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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무도회
- 낯선 자들과의 조우
(이 소설의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으며 무단 배포, 도용, 불펌 및 성형을 일절 금합니다)
중 편
*
".....하아........"
당장에 강남서로 달려가야 할 만큼의 비상사태임에도 불구하고 깊은 밤, 형일이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선다.
불안에 떠는 대익에게 주변 몇몇 경찰 인력들을 붙여 안심을 시키고는 기초 생필품을 챙기러 간다는 명목하에 급하게 찾은 그의 집.
그 오피스텔 안 쇼파에는 이미 한 남자가 앉아 한가로이 담배를 피고 있었다.
"이번에도 잘 부탁해"
그런 그에게 미안한 표정으로 다가서서는 먹을 것을 잔뜩 내민다.
그리고 남자는 이미 생활이 되어버린 이 상황에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그가 사온 콜라캔을 집어 든다.
[한국은 정말 귀찮은 나라군]
"이왕 도와주기로 한 거 인상 피면 좋잖아"
[누누히 말하지만 2009년도까지야. 그 이상은 안돼. 나도 이제 쉬어야 겠어]
"이하동문이야, 나도 10년서부터는 서서히 쉴테니까 이번까지만 도와줘. 그래도 경찰서에 있는 한 사건은 다 해결해야하지 않겠어?"
[.........이번은 또 뭐지?]
"경찰에 대한 선전포고. 김대익을 죽이겠다는"
[기한같은 건?]
".........이제 6시간 남았어. 기간이 해뜰 때 까지였으니까..."
[복잡하게 됬군, 시간이 너무 촉박해. 이번엔 범인 검거에 도움을 못줄수도 있겠어]
"안 돼, 이번만은 기필코... 대익이 그 자식을 지켜야해"
[노력은 해보지. 일단 현장에 나가도록 해]
남자의 낮은 음성에 형일이 압도되어 고개를 끄덕인다.
콜라 캔을 순식간에 헤치우고서는 안경을 바로 잡아 끼고 형일이 건낸 소포를 유심히 살피기 시작하는 남자.
이들의 대화는 모두 영어로 계속되고 있었다. 제임스라는 사람은 한국인이 아닌, 미국인이었기 때문이다.
사건 현장마다 발휘하던 천재적 감각과 프로파일로 대한민국 최고의 형사라는 타이틀을 짊어쥐게 된 형일에겐 사실 남 모르는
비밀이 있었다.
미국 FBI출신 범죄 프로파일러 제임스, 그 남자가 바로 형일을 대한민국 최고의 형사로 만들어 준 장본인이었다는 비밀.
*
"I Love you baby, oh god, love you baby!!!"
1977년 12월 미국.
칠흙같이 어두운 겨울 밤을 가르는 광란의 핏소리에
새근새근 잠이 들었던 9살 어린 형일이 눈을 뜬다.
"Daddy??"
순간, 직감적으로 드는 불안감과 두려움에 떠리는 목소리로 아빠를 불러 찾았다
이러면 안 될것 같다는 느낌에 한없이 몸이 떨리면서도,
그 시절의 그는 혼자라는 두려움이 더욱 앞서 부모님이 주무시고 계실 1층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내딛고 있었다.
"........욱.........."
그리고 1층에 다다른 순간, 계단 끝에서 올라오는 구토를 참지 못하고 뱉어버리는 형일.
코 끝을 마비시키는 피 비린내와 동공을 마비시키는 새빨간 핏자국에 그날 그는 후각을 잃고 미각을 잃었다.
그리고... 새벽의 침입자에 의해 자신을 그토록 사랑해주셨던 엄마도 잃었다.
"Oh,god. you are so cute like your mother..."
세상에...넌 네 엄마만큼이나 귀엽구나...
그러나 불행히도 어린 형일마저 살인자의 눈에 띄어버리고 말았다.
엄마를 향했던 그 칼을 이제는 채 130cm도 되지 않는 체구의 아이에게 향하며 기분 나쁜 미소로 그에게 한 걸음씩 다가서는 남자.
"H....Help me...h,help me!!!!!!!!!!!!!!"
