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요일 친구들과는 일년에 한두번 쯤은 어디론가 휘리릭 여행을 떠나야 제 본분을 잊지 않는 법.
그리하여 언제나 시간이 맞는 사람들끼리 번개팅처럼 후루룩 헤쳐모여를 하는 것이 시요일만의 방식이다.
하여 2026년 4월 7일 또한 그렇게 시간이 어우러지는 사람들과 하루를 세내었다.
하였어도 무슨 날씨 변덕이 그러한지 봄날을 맞기는 쉬워보이지 않고 친구 말마따나
"왠 강치-전라도 사투리로 *강추위라는 말-냐고? 꽃샘시샘이 그냥 가진 않는 구만"은 정답이었다.
그렇게 계절을 내어주기 싫더란 말인지 산골짜기 길목에 드는 바람이 어찌나 매섭던지 저절로 덜덜덜.
그럼에도 불구하고 봄 햇살은 그런대로 괜찮았으며 우리들의 하루 소풍은 그저 단순한 나들이를 넘어선
우리들만의 일탈과 넘치는 감성의 시어를 완성하는 날이기도 했다.
익숙한 일상을 잠시 접어두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한 그 하루는 그래서 더더욱 의미가 차고 넘쳤다.
약속된 날, 이른 아침 문을 열고 나서니 한기가 뼛속까지 스며든다.
원래 입고가려던 세팅된 봄옷을 던져놓고 다시 날씨에 맞는 바람을 막아줄 긴옷을 챙겨 입는다.
변덕스러운 날씨지만 그래도 봄소풍에 대한 기대는 어쩌지 못해 분당 현대백화점까지 거꾸로 가서 픽업을 자청한 차량과
간만에 시간 여유가 있다는 시요일 식구를 만나 화기애애하게 수다를 날리다 보니
어느새 약속장소 "수리골"에 도착하는 와중에도 길가에 늘어진 벚꽃 행렬에 눈을 떼지 못한다.
그렇게 소풍의 시작은 넉넉한 인심과 정갈스럽고 일품의 맛을 자랑하는 수리골에서 다시 한번 재회의 기쁨을 누리고
그래서 더더욱 기대치가 높아짐은 물론 사포님 여동생의 손님들을 쥐락펴락하는 능청스런 손님맞이가 일품인,
이미 입소문 가득한 수리골에서의 식사에 팽배하는 식탐은 기어이 꿈틀거리기 시작할 수밖에.
이후 정갈한 한상을 받는 순간에 저절로 우리는 환호성을 지르며 "와우"를 연발한다.
자극적이지 아니하고 깊은 맛을 내며 계절에 맞게 차려진 나물 퍼레이드는 우리 모두를 절로 들뜨게 하였으니
오늘의 압권은 그야말로 "흰민들레 무침"이고 개인적으로 이 봄날에 가장 좋아하는 반찬이기도 하다.
그야말로 식탐의 대마왕들은 온갖 나물로 차려진 식탁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젓가락질은 그야말로 갈팡질팡.
"맛있다" 를 연발하며 서로의 온기를 확인하는 순간 우리는 문득 사회에서 만나 이십여년을 이어오는
시요일 식구들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오랜 정인들 처럼 애틋함을 갖는다.
더구나 서로 결이 맞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격을 유지하면서도 세상에 찌들지 않거나 휘둘리지 않고
시어詩語로 단결될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 아닐까 싶기도 해서 이런 시요일 식구들이 더욱 소중하다는 생각도 한다.
이후 우리는 시요일 식구들만의 호칭으로 "안개"인 시인 "황정순"님의 "어떤 고요" 시집 출간 기념회를
수리골 곁자락 카페 "숲"에서 진심으로 축하하며 각자 안개님의 시선 중에서 마음에 드는 시어를 낭독하기로 한다.
