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에게 손 내밀기
늙어서 가장 힘든 문제가 육체적 질병과 더불어 심적인 외로움이라 한다. 외로움은 사회적 죽음이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의 마음에 벽을 만들지 말고 다리를 만들어 서로의 마음이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관계의 시작은 서로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시작하여 서로 공감하면서, 관계가 깊어지고 지속된다. 공감이란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고 타인과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다. 요즘 학교에서도 타인에게 서로 공감하기를 엄청 강조하고 지도하고 있는 추세이다.
퇴직을 하고도 옛 동료들과 관계가 이어지고 가끔 만나기도 한다.
내가 가진 모임은 가족모임, 옛 동료의 모임, 초등학교 모임, 대학동기들 모임, 취미생활 모임, 종교적 모임 등 다양하다. 직접 만나는 것 말고 카톡이나 카페를 통해 간접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 금요일
강화도에 갔다. 그림을 같이 그리는 사람들 모임이다. 40 여년 관계가 이어진 모임인데,
친구가 나에게도 손을 내밀어 주었다. 친구 손에 이끌려 같이 활동한지 벌써 4년 여 되었다.
따뜻하고 재미난 대화, 살아가는 이야기, 그림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지금 생각하면 손을 내밀어 좋은 사람들과 연결해 준 친구가 참 고맙다. 강화도엔 아이들 체험학습 데리고도 가보고, 직원여행, 우리 교대 10회 동창회도 했다. 신기한 것은 여러 번 가 보았는데도 매번 처음 방문하는 기분이 드는 곳이다. 서종에서 내 차로 출발하여 두 시간 여 걸려 강화도에 도착했다. 가는 길이 어찌나 정답고 아름답던지 일부러 천천히 운전하며 주위를 둘러본다. 평일이어서 그런지 지나다니는 차도 사람도 적었다. 고려 저수지에 이르니 경치는 최고조에 달했다.
“뭐야, 정말 너무 멋지잖아. 혼자 보기 아깝네. 와우! 정말 좋은 곳이네.” 혼자 감탄에 감탄을 하며 입을 다물지 못한다. 목적지에 와 차에서 내리니 와우! 완전 찬란한 광경이다. 눈이 부시게 찬란하다. 황금 들판, 햇빛에 반짝이는 저수지 물 빛, 멀리 선명하게 보이는 아름다운 가을 산, 도무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와우! 정말 멋진 곳이네요 이런 아름다운 곳을 찾다니 정말 시력 좋으시네요. 그림 그릴 것 천지네요”
서양화가인 주인장은 내가 일등 왔다면서 반긴다. 올해 퇴직하면서 받은 몫 돈을 콩나물 사서 없어질까 봐 한 몫에 이 땅을 사서 봄부터 지금까지 가꾸었다고 한다.그것은 일생에 잘 한 일인겨. 주변의 집들을 보니 ,노란 지붕에 새빨간 칸나며 코스모스가 무리지어 피어있다. 마치 고흐의 그림을 보는 것 같다. 바로 옆의 억새밭에서 억새들이 흔들거린다. 그러는 사이 하나둘 사람들이 모이고 하하 호호 웃음꽃이 핀다. 얼마 만에 이렇게 큰 소리로 웃는 건가? 한 사람이 아직 오고 있는 중이지만 시간관계상 모두 강화도 구경 길에 나선다. 석모대교가 놓여 석모도 가는 건 일도 아니라 했다. 거기서 해넘이를 보자고 하니 모두 오케이 한다. 가는 길에 계룡 둔대에 들른다. 아는 사람이나 알지 어찌 이런 숨은 명소를 알겠는가? 숙종 임금 때 적을 막으려고 만든 초소인데 이름도 범상치 않은데 건축 기술이 엄청났다. 해안도로를 따라 바다를 보며 달린다. 주인장은 한 개라도 더 보여 주려는 욕심에서 맘이 바쁘다. 미술을 하는 사람이라서 보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이름도 예쁜 민머루 해수욕장에서 잠시 내렸다. 이곳에서 해넘이를 볼 것 같다. 아기자기한 해수욕장이다. 사진도 찍고 멀리 바다로 보고 해넘이를 기다린다. 아름다운 석양을 뒤로 하고 석모대교를 건너 석모도 해안도로를 달린다. 석모도에 와서 보문사만 달랑 보고 서둘러 배 타고 왔던 거에 비하면 구석구석 다 보고 있다.