그 극한의 공포 상황에 미쳐 도망칠 생각도 못한 채 아무도 없는 허공에 도움을 요청하던 그 불쌍한 아이를
탕!
살인자의 손에서 살려준게 바로 제임스였다.
"I'll go to my mother's country"
나 우리 엄마 나라로 갈거야
"Ko...Kora"
코라였나?
"No. Korea. I'll go there"
아니. 코리아. 나 거기로 갈래
".............When are you going to go there?"
..............언제쯤 갈 계획인데?
"As soon as possible"
가능한 빨리
"............Well.....then I'll go with you"
음...그럼...나도 너랑 갈게
".........really?"
.......정말?
"Yeah. because you're my son"
물론이지. 넌 내 아들이니까
그리고 그 후에 그는,
이제는 단순히 집에 종종 놀러오던 옆 집 형에서,
순식간에 고아가 되어버린 그를 거두어준 가족같은 존재로 바뀌었다.
*
"CCTV는요?"
"완료"
"조끼는?"
"그것도 완료"
아까보다 많이 휑해진 강남서 안.
인석과 지원 둘이 수시로 상황을 점검한다.
범인이 아직 김대익에게 올 것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던 지원이 사옥으로 달려가려던 인석을 붙잡아두고 있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방금 전 받은 형일의 전화에 더욱 혼란스러워 진 두 사람은, 김대익을 지킴과 동시에 꼭 이 싸이코를 집어 쳐 넣겠다는 생각에
더욱 만반의 준비를 갖추려 노력하고 있었다.
"하아...하아...김대익은?!?!?!?"
그 때, 넘어갈 듯한 숨소리를 헐떡이며 그들이 있는 곳으로 헐레벌떡 뛰어들어오는 형일.
온 몸을 적신 땀방울과 새파랗게 질린 얼굴이 그가 얼마나 순식간에 이곳으로 왔는지를 확인시켜주었다.
"아직까진 아무 이상없습니다. 그보다도 형사님 땀 좀 닦으십쇼, 남자들끼리 6시간을 있을텐데 땀냄새까지 풍기면..."
"시끄러 새끼야, 하아 아무튼 다행이다"
미간을 살포시 찌푸린 지원이 내미는 손수건을 받아들고는 얼굴과 목 구석구석을 훔치는 형일의 모습에
이제 저 손수건은 못쓰게됬다는 생각과 함께 지원이 고개를 푹 숙이고는 한숨을 내쉰다.
"근데 잘 있다는 김대익이가 보이질 않네?"
"아, 잠깐 화장실 갔어요"
인석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해서 땀을 훔치는 형일이, 순간 고개를 들어 두 사람을 쳐다본다.
그 갑작스러운 기운에 급하게 형성된 침묵의 기운.
말은 주고받지 않았지만 세 사람의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은 모두 같았다.
.........화장실이라고......... 안전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
"..............마,말도 안돼.......기......김대익.........."
화장실에 들어선 형일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다.
대익의 심장부위에 정확히 꽂혀 들어간 총탄.
젠장! 이제 다 됬는데, 범인의 윤곽이 거의 다 잡혀간다고 제임스가 그랬는데!
“.....대.......대익이 이 새끼야!!!!!!!눈 떠!!!!!!!!눈 뜨라고!!!!!!!!!!!!!”
코 끝은 자극하는 핏 비린내에도 아랑곳 않고 곧장 달려가, 피를 흥건히 흘린 채 쓰러져 있는 대익을 끌어 안고 절규하는 형일.
그 날은 후배를 잃었다는 슬픔에 한 없이 눈물만이 흐르던 날이자,
자신의 완벽한 형사 생활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긴 날이었다.
“...............박형사님.......”
그러나, 형일의 절규소리에 급히 뛰어온 다른 형사들의 표정이 이상했다.
선후배, 동료의 죽음에 어두운 표정들로 일관할 뿐 눈물을 흘리는 이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님자는 빼죠. 전도유망한 형사에서, 살인범으로 추락했으니까”
그리고 그 때, 수많은 형사들 사이에서 신입형사 지원이 걸어 나온다.
그리고는 형일의 손에 수갑부터 철컥 채우는 지원.
“박형일씨. 당신은 끝났습니다.”
“...........뭐?!”