먼저 안개님이 돌아가신 어머니를 기리는 마음으로 써내려간 "먼 잠"을 낭독하는 순간
참으로 애달프고 아름다운 시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누군가는 시집 "어떤 고요"에서 애착이 가는 시를, 또 다른 이는 자신의 성향에 맞는 시어를
또다른 식구는 시어를 읽고 느낀 소감을 발표하며 시작詩作 총평회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끼리 시어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감정을 교류하면서 "촌분홍" 표지가 이 봄에 너무도 잘 어울린다는 생각도 했다.
이후 우리는 든든히 채운 식탐과 카페 "숲"에서의 시어를 즐기고 각자 원하는 차량 세대에 나눠 탑승하여 궁평항으로 향한다.
얼마만에 찾아드는 "궁평항"이란가 말이다.
안산에 살던 시절엔 사진 촬영한답시고 그야말로 시간이 생길 때마다 이름도 감성돋는 "사강"을 지나
"우음도"를 비롯하여 "남양성지"는 물론 "궁평항"을 제집 드나들듯 다니던 때가 한참 전이다.
궁평항....낙조가 아름답기로 소문난 곳이기도 하고 요즘은 옛모습을 절대 간직하지 않은
새로운 궁평항으로 변모되어 과거를 소환하기는 어려웠으나
아쉬운대로 나무데크 길을 걸으면서 맞는 '윤슬"이 또 마음을 홀리며 옛기억을 소환한다.
대낮의 은빛 윤슬이 반짝이는 바다는 눈부시게 아름답고 쥔장의 책 "바다의 선물"을 출간하기 위해
서해 바다를 오지게도 다니며 온몸으로 바다를 껴안았던 기억도 새록새록이고
그때 만난 "윤슬"은 내 기억 저편의 그림이기도 하다.
그러나 갑자기 거세진 바닷바람은 우리들을 덜덜 떨게 하였고 다들 차량에서 여벌의 두꺼운 옷들을 꺼내 서로에게 입혀주면서
"이 나이에 감기는 아니되옵니다" 라며 바쁘게 데크 산책길로 발을 움직이면서도 그간 소원했던 서로의 이야기들을 교환한다.
그 시간, 발밑에서 찰랑이는 바다는 아니었어도 멀리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은 그야말로 감성을 차오르게 하고
갈매기와 어우러진 갯벌에서는 바다 생물들이 저 나름의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걷다가 어느 순간, 각자 멈춰서서 바다를 바라보며 마구잡이 사진을 찍어대는 모습도 아름답고
그 뒷모습이 어찌나 들떠 보이고 즐거워 보이던지....갈매기의 날개짓은 그야말로 찰칵 풍경의 묘미 정도 되려나?
덕분에 또하나의 추억이 한장의 풍경화로 남겨지고 우린 서둘러 낙조를 보기 위해 발을 옮긴다.
하지만 워낙 바닷가 바람의 위세는 등등하여 강풍에 추워하며 꼼짝 못하고 이탈하는 시요일 식구들도 생겼지만
쥔장은 오롯이 아무런 상념도 갖지 않은 채 걷는 길에 몰두하다가 불현듯 성향에 맞는 풍광을 만나면 찰칵찰칵.
마치 이 길을 걷지 않으면 오늘의 한 조각 추억이 날아갈 것 같은 조바심을 안고 걸으면서도
신경줄은 또 근사한 풍광에 매몰된다.
그랬어도 함께 걷는 시요일 식구들과의 수다는 그야말로 과거를 소환하고
지금의 우리는 무슨 인연인가 로 긴 이야기발을 늘리면서 그동안 지나온 삶조각들을 하나씩 꿰어맞추기도 한다.
참으로 귀하고 귀한, 소중하고도 서정이 넘치는 그 시간의 산책길은 그래서 더욱 의미가 있지 않았을까 싶은.
무튼 우리는 완벽하게 산책길을 걸으면서 그 시간 그때가 아니었으면 누리지 못할 감정의 교차를, 온기를 나누고
다시 바쁘게 이동을 하여 요즘 한창인 주꾸미와 키조개 그리고 새조개를 구입하며 저녁 해산물 식탐을 평정한다.
