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골 인근 맑은 개울에서 채취한 다슬기에 부드러운 아욱을 넣고 끓인 국. 한여름 보양식으로도 그만이다.
계절마다 자연이 선사하는 먹을거리는 제철을 기다려야만 맛볼 수 있는 것이라 더 각별하고 감칠맛이 납니다. 이맘때 산골에서 별미로 즐기는 음식은 보양식으로도 손색이 없는 다슬기아욱국입니다. 손수 갈무리하는 재미도 쏠쏠하고, 차가운 음식에서 느낄 수 없는 깊고 시원한 맛으로 더위에 지친 몸에 원기를 돋우기에 그만입니다.민물 다슬기는 지방마다 부르는 이름이 제각각입니다. 전라도에서는 대사리, 경남에서는 민물고동, 경북에서는 고디, 강원도와 충청지방에서는 올뱅이 또는 올갱이라 부릅니다. 고급 식재료로주목받는 다슬기는 맑은 물에서만 삽니다. 예전에는 도심지 인근의 강이나 개울에서도 다슬기를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시골이라도 물이 아주 맑은 곳에서나 만날 수 있습니다. 산골은 다슬기가 서식하는 개울이 지척이라 6월 초순이면 반딧불이가 마당으로 날아들어 깜깜한 밤에 반짝반짝 빛을 발합니다. 개똥벌레라고도 하는 반딧불이 애벌레는 다슬기를 먹이로 삼습니다. 그래서 다슬기가 자라는 곳이면 반딧불이도 만날 수 있고, 반딧불이가 반짝이면 청정지역으로 여길 만합니다.산벚나무에 연분홍 꽃이 피면 산골의 큰 개울에는 무릎을 덮는 긴 장화를 신고 허리를 잔뜩 구부린 채 다슬기를 잡는 사람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사월 초파일을 며칠 앞두고 산골을 방문한 지인들은 개울가 풍경을 부러운 듯 바라보더니 비닐봉지 하나씩 챙겨들고 나섭니다. 햇살이 따가운 한낮에도 개울물은 한기가 들 정도로 차갑지만 재미로 한번 잡아보는 것도 괜찮은 일입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돌아옵니다. 다슬기는 손만 내밀면 한 움큼씩 잡힐 정도로 많은데 개울물이 얼음물 같더랍니다. 물이 맑으면 차갑기 마련인데, 다슬기가 어떤 물에서 사는지 체험한 셈입니다.다슬기 채취는 기온은 높고 물은 적당히 줄어든 장마 전이 제일 좋고, 장마 이후에도 물이 좀 줄어들면 잡기가 수월합니다. 올해는 가뭄이 심해서 다슬기 잡기가 좋았다고들 하는데, 야생에서 먹을거리를 거둘 때 욕심은 내지 말아야겠습니다.덜덜 떨어가며 잡아온 다슬기를 모았더니 한 끼 국거리는 됩니다. 하룻밤 해감을 시켜서 그즈음 한 뼘 남짓 자란 부추를 잘라다 된장국을 끓였습니다. 선선한 아침에 해맑은 기운과 어우러진 다슬기국은 구수한 냄새만으로도 입맛을 사로잡았으니 맛은 더 말할 것도 없지요.다슬기의 효능에 대해선 입소문이 자자합니다. 저지방 고단백 식품으로 다이어트는 기본이고, 이뇨작용과 열을 내리는 효과도 있습니다. 아미노산이 풍부해 간 기능을 좋게 하며 숙취해소에 특히 탁월한데, 이는 이끼류를 먹이로 삼는 다슬기의 특징입니다. 다슬기 껍질은 단단하지만 속살은 부드럽고 녹색을 띠며, 약간 쌉쌀한 맛이 납니다. 그래서 다슬기 삶은 물은 아주 고운 초록빛깔을 띱니다.다슬기는 삶아서 껍질만 까면 곧바로 먹을 수 있고, 된장을 풀어 국을 끓이면 국물이 더할 나위 없이 구수하고 시원합니다. 다슬기국은 부추나 호박잎을 넣기도 하지만 아욱과 같이 끓였을 때 고유의 식감과 향이 잘 살아 깊은 맛이 납니다.다슬기와 아욱은 손질을 잘해야 제맛을 살릴 수 있습니다. 아욱은 손으로 만져봐서 억센 줄기는 다듬어 버리고 부드러운 줄기는 껍질을 살짝 벗긴 뒤 풀물이 배어나오도록 주물러 헹구어냅니다. 다슬기는 품이 좀 더 듭니다. 