캥거루 엄마의 알파걸 육아기
나귀옥 지음
루벤스
며칠 전 아는 동생한테서 책 선물을 받았다.
얼마 만에 받는 책 선물인가! T-T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나서는 책을 붙들고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좋은 책을 고를 시간도 물론.
그냥 주변에 보이는 것들만 대강대강 읽고 마는 게 나의 독서의 대부분이었다.
한 번은 두통에, 심장까지 계속 두근거린 적이 있었다. 친한 동생과 전화통화를 하며 요런 작은 살림(육아)하면서 홧병 든 사람은 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책 맞게 시리 눈물 한 방울 똑 떨어뜨리며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동생이 그런 나를 안쓰럽게 여겼는지, 책 한권을 보내 온 것이다.
아리따운 엄마캥거루와 사랑스런 아기캥거루가 보듬고 뽀뽀하고 있는 그림이 그려진 책이었다.
제목은 “캥거루 엄마의 알파걸 육아기”.
(동화를 쓰는 동생이라 수시로 아이들에게 좋은 그림책을 골라주고는 한다. 고맙고 이쁜 혜림이!)
그런데 혜림아, ‘……육아기?’ 고맙긴 하지만 만날 보는 육아를 또 읽으라고?
책에서만큼은 벗어나고 싶은데…….
예쁜 책이고, 선물 받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한번 휘리릭 넘겨보고는 이틀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이걸 읽으면 육아가 좀 쉬워 질라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별다른 흥미를 느끼진 못했다. 비슷하겠지 뭐.
그런데 어느 날, 우리 큰 딸 소정이가 앞치마를 두르고 캥거루 흉내를 냈다.
“엄마 나 캥거루 엄마야. 요기에 캥거루 들어있어.”
소정이가 앞치마 주머니 속에 쏙 넣은 건 캥거루가 아니라 작은 강아지인형이었다. 소정이는 동물 프로그램에서 캥거루를 본 것이다.
나는 소정이의 앙증맞은 모습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가 없었다.
어떻게 해서 아기캥거루가 엄마캥거루주머니 속에서 자라고 크는지 알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음……, 어…….”
딱 부러지게 캥거루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었다. 모성애가 강하다는 것밖엔.
그 때 이 책이 다시 눈에 띈 것이다.
“캥거루 엄마의 알파걸 육아기”
물론 캥거루의 생태가 나오지는 않겠지만, 뭐 읽다보면 캥거루에 대해서 조금은 나오겠지, 하고 책을 펼쳤다.
음음, 책을 펼친 뒤로는 한 장 한 장이 쉽게쉽게 넘겨졌다. 그리고 육아기 책에서 캥거루에 대해 알려고 했던 내 천박한? 마음은 저만치 멀어져가고, 늦깎이 엄마가 된 저자와 그의 딸 유리의 육아를 숨죽이며 지켜보았다.
“그래! 그래서 그랬구나!”
하고 무릎을 딱딱 치며.
저자(나귀옥)는 딸, 유리의 신생아 때부터 만 4세 9개월 때까지의 육아를 차근차근히, 마치 옆에서 자그마하게 읊조리듯이 써내려갔다.
나는 여태껏 아이에게 모든 걸 헌신하고 희생하는 것이 좋은 육아인줄만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아이와의 교감. 내게 그것이 부족했던 것이다. 그래서 혼자 속이 곯았던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가슴속에 맺힌 것들이 모두 서서히 탁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아이들의 이해 되지 않았던 행동들, 내 아이만 유별난 줄 알았던 행동들도 조금씩 이해할 수 있었다. 아이 둘을 키우면서도 이렇게 모르는 것이 많았다니, 하며 새삼 놀라기도 했다.
책 구성도 길게 늘어진 것이 아니라 서 너장 정도의 짤막짤막하고 밀도 있어 읽기에도 참 편했다. 바쁜 엄마들이 짬짬이 한 챕터씩 읽기에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짧아서 아쉬운 감도 있었지만.)
소제목도 참 탄력 있고 재미있는데,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엄지손가락’, ‘부드러~운 이불’, ‘일찍 잠자기 프로젝트’, ‘바이바이는 신뢰감을’ 등등은 참 참신했다.
책의 주요 내용은 엄마와 아이의 신체접촉과 눈 맞춤, 욕심 많고 떼쓰는 아이에게 필요한 것, 아이의 성 정체성, 잘못된 습관, 아이에게 필요한 교육 등등이었다. 이 조그마한 책 속에 그 많은 내용들이 다 담겨있다. (읽을 때는 잘 느끼지 못 하는데, 읽고 나면 정말 신기하다.)
그리고 새롭게 얻을 수 있는 정보(아이 교육에 더듬이를 세운 엄마답게 효과적인 정보가 제일 내 눈에 띄었다)도 많았다. (나는 읽고서 곧바로 실천에 들어갔다) 몇 개 정보를 들자면, 흑백으로 된 기하학적인 모빌을 다는 것만으로도 아이가 책을 더 친근하게 느낄 수 있다는 것(책은 흑백으로 된 글자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컴퓨터로 낱말 공부하는 방법, 핸드폰이나 리모컨으로 숫자를 익히는 법 등이다.
아참, 그리고 거의 마지막 부분에 ‘할아버지 관장’?을 무서워하는 유리에게 “이것(건강에 좋은 음료) 안 마시면 할아버지가 관장한대.”하고 말하는 저자의 설득력 있는 거짓말도 키득키득 웃으며 봤다.
이 책은 1살 ~ 6살짜리 아이들을 가진 엄마들에게는 강추다. 나처럼 청승맞게 눈물 똑 떨어뜨리지 말고 그냥 읽어보자.
물론 아이를 키우는 데 생기는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나 자신과 아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해야 하는지를 손을 맞잡고 따스하게 얘기해 주는 책이다.
책 뒤에 적혀있는 저자 나귀옥님 홈페이지. 놀이 학습법 등, 좋은 정보가 많다
http://blog.naver.com/educare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