바로 그 때 전화가 와, 마지막 도착한 후배가 도착을 알린다. 주인장도, 아무도 없는 낯선 집에서 기분이 안 좋을 텐데 우리 서둘러 가야 하지 않나? 하지만 마음뿐, 볼 게 너무 많아, 날이 어두워 질 때서야 우린 서로 손을 잡을 수 있었다. 민머루 해수욕장 해변에서 석양을 보며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 하고 정을 나누고 느끼고 왔다. 그래 바로 정 때문에 사람들이 연결되고 이런 모임도 이루어지고 지속되는 거지. 사랑이란 감정이 강렬하고 뜨겁다면 정이란 감정은 은근하고 포근하고 오래 계속되는 것 같다. 횟집에서 사온 밴댕이 무침과 주인장이 미리 재어둔 양념 닭고기, 삶을 살 줄 아는 맘 따뜻한 후배가 담아온 갓김치와 총각김치 , 강화도 막걸리 그리고 후식으로 강화도 호박고구마 구이까지 먹고, 남양주 특산물인 먹골배로 입가심을 한다. 이야기 하고 웃고, 그 와중에 보드게임도 한다. 그러다 보니 열두시다.
다음날 일찍 일어나 다시 석모도로 간다. 늦게 온 회원님을 위해서다. 어제 보문사는 오늘을 위해 남겨두고 올라가지 않았었다. 어제 한 번 와 보았다고 이제 제법 길을 알 것 같다. 어제 저녁 풍경과 오늘 아침 풍경의 석모도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돌아오는 길에 수산물 시장에서 강화 쌀도 사고 새우젓, 멸치액젓, 반찬도 조금 샀다. 강화도는 먹을 것, 볼 것 천지이다. 섬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문화재 박물관이라 한다. 늦은 아침으로 버섯탕을 먹고 낙조대에 오른다. 고구려 장수왕 때 지은 적석사란 고찰이 있다고 하며 석양을 볼 수 있는 낙조대도 있다고 했다. 여기서 본 석양은 국내 3경에 든다고 한다. 구불구불한 길을 올라 절 까지 차로 갈 수가 있었다. 적석사에 내리니 엄청난 느티나무가 우릴 반긴다. 세상에 이리 큰 느티나무가 있나? 게다가 담쟁이 덩굴은 벽을 타고 사방에 있는데 산 속이어서인지 지기 시작한다. 시원한 약수도 마시고 주변을 산책하다가 낙조대에 이르러 아래 마을을 바라본다. 안 보이는 게 없다. 바다 저수지 마을 황금 들녘....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떼며 다시 집으로 와 각자 차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온다.
운동장의 은행잎이 어느덧 노랗게 물들었다. 그러고 보니 올 해도 두 달 밖에 남지 않았다.
11월은 10월만큼 화려하진 않지만 나는 이 계절이 좋다. 차분한 느낌이 들어 좋다. 낼 부터는 추워질 거린 예보이다. 오늘 바람이 엄청 불었다. 그 바람에 예쁘던 단풍들이 우수수 마구 떨어지고 있었다. 이렇게 해서 올 한 해가 또 서둘러가나 보다. 나도 친구들에게 시로 손을 내밀어 본다. 11월을 맞이한 우리 친구들을 위해 이해인 시인의 시를 한 편 소개할까?
“살아있는 날은
이 해인
마른 향내 나는
갈색 연필을 깍아
글을 쓰겠습니다
사각사각 소리나는
연하고 부드러운 연필 글씨를
몇 번이고 지우며
다시 쓰는 나의 하루
예리한 칼끝으로 몸을 깍이어도
단정하고 꼿꼿한 한 자루의 연필처럼
정직하게 살고 싶습니다.
나는 당신의 살아 있는 연필
어둠 속에도 빛나는 말로
당신이 원하시는 글을 쓰겠습니다.
정결한 몸짓으로 일어나는 향내처럼
당신을 위하여
소멸하겠습니다.
계룡 둔대의 모습
만들어진 시기가 기록이 되어 그 가치가 더욱 크다고 한다.
찬란한 햇빛과 황금 들녘, 황금빛 집들이 더욱 가을을 느끼게 해 준다.
새로 건설된 석모대교 때문에 석모도에 들어가기가 더 쉬워졌다.
민머루 해수욕장의 모습 :작지만 예뻤다.
작은 고깃배들이 정답다
해넘이가 시작되었다.
반 쯤 남기고 서서히 넘어가는 해를 보며 ...
가장 아름다운 순간의 해넘이 모습이다
해송도 멋지다.
보문사에서적석사의 담쟁이 덩굴
아침의 고려 저수지의 이름다운 모습 : 산그림자가 멋지다.
보문사 가는 길
또 다른 가을을 느끼게 해 준 억새풀
보문사에서 바라 본 서해 바다.
첫댓글 박수련 선생님!
맛갈나는 글, 잘 읽고. 멋진 사진! 잘 감상했습니다. 늘 청안하시길...
작은 몽당 연필이 되어서도 따뜻한 정이 남아 있다면 우린 살아 있다는 거 아닌가? 살아지는 날 까지 따뜻함 있지 말고 살아가자!
점식아! 정다운 댓글 고맙다. 우리 따뜻함 잃지 않고 감성도 잃지 않고 살아가자.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