우선 다슬기를 물에 담가서 충분히 해감한 다음 박박 문질러서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여러 번 헹구어가며 씻어줍니다. 깨끗하게 씻은 다슬기를 그릇에 담아놓으면 꼼지락거리며 속살이 비죽 나옵니다. 살이 어느 정도 밖으로 나왔을 때 팔팔 끓인 물을 붓고 바락바락 치대듯 문질러 씻으면 입구를 막고 있는 빨판이 떨어져 나갑니다. 이 뻣뻣한 빨판을 제거해주어야 국물 맛이 더 깔끔해집니다. 다시 한 번 깔끔하게 씻으면 되는데, 곧바로 국을 끓일 게 아니면 이 상태로 냉동고에 저장해도 됩니다.손질한 다슬기는 짭짤한 된장국물에 삶아서 껍질을 깝니다. 나선형으로 생긴 몸통을 살살 돌려가며 꺼내면 도중에 끊어지지 않고 매끈하게 잘 빠져나옵니다. 어렸을 때는 다슬기가 흔해서 국을 끓이기보다는 한 소쿠리씩 삶아서 식구들 여럿이 둘러앉아 먹곤 했습니다. 하나씩 살을 빼서 입에 넣다보면 퍽이나 감질납니다. 그럴 때면 바늘 하나에 살을 여러 개 꿰어서 한입에 넣기도 하고, 접시에 수북하게 담았다가 숟가락으로 퍼먹던 기억이 새롭습니다.다슬기 살만 갈무리 되면 국 끓이는 건 간단합니다. 다슬기 삶은 물에 물을 좀 더 붓고 된장으로 간을 맞춰서, 아욱을 익히고 다슬기 살을 섞어줍니다. 국물을 좀 더 시원하게 하려면 다슬기 살을 보릿가루나 통밀가루에 살짝 버무려 넣고, 마지막으로 파와 마늘을 넣습니다. 국물이 워낙에 진국이라 건더기는 건져먹고 수제비나 찬밥을 넣어 푹 끓여도 별미입니다.한 그릇 비우면 이마에 땀이 송송 맺혀도 몸은 날아갈 듯 가뿐해지는 다슬기아욱국. 넉넉하게 준비해서 이웃들과 나눠먹으면 여름철 호사가 따로 없습니다.<재료 준비>• 4인분 기준- 다슬기 500g- 다듬은 아욱 250g- 물 7컵- 보릿가루 1½큰술- 된장 4큰술- 대파 2대- 다진 마늘 1큰술<만드는 방법>
↑ 1. 다슬기는 하룻밤 정도 물에 담가서 해감한 다음, 손으로 벅벅 문질러서 여러 번 물을 헹구어가며 씻는다. 물기를 뺀 다슬기를 그릇에담으면 30분쯤 지나 속살이 밖으로 비죽 나온다. 이때 팔팔 끓인 물을 붓는다.
↑ 2. 잠시 시간을 두었다 바락바락 문질러 빨판을 제거하고, 이물질이 남지 않도록 깨끗하게 씻어 건진다.
↑ 3. 물 4컵에 된장 3큰술을 풀어 국물이 팔팔 끓으면 다슬기를 넣고 20~25분 정도 삶는다.
↑ 4. 삶은 다슬기는 소쿠리에 건져서 물기를 빼고 식힌다. 식힌 다슬기는 이쑤시개나 바늘을 이용해 껍질 속에 들어 있는 살을 꺼낸다.
↑ 5. 다슬기 삶은 국물은 체에 걸러서 국 냄비에 붓고, 나머지 물과 된장을 넣어 간을 맞춰 끓인다.
↑ 6. 아욱은 물에 담가 바락바락 주물러 헹궈서 풋내를 우려내고, 크면 손으로 찢어서 팔팔 끓는 국물에 넣어 부드럽게 익힌다.
↑ 7. 다슬기 살은 보릿가루에 조물조물 무친다.
↑ 8. 대파 푸른 잎은 손으로 큼지막하게 찢고 뿌리 쪽 흰 부분은 잘게 썬다.
↑ 9. 아욱이 익으면 보릿가루에 버무린 다슬기, 대파, 마늘을 넣어 좀 더 끓이고, 잘게 썬 대파는 고명으로 올린다.
자운(紫雲)글을 쓴 자운(紫雲)은 강원도 횡성으로 귀농하여 무농약•무비료 농법으로 텃밭을 일구며 산다. 그녀 자신이 현대병으로 악화된 건강을 돌보고자 자연에 중심을 둔 태평농법 고방연구원을 찾아가 자급자족의 삶을 시작했던 것. 건강이 회복되면서 직접 가꾼 채소로 자연식 요리를 하는 그녀의 레시피는블로그 상에서 인기만점이다. 최근 『산골농부의 자연밥상』이란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첫댓글 국물이 일품이지요.
감사합니다.
첫댓글 국물이 일품이지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