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만드는 명절 음식이건만 명절 상을 차릴 때마다 아쉬움이 남는 음식이 있게 마련이다. 10년 차 베테랑 주부도 제대로 만들기 어려운 명절음식을 골라 전통음식의 고수들에게 제대로 한 수 배운다.
오려송편
‘그를 소반 위에 올리니 / 일천 뫼 뿌리요 / 젓가락에 끼워 올리니 / 허공에 반달이 떠오르다’ 방랑 시인 김삿갓은 송편의 모양새를 보고 뫼와 달을 떠올렸다. 한가위가 휘영청 보름달을 기리는 날이니만큼 그날을 위한 음식인 송편이 달을 닮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송편은 소를 넣기 전엔 둥근 보름달 모습을 띠다가 소를 채워 빚으면 반달 모양이 된다. 보름달이 뜨는 날인데 송편을 반달 모양으로 빚었던 이유는 둥근 보름달은 하루만 지나도 작아지지만 반달 상태라면 계속 커지는 소망을 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송편이 추석날 올리는 별식이란 건 잘 알지만 그것이 ‘오려송편’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철 이르게 익은 벼인 올벼로 만든 송편을 부르는 말이죠. 송편에는 과학과 실험정신이 들어 있어요. 설탕에 의한 삼투압, 녹말작용을 통한 호화현상 등 각 재료들이 상호작용하며 저마다 다른 맛과 모양을 만들고 최근엔 깨설탕, 콩, 팥뿐 아니라 말린 감, 파인애플, 토마토 등 다양한 재료를 소로 이용하기도 하죠.”
2 반죽을 25g, 25g, 10g 세 덩어리로 떼어내 25g 덩어리에는 쪄서 얼렸다 녹인 호박 10g과 5g을 각각 넣는다. 나머지 반죽 덩어리 10g에는 쑥 가루 5g을 넣고 각각 반죽을 한다. 반죽이 질면 마른 멥쌀가루(분량 외)를 조금 섞어 말랑말랑하게 만든다.
3 실깨고물, 설탕, 통잣을 섞어 소를 만든다.
4 ②의 반죽을 15g씩 떼어낸 다음 엄지손가락으로 살포시 눌러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 소를 넣고 주물러 동그랗고 납작한 감 모양과 끝이 뾰족한 복숭아 모양으로 각각 빚는다.
5 ②의 초록색 반죽 덩어리를 얇게 펴서 네 잎 나뭇잎과 한 잎 나뭇잎 모양으로 각각 잘라낸다.
6 ⑤를 각 과일의 모양대로 빚은 송편 위에 붙인다.
7 ⑥을 시루 밑에 깔고 김이 오른 찜통에 올려 30분 찐다. 다 익으면 꺼내어 마무리용 기름을 바른다.
more tip. 최순자 선생이 알려주는 추석 송편 빚기 노하우
송편이 터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송편이 터지는 것은 삼투압작용 때문이다. 보통 설탕을 넣은 깨소를 넣는데 설탕이 피에 있는 수분을 빼앗아가서 피가 금세 건조해지고 갈라져 쉽게 터지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설탕을 평소의 만 넣어야 한다.
소는 얼마만큼 넣어야 적당한가? 보통 주부들이 소를 넣을 자리를 만들 때 반죽을 꾹꾹 눌러 공간을 크게 만든다. 그렇게 하면 소와 피 사이에 빈 공간이 생기게 되고 찜통 그 안에서 공간이 팽창하면서 터질 수가 있다. 그러니 반죽을 엄지손가락으로 살짝만 누르고 밑에 있는 반죽을 밀어 올린다는 느낌으로 빚어주면서 공간 없이 빽빽이 채워 넣어야 한다.
