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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축구를 잘하는 친구들이 정말 많구나.”
수차례 진행된 전지훈련과 총 두 번의 시즌을 보내고 난 뒤,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제가 느꼈던 감정입니다.
제가 축구를 시작했을 때와 비교하면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예전의 제가 느꼈던 감정과 요즘 아이들이 느끼는 감정에는 감정의 크기 차이는 있겠지만, 감정을 느끼고 못 느끼고의 차이는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요즘도 축구를 배우기 시작할 때의 출발 지점이 아이들마다 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 당시에는 전혀 몰랐으나 시간이 지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축구를 처음 시작할 때 축구를 잘하는 친구들과 저는 애초부터 출발 지점이 달랐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긴,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어떻게 모든 선수의 출발 지점이 다 똑같을 수 있을까요?
제가 생각할 때, 각 아이들마다 선수로서의 출발 지점이 다른 이유는 아래의 4가지로 분류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유전적 요인 : 직계 가족이 운동선수 출신으로 좋은 유전자를 물려받은 친구
2. 운동 신경 : 어릴 때부터 특출난 운동 신경을 갖추고 있던 친구 (예: 전교 달리기 1등)
3. 조기 교육 : 재능을 일찍 알아보고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축구를 전문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친구
4. 전문적인 지도 : 소속 팀 지도자 또는 외부 지도자로부터 개인 또는 그룹 레슨을 꾸준히 받는 친구
저의 부모님을 설득할 때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시켜만 달라고 부탁드렸을 당시가 떠오릅니다.
사실 저는 저보다 앞서나가고 있는 친구들, 즉 위 4가지 요소에서 저보다 뛰어난 그들을 따라잡을 수 있으려면 정말 죽을 각오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것 자체를 몰랐었습니다. 그리고 몰랐었던 것만큼 당연히 노력 자체를 하지 못했습니다.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닙니다. 진정으로 차이의 근원을 모르기에, 적합한 노력을 하지 못하고 그저 열심히 운동장에서 뛰어다니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런 생각도 듭니다.
“내가 설령 앞서가는 아이들의 차이를 제대로 인지했다고 한들, 초등학교 연령대 아이 혼자에게 ‘노력, 노력, 노력’만을 강조한다면, 그것은 꿈을 담보로 한 ‘가혹 행위’가 되는 것이 아닐까?”
유소년 (幼少年) : 유년과 소년기의 아이들을 일컫는 말
유소년 선수들은 필히 보호받아야 할 존재들입니다. 정신적, 신체적으로 완성되지 않은 아이들이 꿈을 담보로 잡혀 유소년으로서 견디기 힘든 노력을 강요받는다면, 설령 실력은 기를 수 있어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올바른 가치관 형성 자체에 문제가 생깁니다.
물론 축구 실력도 혼자 향상시키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메시와 호날두, 음바페와 같이 천재적인 재능이 없는 대부분의 유소년들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때문에 저는, 프로축구선수를 꿈꾸는 아이의 부모님께서 아이와 함께 축구를 공부해야 하고 또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소년 선수의 본분이 열심히 훈련하며 성장하는 것이라면, 유소년 선수 부모의 본분은 아이 홀로 짊어지게 될 그 ‘노력의 무게’를 아버지와 어머니가 합심하여 적절히 배분하고 또 함께 짊어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당신은, 유소년 선수의 부모로서 그 본분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저의 부모님께서는, ’축구를 좋아하니까 축구선수가 되고 싶다‘는 제 순수한 감정만을 믿고 축구를 시키셨습니다.
저를 믿어주심에 감사하지만, 동시에 지나치게 단순한 의사결정이기도 한 것이지요.
저와 경쟁해야 하는 선수들과 비교했을 때 저의 재능이 어느 정도인지, 제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팀 훈련 외 시간에 제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그리고 저의 장, 단점은 어떠한지 등을 전혀 모르신 채 우리 가족은 저로 시작된 우리 가족의 축구 인생 전체를 축구부 감독님께 전적으로 맡기셨습니다.
“세민이는 재능이 있고 열심히 하면 프로축구선수가 될 수 있습니다.”
축구부 감독님의 이 짧은 메시지 안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숨어 있는지 모른 채, 축구를 시작했습니다.
운동선수 출신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오신 아버지, 어머니께서도 ’유소년 선수 학부모‘ 역할이 처음이시기도 하셨고, ‘축구‘라는 새로운 분야 앞에서 저만큼 제 부모님도 순수하셨습니다.
성인이 되어, 제 어머니께 질문을 드렸습니다.
만약 그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제가 똑같이 축구를 좋아하고 축구선수가 되고 싶다고 한다면 축구를 시키셨을 것이냐고.