궁평항 수산센터의 장점을 활용한 해산물 저녁식사는 그래서 더욱 푸짐했고 부족하지 않은 포만감을 선사했다.
그러나 이 모든 즐거움과 희희낙락의 결정체는 그야말로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낙조를 탐했다는 것인데
바람 불어 흔들리는 와중에도 꿋꿋이 한 컷 결과물을 손에 쥔 쥔장은 "그야말로 오늘의 소득일세"를 부르짖었다나 뭐라나?
비록 바닷바람에 흔들린 몸을 곧추세우고 얻게 된 낙조사진 일지라도 개인적으로 만족하였다면 그야말로 굿굿굿 일 터.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망찰님이 주신 장미 꽃다발과 간만에 촬영한 낙조사진과 마음 속에 가득 담긴 바다의 향기와
시요일 식구들과 나눈 숱한 대화가 꼭꼭 담겨져 그 하루가 뿌듯함으로 다가오지만 감성에 젖어 이성을 버린지 오래인,
낮동안에는 잊고 지냈던 감기 걸린 남편을 걱정하면서 새삼스럽게 돌아가는 길을 재촉하긴 했다.
그러고보면 언제나 그랬듯이 시요일 식구들과의 하루는 늘 새로운 느낌을 선사하고는 한다.
그래서 4월 7일의 봄소풍은 "수리골"에서의 따듯한 밥 한 끼가 우리 몸을 채웠다면 "숲"에서의 시어를 향한 진지한 대화,
궁평항의 날리도록 강렬했던 바닷바람과 영혼을 채울듯한 낙조의 환상과 풍성한 해산물 식탐의 완성도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시공간의 꽉참이기도 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각자의 직업이 단단하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서적 감성이 넘치는 사람들인지라
시를 사랑하고 사람을 아끼며 애정하는 시요일 식구들과 함께 한 평범하지만 특별한 하루 봄 소풍은
다음을 또 기약하면서 우리 마음 속에 또다른 삶의 한 페이지로 갈무리 되었지만
이런 인연들은 돈 주고 살래도 얻을 수 없는 "귀한 보석들" 같다 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또다시 어디론가 휘리릭 떠나게 될 날을 기대하면서
봄바람 난 우리들의 행보는 여기까지....
행복 가득한 하. 루. 였다.
************************먼 잠 / 황정순
비취색 치마 색동 저고리 수의에
다홍 신 곱게 신으시고 누우셨네
어머니, 먼 잠 드셨네
구월 초이레 비취색 하늘빛 아래
한 번 더 물드시네
질기고 긴 애달펐던 숨 멈추시어
긴 끈 매듭지어 희게 희게 내려가시네
아버지, 어머니 근심 거두시고
나란히 자리 펴시네
햇살 모아 다정히 금침 펴시네
한 삽 한 삽 향기로운 흙이불 덮으시네
돌아보지 말라시네
손 흔들지 말라시네
흰나비 한 마리 나붓나붓 언덕을 넘네
아득히 하늘 오르네
가도가도 못가는 하늘길에
어머니 흰 버선발로 나오시네
희미하게 웃으시네
길게 배웅하시네
아주 떠나신 어머니
멀리 두고온 어머니
돌아와 또 어머니
가을 무릎에 기대어
거듭거듭 귀뚜라미처럼 우네
첫댓글 한참 침을 흘리고 있습니다... 봄이 오고 봄비가 내리고,,, 이렇게 또 봄이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그러게요...봄은 잠시 머물고
곧 또 다른 계절이 올테죠?
날이 하도 수상해서...
먹부림 즐거웠답니다.
봄날의 기쁨을 가득 담으셨군요.
황정순 시인님 시집을 받고 봄처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시집을 펼쳐 정독 합니다.
사진 속 나르시스님도 계시는 것 같은데 마는지요?
ㅎㅎ 맞아요.
즐거웠던 그날의 기억들.
시요일 식구들 덕분에 아주 좋았더라는.
나르시스님도 함께 한 값진 하루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