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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영웅숭배론』은 토머스 칼라일이 1840년 5월 5일부터 22일까지 영국 런던에서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 행한 여섯 차례의 강연 원고를 모아 그 이듬해인 1841년에 단행본으로 편집해 간행한 책이다. “칼라일은 나의 종교”(Carlyle is my religion)라는 말이 생길 만큼 18세기 계몽주의의 물질주의와 종교적 회의주의로 “정신적 지향을 상실”한 19세기 유럽 젊은이들에게 큰 호응을 받았다. 이때부터 시작된 ‘상실의 시대’는 저물긴커녕 21세기 들어 오히려 그 기세가 더 강해졌고, 현대인의 커져가는 불안과 각종 리더십, 성공학의 흥행은 칼라일의 이 책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함을 방증한다.
🏫 저자 소개
토마스 칼라일
영국의 평론가·역사가이다. 이상주의적인 사회 개혁을 제창하여 19세기 사상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 토마스 칼라일은 밀과 더불어 빅토리아 시대 영국 지성계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영국의 역사가이자 문인이다. 그는 독실한 칼뱅주의자 부모에게서 종교적 감화를 받으며 자라났다. 에든버러 대학에 다니면서 계몽주의의 영향으로 심각한 종교적 회의에 빠졌으나 칸트, 피히테 등의 독일 선험철학을 통해 정신적 위기를 극복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는 이 체험을 1836년 발표된 『의상철학』 이라는 작품을 통해 정리해냈으며 신릴함과 익살이 뒤섞인 이 책은 미국에서 에머슨을 비롯한 수많은 추종자들을 양산했다.
칼라일은 교회, 신조, 성사 등 모든 종교 형식을 거부하면서도 칼뱅주의의 확고한 도덕성을 견지했으므로 '신학없는 칼뱅주의자'로 불린다. 그는 괴테를 숭배했으며 1824년에는 괴테의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를 영어로 번역했다. 이후 신(이교의 신화),예언자(마호메트), 시인(단테와 셰익스피어), 성직자 (루터와 녹스), 문필가(루소와 존슨과 번스), 군주(크롬웰과 나폴레옹) 등을 주인공으로 한 『영웅숭배론』의 출판과 더불어 힘, 특히 종교적 사명에 대한 확신과 결합한 힘(도덕적 힘)을 숭배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사상 조류를 보이며 본격적인 저술활동을 시작한 1820년대 말부터 생애말기까지 약 반세기 동안 저작의 분양이나 영향력 면에서 칼라일은 빅토리아 시대 최고의 문필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힐 만 했다. 진화론으로 유명한 동시대 생물학자 다윈은 칼라일을 가리켜 '내가 알고 있는 가장 귀 기울일 가치가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하기도 했으며 역사가 브린턴 역시 칼라일에게 호감을 갖지는 않았지만 "빅토리아 시대의 전기나 서간집치고 그에 관해 언급하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로 칼라일이 명성을 누렸으며 그의 시대의 대립하는 두 세력으로 칼라일과 밀(J.S.Mill, 1806~73)을 맞세우는 것이 결코 부당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저서로는 『의상철학』, 『프랑스 혁명사』, 『영웅 숭배론』, 『과거와 현재』 등이 있다.
