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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대구시인협회 원문보기 글쓴이: 겨울판화(박윤배)
사랑
박미란
흰죽을 휘젓는 기분으로
빗속에 앉아 있었다
흰죽이 식어가는 모습으로
빗속을 걸어 다녔다
이따금씩 나락으로 굴러떨어졌다
그 일이 한없이 좋았다
네 눈빛으로 접고 펼 수 있는
의자를 들였다
그 속에서 영영 나올 수 없었다
◇박미란= 199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다』, 『누가 입을 데리고 갔다』가 있다.
<해설> 사람들 마다, 시인들 마다 사랑을 이야기 하는 방식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사랑은 사랑일 뿐인데 어떤 사랑을 경험했느냐? 혹은 어떤 사랑을 원하는가에 따라 그 빛깔과 맛과 여러 느낌이 다르게 공감각적으로 표현된다. 그런 사랑은 아무리 파도 질리지 않는 주제인 것은 사람이 한생을 살아가는데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일 것인데, 박미란 시인에게 사랑은 무엇인가? 흰죽을 휘젓는 기분으로 빗속에 앉아 있는 것인가? 흰죽이 식어가는 모습으로 빗속을 걸어다녀 보는 것인가? 나락으로 굴러 떨어질 걸 알면서도 그 일이 한없이 좋았다 하니, 한동안 더 어쩌면 영영, 사랑 그의 눈빛 의자에 앉아 있겠다. 아픈 누군가를 위해 흰죽을 준비하면서 -박윤배(시인)-
첫댓글 요즈음 흰죽을 끓여본 적이 언제던가.
빗 속에 앉아 사랑을 생각한 적이 언제던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