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윤 칼럼(23-39)> 급성 충수염(맹장염)
필자의 막내딸(서양화가)이 지난 토요일(6월3일) 밤에 복통이 심하여 세브란스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의사의 진찰 결과 급성 충수염(한국질병분류번호 K35.8)으로 진단되어 입원하게 되었다. 토요일 저녁에 입원실이 없어 응급실에서 하루 밤을 보내고, 일요일 아침 10시경에 수술을 하고 연세암병원 병동에 입원실(5인실)이 비어서 입원을 했다.
막내딸이 연세대학교회(Yonsei University Church) 주일학교 교사로 봉사하고 있어 담임목사(곽호철 연세대 교목/교수)와 교목실장 등 여러분이 빠른 쾌유를 위해 기도를 해 주었다. 주치의는 세브란스병원 위장관외과 조민아 교수가 맡아 수술을 했다. 토요일에 입원하여 오늘(목요일) 퇴원했다. 진료비 총액은 409만원으로 환자부담 총액 103만원(처치 및 수술료 147,339원, 검사료 148,023원, 치료재료대 194,514원, 입원료 113,892원 등)을 지불했다.
충수염(蟲垂炎, appendictis)이란 맹장(盲腸) 끝에 6-9cm 길이로 달린 충수돌기에 염증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흔히 맹장염이라고 불리는데, 이것은 잘못된 명칭이다. 대장(大腸)이 시작되는 부위에 주머니처럼 부풀어있는 소화기관이 맹장(Cecum)이며, 길이는 약 5-6cm 정도며 복막(腹膜)에 쌓여 있다. 맹장은 소장(小腸)에서 소화와 흡수가 끝난 뒤 음식물에 남아있는 수분과 염분을 흡수하고 점액과 내용물을 섞어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충수염의 원인은 명확히 밝혀져 있지는 않지만, 대부분 충수돌기 개구부가 폐쇄되면서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소년의 경우, 점막 하 림프소포(lymphoid follicle)가 지나치게 증식하여 폐쇄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한편 성인은 대변이 딱딱하게 굳어 덩어리가 된 분석(fecalith)에 의해 폐쇄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증상은 95% 이상에서 복통이 발생한다. 복통은 초기에는 상복부 통증이 모호하게 있다가 점차 우측 하복부로 국한되어 통증이 발생한다. 복통 외 증상으로 식욕부진, 오심, 구토가 있으면서 국소적으로 복부 압통과 발열이 있다. 이 외에도 장폐색 증상, 복막염, 변비, 설사 등을 주 증상으로 호소할 수도 있다. 다른 질병에서도 충수염의 증상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있어 감별이 필요하다.
충수염 진단은 특징적인 임상 증상과 이학적 검사가 가장 중요하다. 혈액 검사와 복부 초음파 또는 복부 CT 등이 추가적으로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이학적 검사에서 특징적으로 우측 하복부를 눌렀을 때 통증이 발생하며, 눌렀던 손을 뗄 때 통증이 심해지는 반발통이 관찰된다. 혈액 검사에서 백혈구 수가 증가하며, 충수돌기에 천공(구멍)이 난 경우에는 백혈구 수가 더욱 증가한다.
치료는 수술에 의한 합병증보다는 방치되었을 때의 후유증이 훨씬 심각하므로 충수염이 의심될 때는 적극적으로 수술적 처치가 필요하다. 이에 대부분의 경우에는 충수돌기 절제수술을 시행한다. 항생제를 투여하며, 수술 후 수일간 금식을 한다. 최근에는 개복 수술보다는 흉터가 적고 수술 후 회복이 빠른 복강경수술(腹腔鏡手術, laparoscopic surgery)이 선호되고 있다.
수술 후 한 달 정도는 회복기이므로, 금주와 금연 그리고 과격한 운동은 피하는 것이 좋다. 모든 복부 수술과 마찬가지로 장폐색(腸閉塞)이 발생할 수 있다. 충수염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다만 충수염이 발생하였을 때 지체 없이 수술을 하는 것이 수술 후 합병증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사진> 맹장과 충수
靑松 朴明潤 (서울대 保健學博士會 고문, AsiaN 논설위원), Facebook, 8 June 20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