📜 목차
영웅들로 가득 찬 세계를 꿈꾼 칼라일|박상익
제1강 신으로 나타난 영웅―스칸디나비아 신화: 오딘 · 이교
강연을 시작하며
신으로 추앙된 영웅
북유럽 신화의 주인공?오딘
북유럽 신화의 본질?성실
제2강 예언자로 나타난 영웅―마호메트와 이슬람
신의 영감을 받은 영웅?예언자
참된 예언자 마호메트
『코란』의 진실성
제3강 시인으로 나타난 영웅―단테 · 셰익스피어
신성한 신비를 드러낸 예언자
중세의 대변인?단테
인도와도 바꿀 수 없는 시인?셰익스피어
제4강 성직자로 나타난 영웅―루터의 종교개혁 · 녹스의 청교주의
신성한 진리를 숭배하는 영웅
거짓에 항거한 예언자?루터
땅 위에 하늘나라를 세우려 한 성직자?녹스
제5강 문인으로 나타난 영웅―존슨 · 루소 · 번스
새로운 시대의 영웅
정복당하지 않는 영혼?존슨
광기 속에 피어난 진실의 불꽃?루소
비극적 성실성의 생애?번스
제6강 제왕으로 나타난 영웅―근대의 혁명운동: 크롬웰 · 나폴레옹
영웅정신의 마지막 국면
진실한 영혼의 소유자?크롬웰
야망으로 혼탁해진 진실?나폴레옹
토머스 칼라일 연보
찾아보기
📖 책 속으로
우리가 잘 알듯이 사람들은 온갖 종류의 믿음을 고백합니다. 하지만 과연 그 믿음을 어느 만큼이나 관철시키고 있습니까? 실로 가치 있는 믿음이 있는가 하면, 전혀 가치 없는 믿음에 이르기까지 너무나 천차만별입니다.
--- pp.31~32
사회적 위인들은 모두 은행권과 같습니다. 모두 금을 대변합니다. 그러나 아, 그중의 어떤 것은 위조지폐입니다. 우리는 소수의 위조지폐는 용인할 수 있습니다. 상당히 많아도 용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부 또는 대부분이 위조지폐라면 용인할 수 없습니다! 아니, 그때에는 혁명이 와야만 합니다.
--- p.47
어떤 위인도 결코 헛되이 살지 않습니다. 세계의 역사는 위인들의 전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 p.73
아무리 천박한 인간일지라도 좀더 고귀한 무엇을 갖고 있습니다. 총알받이로 고용되어 상소리나 지껄이는 가련한 병사들도 훈련규정과 하루 1실링의 급여 외에 그 나름대로 ‘군인의 명예’라는 것을 갖고 있는 법입니다.
--- p.140
‘독창성’의 가치는 새롭다는 것이 아니라, 성실하다는 데 있습니다. 믿는 사람은 독창적인 사람입니다. 그는 무엇을 믿든지 다른 사람을 대신해서 믿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믿습니다.
--- pp.231~232
땅이 하늘을 아주 많이 닮아 해로운 일은 없을 것입니다!
--- p.271
정당하지 않으면서 복종을 요구하는 사람에게 재앙이 있을 것이며, 정당한데도 복종을 거부하는 사람에게도 재앙이 있을 것입니다!
--- p.341
영웅만 있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영웅에 적합한 세상이 또한 있어야 합니다. 종놈들의 것이 아닌 세상이 말입니다.
--- p.366
우리는 위인들의 야망을 과장합니다. 우리는 그것의 본질을 잘못 알고 있습니다. 위인들은 그런 의미의 야망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 야망은 용렬하고 변변치 못한 사람이나 가지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 이상으로 광채를 발산하지 못한다고 해서 불행하게 사는 사람과 자기의 소질과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노심초사하며 자기 선전을 일삼는 사람, 마치 그것이 신을 위한 일이라도 되는 양 자기를 위인으로 인정하여 뭇사람들 위에 앉히라고 보채는 사람들을 보십시오! 그런 인간들은 해 아래 있는 것 중 가장 가련한 구경거리입니다.
--- pp.374~375
🖋 출판사 서평
영국에서 28판, 미국에서 25판을 거듭한 19세기 최고의 베스트셀러
『번역청을 설립하라』 『번역은 반역인가』의 저자 박상익 번역
성공한 인간에게서 발견되는 불변의 법칙
“영웅만 있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영웅에 적합한 세상이 또한 있어야 합니다.
종놈들의 것이 아닌 세상 말입니다.”
