3. 그 누구도 내 글을 비난할 수 없소
자신을 최고의 문인으로 믿었던 요절 시인 이언진
이언진은 자신의 실력에 자부심이 대단했던 중인 문학가였다. 당대 최고의 문학가였던 연암 박지원에게 당당히 도전장을 던진 그는 연암의 호된 평가에 독설로 맞설 정도로 자신감이 충만했다. 하지만 그도 양반들이 자신의 문학을 인정해주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심한 좌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서 강한 자의식을 지녔던 중인들의 슬픈 자화상이 잘 드러난다.
4. 아이는 할아비인 내가 키우겠소
손자의 육아 일기를 남긴 이문건
조선 시대에 아이 기르는 일만을 전적으로 기록한 일기는 이문건의 「양아록」이 유일하다. 아이의 사소한 성장 과정을 기록하는 것은 남자답지 못한 행동이라 손가락질할 시대에 이문건은 남의 시선에 개의치 않고 손자가 자라는 과정을 꼼꼼하게 기록했다. 손자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느끼는 신기함, 병에 걸린 손자를 지켜보는 안타까운 마음, 말을 듣지 않는 손자에 대한 분노에 이르기까지 할아버지의 솔직한 마음이 그대로 나타나 있다. 「양아록」의 흥미로운 기록을 통해 우리가 몰랐던 조선 시대 선비들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5. 벗 없는 세상에선 벼슬하지 않겠소
친구의 죽음에 과거를 포기한 박지원
당대 조선 최고의 문학가인 연암 박지원이 과거를 통한 출세를 아예 단념한 이유는 절친한 벗의 죽음 때문이었다. 친구 간의 의리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은 없겠지만, 연암처럼 친구의 죽음에 상심한 나머지 자신의 앞길을 포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쉽게 손에 잡을 수 있었던 영화를 뒤로하고 처절하리만큼 친구의 죽음을 슬퍼했던 연암의 모습은 우리에게 우정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해준다.
6. 개처럼 사느니 차라리 흙이 되겠소
스승의 죽음에 평생을 은둔한 양산보
기묘사화로 스승 조광조가 죽자, 그의 촉망받는 제자였던 양산보는 큰 충격으로 출세를 포기한 채 고향 땅에 소쇄원을 짓고 평생을 처사로 지냈다. 그와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소쇄원은 처사들의 마음의 안식처였다. 사림들이 역경을 딛고 다시 역사의 전면에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양산보와 같이 절개를 지켰던 선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7. 어머니를 위해 소설을 쓰겠소
극진한 효심으로 소설 『구운몽』을 지은 김만중
효는 조선 시대 최고의 가치였다. 김만중은 양반 사대부 가운데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가장 적극적으로 표현했던 인물이다. 복잡했던 시기에 관직 생활을 한 까닭에 정치적 부침이 끝이 없었지만 그의 마음속 한가운데에는 언제나 어머니가 자리 잡고 있었다. 유배라는 정치적 역경 속에서도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려는 일념으로 『구운몽』을 지었던 김만중의 효심은 보통 사람이 흉내 내기 어려운 것이었다.
8. 실천하지 않는 학문은 하지 않겠소
의리와 실천으로 무장한 행동파 유학자 정인홍
파란만장했던 정인홍의 삶을 일관한 한 가지 정신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의리였다. 그는 평생 스승에 대한 의리, 국왕에 대한 의리를 실천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따지고 보면 그의 삶을 파란만장하게 만든 것도 바로 그 의리였다. 스승 남명 조식에 대한 의리를 지키려다 남인을 중심으로 한 유생들의 비난을 한 몸에 받았으며, 광해군에 대한 의리를 실천하다가 광해군 대 실정의 책임을 모두 뒤집어쓰고 비참한 최후를 맞은 것이다. 지나친 엄격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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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보통 사람에게는 없는 특별한 ‘무엇’을 가진 별난 조선 남자들
여기 가장 사람답게 산 사람들이 있다. 완고한 세상의 벽,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에도 굴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었던 사람들. 누가 뭐래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험한 세상을 씩씩하게 걸어간 조선 남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그들은 온갖 시련과 고통에도 굴하지 않고 자기가 가고 싶은 길을 기꺼이 선택한 진정 용기 있는 사람들이다. 이 별난 조선 남자들의 독특한 삶의 무늬들을 그려낸 책이 출간되었다.
<소신에 목숨을 건 조선의 아웃사이더>에는 시대의 벽에 부딪쳐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아야 했던 12명 조선 선비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들이 세상에서 출세나 성공이라 부르는 탄탄대로의 보장된 길을 마다하고 가시밭길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왜 모든 사람들이 가는 안전한 길을 두고 홀로 외롭고도 험한 길에 자신의 인생을 던졌을까?
https://www.youtube.com/watch?v=1AXZYix6pxQ
이들이 출세나 성공이나 안락함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한 가치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세상을 나답게, 내 방식대로 사는 것이다. 어느 누구의 강요도 아닌, 내가 선택한 삶, 진짜 내 삶의 주인으로 사는 것이다. 불편과 고통과 좌절 앞에 뜻을 꺾고 무릎을 꿇지 않는 것, 자신이 생각한 신념과 소신을 굽히지 않는 것이야말로 이들이 선택한 참다운 삶의 가치인 것이다.