어머니의 대답은 단호했습니다.
“축구 안 시켰다.”
저는 지금 축구를 통해 밥을 벌어먹고 삽니다. 남부럽지 않은 삶을 축구로 영위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축구를 시키지 않겠다’는 어머님 당신의 말씀은 아마도,
“학부모로서 잘 모르기에, 최선의 지원을 해주지 못한 당신 스스로의 아쉬움과 후회가 투영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비록 축구선수로서 최고의 자리까지 올라서지는 못했지만, 저는 지금 교육자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누적 1천 명 이상의 유소년 선수들, 그리고 그들의 부모님들을 만나며 ‘아이와 부모가 어떻게 호흡을 맞춰야, 가장 이상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나름의 결론들을 만들어 갈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자 합니다. 온라인을 통해, 유소년 및 학부모를 위한 축구 교육에 도전합니다.
조세민의 “축구를 공부하다 멤버십” (이하 축공 멤버십)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축공 멤버십”을 기획하며, 북극성으로 삼은 것은 바로 제 어머니입니다. 제 어머니의 대답이 이렇게 바뀔 수 있는 교육을 만들어야겠다 다짐했습니다.
”세민아, 이제 축구가 어떤 스포츠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만약 과거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아무것도 모르고 축구를 시켰을 때보다 더 나은 방법으로 너의 꿈을 지원해 줬을 거야.”
앞서 저는 출발 지점이 다른 이유를 총 4가지로 분류해서 소개해 드렸습니다.
1. 유전적 요인 : 직계 가족이 운동선수 출신으로 좋은 유전자를 물려받은 친구
2. 운동 신경 : 어릴 때부터 특출난 운동 신경을 갖추고 있던 친구 (예: 전교 달리기 1등)
3. 조기 교육 : 재능을 일찍 알아보고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축구를 전문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친구
4. 전문적인 지도 : 소속 팀 지도자 또는 외부 지도자로부터 개인 또는 그룹 레슨을 꾸준히 받는 친구
안타깝게도 99% 아이들은 위 4가지 요소를 전부 갖추고 시작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그럼 상위 1%의 이른바 ‘타고난 & 금수저 아이들’만 성공할 수 있느냐? 당연히 아니라는 것, 여러분도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것은 간단합니다.
‘왜 우리 아이는 재능이 없을까?’, ‘왜 우리 아이는 훈련을 열심히 하지 않을까?’를 한탄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학부모님 모두 축구를 치열하게 공부하고 훈련해야만 합니다.
아이만 축구를 공부해서는 안 됩니다. 아이만 운동장에 나가 훈련해서는 안 됩니다.
부모 역시 함께 축구를 공부해야 하고, 부모 역시 부모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서포트해야 합니다.
박지성 선수, 손흥민 선수, 이강인 선수. 그들 뒤에는, 그들의 부모님의 노력과 헌신이 있었습니다. 적당히 해서, 적당히 프로축구선수가 될 확률은 ‘제로’입니다. 하고자 한다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이번에 제가 준비한 “축공 멤버십”에서, 축구선수를 둔 부모님과 선수가 할 수 있는 최선이 무엇이고, 또 할 수 있는 최선을 함께 수행해 나갈 수 있는 ‘시스템’과 ‘문화’를 만들고자 합니다.
일주일 뒤인 7월 25일 목요일 오후 8시 ~ 9시, <부모님이 축구를 함께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주제로 라이브 특강을 진행합니다.
스페인 유학, 각급 유소년 학생들의 지도 경험을 바탕으로 얻은 인사이트를 아낌없이 나누겠습니다. 특강을 들어 보시고, 보다 깊은 축구 공부를 함께 하고 싶은 분들께 감히 “축공 멤버십 1기”로 등록해 주시길 요청드리는 바입니다.
이번 특강은, 축구선수를 꿈꾸는 자녀를 둔 비선수 출신 부모님들께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부모님이 축구를 함께 공부해야 하는 이유> 특강 신청은 아래 링크를 통해 진행하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조세민 감독 드림.
* 조세민 감독 약력
- 스페인축구협회 UEFA 라이센스
- 대한축구협회 AFC 라이센스
- <그들은 왜 이기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가> 저자
- 대한축구협회 골든에이지 연구 지도자
- <조세민의 풋볼레슨> 대표
* 무료 특강 신청 링크:
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쉽지않은 길이예요ㅠ
정말 힘든 길입니다. 하지만 걷는 그 여정 속에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부 하며 운동하는 건 혼자 힘으로 되는 일이 아닌 것 같아요...
응원합니다.
힘든 길 부모로써 아이와 함께 뚜벅 뚜벅 가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시간이었을텐데 지났네요 이 카페를 이제 알게되어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