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다섯, 오동 둘, 명주실 넷, 가죽 둘.
관이 다섯, 현이 둘, 관이며 현이 넷, 두드림이 둘.
보름날, 열다섯보다 둘이 적은 숫자가 모였군.
오지 못한 분들은 다음 모임에 보기로 하고.
부럼을 깨 먹으며 생존의 부스럼을 없애기로 하고
청주를 마시며 귀 밝은 연주자가 되기로 다짐했지.
어울리어 어우러지는 소리의 으뜸을 찾아
자신을 녹여 하나의 어울림으로 가는
소리의 발자국들이 가뿐하더군.
작은 우주마다 소리의 추구함이 다르니
주관적인 음정과 박자를 버리고
나를 덜어 네 무게에 맞추고
너를 키워 내 높이에 맞추며,
가다 보면 문득 하나가 되지.
허공의 숲길에 발자국을 찍을 적
나 하나는 점이 되고
너와 둘이면 선이 되고
우리 셋이면 면이 되다가
열이면 입체가 되어 하나의 길이 되지.
열이 찍은 발자국들이 선율로 이어지면
아름답게 구부러진 오솔길이 되는 거야.
관과 현이 황금분할 구도로 어우러지며
그려내는 소리 숲속의 오솔길을 걷던
그대들이 어찌 자랑스럽고 예쁘던지.
헤어지기 싫어 뒤풀이와 찻집을 지나
그대들 떠난 아쉬움에 하늘을 보니
보름달 뜬 거울에 비치는 얼굴들.
벌써 보름 후를 손꼽으며 셋째 일요일을 기다린다네.
====================
정악을 좋아하여 유초신을 대충(?) 불거나 타보신 분들은 누구나 언제나 환영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