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1127) - 등고자비(登高自卑)를 새기며
매주 월요일 저녁에 KBS1에서 방송되는 우리말겨루기를 열심히 시청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읽고 쓰기에 관심이 많아서였을까, 대학입시 때도 국어과목이 쉬웠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런데 어떤 낱말이나 띄어쓰기 문제는 지금도 어려운 관문, 갈고 닦은 출연자들도 그 벽을 쉽게 넘지 못한다. 우리말도 이렇게 어려운데 외국어는 어이하랴. 그래도 틈나는 대로 영어, 일본어, 중국어를 익히고 있다. 배우고 때때로 익히니 이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悅乎!)
최근의 방송에서 익힌 술어 하나는 등고자비(登高自卑,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해서는 낮은 곳에서부터 시작한다는 뜻), 등잔 밑이 어두웠는지 미처 새기지 못한 용어가 반갑다. 그러고 보니 높은 산을 낮은 곳에서부터 시작하여 힘겹게 오른 추억들이 뿌듯하다. 삶 자체가 고산준령을 넘나드는 고행의 길 아닌가.
세계의 최고봉은 8848m의 에베레스트, 그곳의 등반은 꿈같은 일이지만 네팔과 인도 여행 때 지척에서 올려다보고 카트만두에서 뉴델리 구간을 비행하면서 한 시간여 히말라야를 두루 살핀 경험이 소중하다. 유럽의 최고봉 몽블랑을 3,900미터 높이까지 케이블카로 오르고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를 근접비행하며 살핀 것이 기억에 남고. 여러 차례 일본종주하는 중 일본최고봉 후지산을 해발지점부터 정상까지 바라보며 지나가는 발걸음이 흥겨워라.
때에 맞춰 접한 기록, ‘해발고도 8848m 에베레스트산, 지금도 높아지고 있다’는 글로 등고자비(登高自卑)의 한 자락을 새긴다.
‘해발고도 8848m 에베레스트산, 지금도 높아지고 있다
얼마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 에베레스트 등정에 나섰다가 1924년 실종된 한 산악인의 유해가 발견됐다. 영국 산악인 앤드루 어빈으로 추정되는 유해, 어빈은 정상을 약 200m 남겨둔 지점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됐다. 해발 고도 8848m인 에베레스트산은 산악인들에겐 꿈과 같은 산, 그런데 이 산이 매년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에베레스트는 지난 9만 년 동안 히말라야산맥의 다른 봉우리에 비해 유독 높아졌고, 지금도 매년 높아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나왔다. 에베레스트산은 아시아 중부에 펼쳐져 있는 거대한 산맥, 히말라야에 있다. 히말라야는 인도와 파키스탄 경계 부근에서 시작돼 중국 서남쪽에 있는 윈난성 부근까지 이어진다. 산맥의 평균 해발고도가 5000m에 달해 세계의 지붕이라고 불린다.
히말라야엔 에베레스트 말고도 높은 산이 여럿 있다. 이웃한 카라코람산맥의 K2(8611m)를 비롯해 칸첸중가(8586m), 로체(8516m), 마칼루(8463m)처럼 해발고도 8000m 이상인 산만 14개, 이 산들을 히말라야 14좌’라고 부른다. 에베레스트산은 인도에 있는 인도판과 아시아 지역의 유라시아판 경계에 있다. 이 두 판은 지금도 지구 내부 움직임에 따라 부딪치고 있다. 인도판이 유라시아판 아래로 밀려들어 가면서 지각의 높이에도 조금씩 변화가 생기고 침식으로 인해 가벼워진 지반은 더 쉽게 위로 솟아오른다. 그 때문에 두 판의 경계에 있는 에베레스트산은 매년 3~5㎜ 정도씩 높아진다고 한다. 에베레스트 산의 높이는 어떻게 측정하는 걸까? 1856년 영국에서 에베레스트의 고도를 측정했을 때는 8840m였는데, 1955년에 인도에서 측정한 높이는 8848m였다. 1999년 미국이 측정한 높이는 얼음과 눈을 포함해 8850m였다. 짧은 시간에 그만큼 높아진 걸까? 가장 최근에 측정한 에베레스트 산의 높이는 8848.86㎜이다. 2020년 중국과 네팔이 GPS와 삼각측량법을 조합해 잰 것.‘(2024. 10. 23 블로그, ‘해발고도 8848m 에베레스트산, 지금도 높아지고 있대요'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