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가 보편화되기 전에는 문서를 인쇄하려면 마스터인쇄소에 가서 해오곤 했습니다.
1982년쯤엔가 세운상가에 있는 석영전자라는 곳에서 최초로 '애플2'라는 퍼스널 컴퓨터를 수입해서 판매를 했었는데, 소프트웨어도 거의 없고, 저장장치도 없어서 카세트테이프에 저장을 해서 썼습니다.
그러다가 삼보워드프로세서가 나오자 그 기계로 문서를 작성해서 한 장을 뽑아서 인쇄소로 가져다 주면 마스터로 인쇄를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286컴퓨터, 386컴퓨터를 거쳐서 586, 펜티엄을 쓰면서는 별천지 같았습니다.
인쇄를 매번 마스터인쇄소에서 해오니까 그게 번거롭고 또 인쇄할 것도 많다고 해서 미국에서 마스터인쇄기 한 세트를 사주었습니다. 당시에는 한 번에 3천불까지만 송금이 가능했었기 때문에 그것을 살만한 돈을 여러 번에 나눠서 보내주었고, 그것을 모아서 인쇄기를 사서 교단 사무실에 설치를 했습니다.
마스터인쇄소에 인쇄를 맡기러 가면서 보았던 실력(?)으로 인쇄를 시작했습니다. 한 번 인쇄를 하면 양손은 잉크로 범벅이 되었지요.
그렇게 하다가 컴퓨터를 본격적으로 사용하면서 컴퓨터프린터를 사용하게 되었고, 인쇄도 양이 크게 많지 않으면 프린터로 인쇄를 했습니다.
프린터도 처음에는 토너프린터를 사용했었는데, 기기 값은 좀 비싸도 유지비가 적게 든다는 것은 장점인데, 열로 토너를 종이에 정착시키는 방법이기 때문에 종이가 열을 받아서 구겨지는 경우가 많은 것이 단점이었습니다.
잉크프린터는 인쇄품질이 토너프린터만 못하다고 해서안 쓰다가 지금까지 10여년 동안 잉크젯 프린터를 사용합니다. 지금은 잉크젯 프린터의 인쇄품질이 토너프린터와 대등한 수준입니다.
잉크젯 프린터를 사용하면서 가장 큰 문제는 잉크값이 비싸다는 것입니다. 웬만한 잉크는 정품이 한 세트에 6만원 이상이 됩니다.
지난 번까지 쓰던 HP프린터는 프린터 값은 13만원 정도 주었는데 잉크값은 정품이 한 세트에 2만원이 안됩니다. 프린터를 오래 써서 기능이 떨어지기에 다시 사려고 했더니 그 모델은 단종이 되었다고 합니다.
프린터를 새로 살 때에 가장 크게 고려하는 것이 잉크값입니다.
요새는 무한리필잉크라고 해서 잉크카트리지가 아니라 잉크통에 잉크를 채워서 사용하는 것들이 나와서 싸게 사용을 할 수 있다고 해서 그런 프린터를 샀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잉크 주입이나 인쇄 품질이 영 마음에 들지를 않습니다. 게다가 손에 잉크가 잔뜩 묻히며 주입을 합니다.
그래서 그 프린터를 버리고 그냥 카트리지를 사용하는 프린터를 다시 샀는데, 잉크값이 너무 비쌉니다. 처음에는 재생잉크를 쓰려는 생각이었는데, 재생잉크가 별로 좋지를 않았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정품잉크 한 세트에 6만원인데 잉크를 장착한 프린터 한 대 값은 5~6만원입니다. 잉크를 다 쓰면 프린터를 버리고 새로 사라는 겁니다. 프린터가 일회용이 되는 것이지요.
다시 프린터를 구입하려고 찾아보는 중에 소위 일체형 무한리필잉크프린터라는 것을 봤습니다. 삼성도 있고, 캐논, 엡손 등에 다 있는데, 엡손이 주된 생산자이고 다른 업체들은 엡손 것을 벤치마킹해서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삼성이 그렇게 말을 하고 있으니까 거짓일 리가 없죠.
그런데 이 무한리필잉크프린터가 꽤 좋습니다.
우선 손에 잉크를 전혀 묻히지 않고 잉크를 주입할 수 있습니다. 프린터 안에 네 색갈의 잉크통 네 개가 일체형으로 들어있고, 거기에 잉크병에 있는 잉크를 넣는 방식인데, 잉크병 꽂는 곳이 각기 다른 모양으로 되어있어서 다른 색을 잘못 주입할 염려가 없습니다.
잉크병 뚜껑을 열고 거꾸로 세워도 잉크가 흐르지 않습니다. 프린터잉크통에 잉크병을 꽂아야 잉크가 잉크통으로 들어가는데, 꽂으면 잉크가 들어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리고 잉크가 다 들어가면 자동으로 멈춥니다. 잉크병을 뺄 때에도 잉크가 전혀 흐르지 않습니다.
내가 몇 달 전에 처음 프린터를 바꿀 때나 그 프린터를 버리고 새로 살 때에도 이 프린터를 보지 못했었으니까 이 프린터가 나온지 얼마 안 된 것 같습니다.
한 번 잉크를 채우면 검정, 칼라 합해서 1만3천 장 이상을 인쇄할 수 있다고 하니까 몇 달은 잉크 신경 안쓰고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프린터 바깥쪽에서 잉크 잔량을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장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