익반죽으로 하는 것과 그냥 반죽으로 하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맛있을까? 익은 것을 다시 찌면 아무래도 질기게 마련이다. 좀 더 쫀득쫀득한 떡을 만들려면 찬물로 반죽해 만드는 것이 좋다. 익반죽을 하는 이유는 다양한 모양을 만들고 그 모양이 터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 때문에 모양보다 맛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면 익반죽보다는 생 멥쌀 반죽으로 만들면 더 쫀득하고 찰진 떡을 만들 수가 있다.
송편의 색을 좀 더 자연스럽게 내는 방법은? 요즘은 떡 반죽을 방앗간에서 사와 집에서 만드는 것이 보통이다. 방앗간에 반죽을 의뢰할 때는 반드시 ‘물을 넣지 말라’고 일러두는 것이 좋다. 모든 송편에는 항상 뜨거운 물 2컵이 들어가는데 이는 반죽을 생생하고 차지게 하기 때문에 송편을 빚기 직전에 물을 넣어주는 것이 좋다. 또 색을 낼 때도 이때 넣는 뜨거운 물에 각각의 색을 낼 재료를 넣어 물과 함께 반죽에 곁들이면 가장 예쁜 색을 만들 수 있다.
색깔을 내는 재료는 어떤 것들이 있나? 노란색은 호박, 말린 감 등이 있고, 초록색은 파래, 녹차, 보리새싹이 좋다. 대나무잎 가루, 뽕잎가루는 오래되면 색이 바랜다. 보라색은 백련초, 천년초, 비트로 하면 금세 색이 희미해지기 때문에 자색고구마나 포도로 내는 것이 좋다. 갈색을 낼 때는 적두, 계피, 도토리가루 등이 있다. 이때 색의 재료가 되는 것들은 수확한 지 얼마 안 된 것으로 만들어야 색이 예쁘고 진하기 때문에 미리 쪄서 냉동실에 얼려 보관하는 것이 좋다.
떡을 쪄내면 항상 떡끼리 달라붙어 모양이 흐트러지게 된다. 떡 잘 떼는 방법은? 쪄낸 떡은 통째로 빼두고 시간을 두면서 식혀야 한다. 따뜻할 때 서로 붙어서 엉키던 것이 식으면 쉽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단, 식힌다고 하여 찬물에 담그는 것은 삼가야 한다.
떡을 좀 더 쫄깃하게 하기 위해서는? 설탕을 넣어주면 좋다. 쌀가루 반죽의 정도 넣어주면 단맛도 적당하게 나고 찌고 난 뒤 반죽도 다른 때보다 더 투명해져 보기에도 예쁘다. 쫀득거리는 찰기가 강해져 마치 감자떡을 먹는 듯한 식감이 난다. 단, 당분이 많이 든 재료가 소로 들어갈 경우에는 설탕을 만 넣어준다.
최순자 선생은…
전통음식 내림솜씨 기능보유자인 국내 최고의 떡 명인이다.
한국떡·한과개발연구소 소장, 전통떡·한과 상설교육장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전통과 현대의 떡 이론과 조리를 가르치고 있다.
송편을 들여다 보니…
꽃송편, 오려송편, 노비송편, 호박송편, 모시잎송편… 한국 사람이라도 다 모르는 송편
▲ 모시 잎을 섞어 빚은 모시송편. 전통 옷감재료로 널리 알려진 모시는 잎을 말린 뒤 가루 내어 떡이나 칼국수를 해먹을 수 있다.
최순자 떡명인의 추석전통음식 강좌에 가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처럼, 과거 한민족에게 추석은 일 년 중 가장 풍성하고 넉넉한 때였다.
그런 만큼 추석에 먹는 명절 음식도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대표 절기 음식을 꼽으라면 뭐니뭐니해도 송편일 것이다.
송편 하나 맛보지 않고 넘기는 추석은 떡국 한 그릇 먹지 않고 보내는 설만큼이나 섭섭하다.
송편을 제대로 알아보려고 지난 2일 '추석맞이 전통음식 무료강좌'가 열린 서울 내곡동 서울농업기술센터에서 최순자(71)씨를 만났다.