『영웅숭배론』은 토머스 칼라일이 1840년 5월 5일부터 22일까지 영국 런던에서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 행한 여섯 차례의 강연 원고를 모아 그 이듬해인 1841년에 단행본으로 편집해 간행한 책이다. “칼라일은 나의 종교”(Carlyle is my religion)라는 말이 생길 만큼 18세기 계몽주의의 물질주의와 종교적 회의주의로 “정신적 지향을 상실”한 19세기 유럽 젊은이들에게 큰 호응을 받았다. 이때부터 시작된 ‘상실의 시대’는 저물긴커녕 21세기 들어 오히려 그 기세가 더 강해졌고, 현대인의 커져가는 불안과 각종 리더십, 성공학의 흥행은 칼라일의 이 책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함을 방증한다.
■ 왜곡의 답습을 벗어던지고 다시 보는 『영웅숭배론』
이 책은 1841년 초판이 간행된 후 1928년에 이르기까지 영국에서 28판, 미국에서 25판이 각각 간행되었고, 독일어 번역본은 6판이 간행되었다. 칼라일이 사망한 후에도 유럽 각 나라의 언어로 번역되었는데, 1888년에는 프랑스어, 1892년에는 폴란드어, 1893년에는 에스파냐어, 1897년에는 이탈리아어, 1900년에는 헝가리어, 1901년에는 스웨덴어, 1902년에는 네덜란드어, 1903년에는 세르보-크로아티아어, 그리고 1916년에는 덴마크어로 옮겨졌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유럽의 독서인구 상당수가 이 책의 애독자였던 셈이다.
하지만 칼라일이 제시한 ‘영웅’이라는 개념은 20세기 들어 철저히 왜곡되었다. 19세기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는데도 그의 저작이 오늘날 주춤하고 있는 이유다. 정치적·군사적 함의가 있는 이 단어는 20세기를 휩쓴 나치즘·파시즘을 연상케 했고, 그 이미지는 타성에 젖은 “왜곡의 답습”으로 오늘날까지 이어졌다.
오해와는 달리 칼라일은 이 책에서 ‘영웅’(Hero)과 ‘위인’(Great Man)을 같은 말로, ‘숭배’(Worship)와 ‘존경’(Reverence)을 같은 말로 사용한다. 칼라일의 영웅은 군사적인 의미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이 책에서 다룬 11명의 영웅 중에는 나폴레옹과 크롬웰 같은 군사적 영웅도 물론 있지만 나머지 영웅들은 북유럽 신화의 주인공 오딘, 이슬람교 창시자 마호메트, 종교개혁자 루터와 녹스, 시인 단테와 셰익스피어, 문인 존슨, 루소, 번스 등이다. 심지어 모든 영웅 중 가장 위대한 영웅은 예수라고 말한다. 아무리 눈을 씻고 살펴도 예수와 히틀러 사이의 공통점은 결코 찾을 수 없지 않는가.
■ 칼라일이 말하는 영웅과 영웅숭배
“우리는 위인들의 야망을 과장합니다. 우리는 그것의 본질을 잘못 알고 있습니다. 위인들은 그런 의미의 야망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 야망은 용렬하고 변변치 못한 사람이나 가지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 이상으로 광채를 발산하지 못한다고 해서 불행하게 사는 사람과 자기의 소질과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노심초사하며 자기 선전을 일삼는 사람, 마치 그것이 신을 위한 일이라도 되는 양 자기를 위인으로 인정하여 뭇사람들 위에 앉히라고 보채는 사람들을 보십시오! 그런 인간들은 해 아래 있는 것 중 가장 가련한 구경거리입니다.”(pp.374-375)
칼라일이 말한 위대한 인간은 오늘날 우리가 흔히 성공한 사람의 이미지로 곧장 떠올리곤 하는 야망 넘치는 사업가와는 다르다. 오히려 오늘날 ‘갓생’(God生)이라 불리는 생활상의 필수 덕목인 ‘성실’을 주요한 자질로 삼는다. 다만 ‘자신의 성실성을 의식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이 불성실하다는 것을 예민하게 느끼며 살아간다’는 조건이 붙는다. 거기에 외적인 사물에 휘둘리지 않고 사물 그 자체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까지 갖춘 이들이 바로 칼라일의 위대한 인간, 즉 영웅이다.