타협이 때론 온화하고 융통성 있는 태도이며 이 시대에 필요한 덕목이라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자기 자신을 속이면서까지 비겁하게 타협하는 것이 과연 융통성 있는 태도일까? 이 책에 등장하는 12명의 조선 선비들은 소신과 신념으로 가득 찬 천하의 고집쟁이들이다. 하지만 어느 누가 이들을 융통성 없다고 나무랄 것인가? 이들은 누가 뭐래도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다 간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또한 소신 하나로 세상을 상대한 별난 사람들이자, 자신을 아낄 줄 알았던 가장 멋진 사람들이었다.
이 책을 통해 평생을 관통해 그들의 삶과 정신을 받쳐주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함께 들여다보자.
내 삶의 주인은 바로 나 ― 자신만의 방식으로 인생을 완성한 아름다운 조선 선비 12인
이 책은 시대의 벽에 갇힌 조선의 아웃사이더 12인을 다루고 있다. 이 책에 나오는 대부분의 인물은 소신 때문에 타인과 화합하지 못한 채 굴곡이 심한 인생 역정을 살았다. 그들의 소신이란 것이 시대적 대의를 품은 원대한 것도 있지만, 남들에게는 하찮게 보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소신도 있다. 제약과 굴레가 덧씌워진 닫힌 세상은 이들의 소신을 위험천만한 약점으로 만들어버렸지만 이들은 절대 피하지 않았다. 이들의 삶이 올바르고 바람직스럽다고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없는 특별함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는 색다른 감동을 주기도 한다. 때로 의미보다 감동이 삶에 더 큰 활력을 주는 법이니까.
다른 사람과 화합하지 못하고 굴곡이 심한 인생이었지만, 그들에겐 목숨과도 바꿀 수 없는 강한 줏대가 있었다. 그들은 험난한 길이지만 그 길을 걷는 데 절대 주저하지 않았다. 이 책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인생을 완성해가는 남자들을 역사 속에서 재발견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또한 평생 자기 삶에 충실하며 ‘나답게’ 살다간 조선 선비들의 꼿꼿한 기개와 열정을 만나볼 수 있다.
자신만의 소신과 철학으로 무장한 채 닫힌 세상과 마주한 12명 조선 남자들의 이야기는 오늘날 남자답게, 사람답게, 그리고 진정 나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해줄 것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외톨이, 그러나 삶의 진정성만은 누구보다 강했던 조선의 아웃사이더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아웃사이더란 ‘사회의 기성 틀에서 벗어나서 독자적인 사상을 지니고 행동하는 사람’을 지칭한다고 나와 있다. 우리가 사회적 ·경제적 ·법률적으로 일정한 테두리를 만들어놓고 그에 맞는 행동을 하지 않는 자, 즉 우리가 금 그어놓은 테두리 밖에 있는 자들을 흔히 아웃사이더라고 하는 것이다. 이 단어 자체도 이것과 저것을 구분하려는 편가르기적 사고를 떨치지 못한 모순을 안고 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이 책에서는 사상의 벽, 제도의 벽, 신분의 벽 등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벽들로 인간의 사고와 삶의 자유가 억압당했던 조선시대에 누구보다 자신의 생각과 삶에 충실했던 사람들을 조명해보고자 했다. 주류에 편입되기를 열망하는 대신 홀로 당당히 아웃사이더의 길을 자처한 진정한 의미의 자유인들을 만나보았다.
시대적 잣대로 인해 그들의 인생 자체가 역사적 홀대를 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으로부터 비롯된 성과물인 이 책은 새로운 각도로 인물의 생애를 성찰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개인의 삶과 다양성이 존중되는 오늘날의 시점에서 새롭게 살펴보는 조선시대 아웃사이더들의 삶은 극심한 시대적 제약과 한계 속에서 이뤄낸 소신의 삶이라는 점에서 우리에게 더욱 큰 울림을 전해줄 것이다.
어제 한 말을 오늘 손쉽게 뒤집고, 소신과 줏대도 필요에 따라 바꾸며, 이익을 위해선 자신의 생각이나 자존심조차 쉽게 구겨버리는 세태 속에서 이 책 속의 인물들이 우리에게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잠시나마 되돌아볼 수 있게 해주기를 기대한다. 누구보다 자신의 생각과 삶에 충실했던 사람들, 소신 하나로 진정 자기답게, 사람답게 살았던 조선 남자 12명의 이야기는 정체성 부재의 이 시대에 우리에게 색다른 사유의 장을 제공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