우리떡한과개발연구원 원장인 최씨는 떡 업계에서 알만한 이는 다 아는 '떡 명인'이다.
우리 떡 본래의 특질을 고스란히 살리면서도 새로운 맛과 모양을 개발한다고 명성이 자자하다.
그런 그가 진행하는 강의여서인지, 아니면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와서인지 강의실은 70명 정원으로 가득 차 북적거렸다.
제사상에 올리는 떡도 시장에서 사온다는 가정이 대부분인 요즘 세태가 무색할 지경이었다.
■맛도 모양도 크기도 다양한 송편
최순자씨는 강의를 시작하면서 "한국사람은 다 아는 송편"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가 강의실 앞에 차려놓은 송편은 열 가지가 넘었다.
매화나 국화 등 꽃처럼 예쁘게 빚은 '꽃송편', 과일 모양을 내거나 과일을 넣은 '과일송편',
작게 빚은 송편을 또 다른 떡으로 감싸 화려하게 꾸민 '겹송편' 등 재료와 모양과 맛에 따라 종류가 무궁무진해 보였다.
진짜 '한국사람이면 다 아는' 송편일까 싶었다.
"(송편이) 굉장히 다양하게 있죠.
지역마다 모양과 맛이 다른 특징을 갖고 있어요.
주로 북쪽지방은 크게, 남쪽지방은 작고 예쁘게 빚었어요. 제주도에서는 보름달처럼 둥글게 만들었고, 충청도에서는 입술 모양으로 예쁘게 빚어요. 전라남도 송편은 초승달 모양으로 갸름하게 빚고요. 서울은 음식 멋 부리기를 좋아해서 모시조개 모양으로 앙증맞게 만들었지요.
전라도 양반가에서 주로 빚어 먹은 꽃송편은 오미자, 치자, 송기, 쑥 등을 이용해 여러 맛과 색감을 즐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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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뿐 아니라 중화절에도 먹던 송편
송편은 추석에만 먹던 떡인 줄 알았는데 중화절(中和節)에도 먹었다고 했다.
중화절은 음력 2월 1일로, 농사철 시작을 기념하는 명절이었다.
"가장 먼저 익는 벼를 올벼라고 하거든요.
이 올벼를 추수한 쌀로 만든 송편을 '오려송편'이라고 하는데 조상 차례상에 바쳤어요.
중화절에는 머슴, 노비들한테 농사일 잘해달라고 송편을 만들어서 나이 수대로 나눠줬어요.
이걸 '노비송편'이라고도 하고 '나이떡'이라고도 부르는데 아주 커요."
그 지역에서 많이 나는 재료를 활용해 송편을 빚은 건 예전이나 요즘이나 마찬가지이다.
"강원도에서는 산간지방에서 많이 나는 감자와 도토리로 송편을 만들었죠.
큼직하니 먹음직스럽고 손자국이 꾹꾹 난 것이 투박하죠.
뜨거울 때 먹어야 쫄깃하고 맛있어요.
충청도에서 유명한 호박송편은 밤호박을 삶아 멥쌀가루와 섞어서 익반죽한 다음 깨나 밤을 소로 넣고 찐 거예요.
모시 이파리를 넣은 모시잎송편은 전남 영광 등에서 먹어온 송편인데 지금은 전국적으로 인기가 많죠.
요즘은요, 지역 특산품을 의식적으로 송편 개발하는 데 이용하고 있어요. 서산에서는 육쪽마늘과 생강이 나는데 모양으로 흉내 내 송편을 빚거나 소로 넣지요."
과거 그대로 머물러 있는 줄 알았는데 송편은 시대에 맞춰 변화하고 새롭게 개발되고 있었다.
단지 우리가 무심하게 먹었을 뿐이다.
이번 추석에는 송편을 집을 때 조금 유심히 살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