“사회적 위인들은 모두 은행권과 같습니다. 모두 금을 대변합니다. 그러나 아, 그중의 어떤 것은 위조지폐입니다. 우리는 소수의 위조지폐는 용인할 수 있습니다. 상당히 많아도 용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부 또는 대부분이 위조지폐라면 용인할 수 없습니다! 아니, 그때에는 혁명이 와야만 합니다.”(p.47)
칼라일은 영웅의 가치를 누구보다 높이 평가했다. “인간이 이 세계에서 이룩해온 역사는 근본적으로 이 땅에서 활동한 위인들의 역사”라든가, “세계의 역사는 위인들의 전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표현처럼 말이다. 하지만 칼라일에게 영웅과 추종자는 그저 정도의 차이를 가졌을 뿐이다. 영웅이 성실성과 통찰력을 구비한 인물이라면, 영웅숭배를 이루어내는 범인(凡人) 역시 성실성과 통찰력을 갖고 영웅을 알아보는 사람이어야 한다. ‘위조지폐’와 ‘금’을 구분해내는 안목이 필요한 것이다. 영웅과 추종자는 결국 같은 종류의 사람들이다. 다만 영웅은 신성한 진리를 직관으로써 간파할 수 있을 만한 강력한 통찰력과 성실성을 가진 반면, 추종자는 영웅의 구체적인 언행을 통해 진리를 깨달을 수 있는 종류의 사람이다.
이렇듯 영웅과 범인, 숭배되는 자와 숭배하는 자의 차이가 ‘질’적인 것인 아닌 ‘양’적인 것이라면, 범인 개개인에게 영웅다운 품성이 있을 때 비로소 영웅에 대한 추종이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칼라일이 말한 ‘영웅숭배’란 상급자에 대한 수동적이고 맹목적인 복종이 아니라 도덕성을 지닌 위인에 대한 마음에서 우러나는 자발적인 존경이다.
■ 진정한 자기계발자로서의 영웅
“아무리 천박한 인간일지라도 좀더 고귀한 무엇을 갖고 있습니다. 총알받이로 고용되어 상소리나 지껄이는 가련한 병사들도 훈련규정과 하루 1실링의 급여 외에 그 나름대로 ‘군인의 명예’라는 것을 갖고 있는 법입니다. …그에게 그것을 할 수 있는 길을 보여주십시오. 그러면 아무리 둔해 빠진 날품팔이일지라도 빛을 발하며 영웅이 될 것입니다. 인간이 안일을 좇아 움직인다고 말하는 사람은 인간을 크게 모독하는 것입니다.”(p.140)
칼라일은 인간존재의 고귀함을 찬양했고, 모든 인간 마음속의 정신적 위대성을 일깨우는 일을 중요시했다. 개개인이 가진 영웅적 품성을 가꿔야만 진정한 영웅 또한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 작은 영웅이 큰 영웅을 만들어냄을 의심하지 않았던 칼라일은, 주권 의식 없는 ‘종’의 마음가짐으로는 ‘가짜영웅’이 판치는 세상을 맞닥뜨릴 수밖에 없음을 경고했다. 『영웅숭배론』을 통해 칼라일은 인간의 시민적 덕성을 강조한 것이다.
“요컨대 우리에게는 둘 중 하나가 남았습니다. 즉 우리는 영웅을, 진정한 지배자와 대장을 좀더 잘 알아보게 되거나, 또는 영웅이 못 되는 자의 지배를 영원히 받거나 할 따름입니다.”(p.3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