“당신을 살인 및 살인 미수 혐의로 체포합니다”
“이 새끼가 지금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야 김민준! 이 새끼 미쳤어?!”
다짜고짜 채워진 수갑에, 자신이 늘 내뱉던 체포라는 단어까지 귓등을 울리자
형일이 흥분한 채 소리를 버럭 질러댄다.
“아니요, 전혀 미치지 않았습니다. 미친 건 당신이죠”
그러나 곧,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 벙찐 채 누군가를 바라보는 형일.
화장실 속에서 걸어나온 그 사람은,
“죽어드렸어야 했는데 죄송해서 어쩌죠? 옷 안에 이런...걸 미리 입고있었거든요..”
자신이 몇 분전 총구를 겨눴던 대익이었다.
“대...대익아!!!!!!살아 있었구나!!!!!!!!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그리고는 몇 분후, 눈앞에 살아 돌아온 대익을 보며
진심으로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그를 끌어안는 형일.
*
“..............아우 뻐근해........”
취조실.
엎드려 자고 있던 형일이 따가운 햇살에 눈을 뜬다.
“일어나셨습니까?”
그 때, 그의 옆에서 바로 들려오는 준호의 목소리.
자신이 왜 여기서 잤는 지도 모르는 듯 의아한 표정으로 느리게 일어나던 형일은,
곧 머릿속을 불현듯 스쳐 지나가는 불안감에 눈을 번쩍뜬다.
“....잠깐만, 김대익은, 김대익 어떻게 됬어?!”
“다행히 아직 살아있습니다. 저기”
그의 말에 준호가 취조실 밖을 가리키고,
그의 손 끝을 따라 시선을 이동하던 형일의 얼굴에 그제서야 안도의 기색이 내비친다.
살아있었구나. 정말 다행이야 김대익.
“..........씨발 이게 진짜 뭔일이냐? 난 도무지...”
“몽유병이 있었데... 밤만 되면 나타나는 또 다른 자아 제임스...”
취조실 밖은 하루종일 형일의 이야기로 시끌벅적했다.
언론에 노출된다면 정말로 세상이 발칵뒤집혀질 일이 바로 자신들의 경찰서 내에서 일어나 버린 것이다.
그들이 선뜻 언론에 알리지 못하는 이유는 총 3가지였다.
먼저 첫 번째. 희대의 연쇄살인마가, 경찰서 지붕아래 살고 있었다는 점.
두 번째, 그의 천재적 프로파일링과 수사기법이라는 포장에 속아 그가 꾸며놓은 거짓 증거와 정황에 그간 무고한 사람들을
살인범으로 교도소에 보냈다는 점.
마지막 세 번째. 그의 엽기적인 살인 행각을 정작 박형일 본인은 잘 모르고 있어 보인다는 점.
“어젯밤 취조는 어땠어?”
“몰라 기면증까지 있는 지 자꾸 툭하면 잠드는 탓에 애 좀 먹었어........ 이런말 하긴 좀 그렇지만.. 자고 있어나면 제임스, 또 자고
일어나면 박형일. 이렇게 제임스랑 박형일이랑 왔다갔다거리는 게 좀 웃기기도 했다니까”
“완전 또라이 아니야 저거?!”
“근데 그럴만 하더라고...9살 때 눈 앞에서 엄마의 살인현장을 목격했다나봐. 그리고 그 엄마를 죽인 살인마는...”
“..............................”
“자신의 아버지 리처드. 미국의 충격적인 싸이코패스 살인범이야. 그리고 더 대단한 사실은.............
.............미국 FBI에서도 못잡은 그 싸이코를 박형사님...아니 박형일이 쏴버렸다는거야. 9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그럼 그 제임스가......”
“그 때 만들어진 또 다른 자아. 자신이 아버지를 쏴 죽였다는 죄책감과, 자신을 보호했다는 생각이 뒤섞여 혼란 속에 만들어져버린
자아가 제임스야. 내 아빠는 내가 죽인게 아니야, 제임스가 죽인거야. 그러나 제임스는 착해. 그래서 날 도와준거야. 이렇게 되는거지”
“..........한국에서 저런 미친놈이 태어나다니...”
“태어난건 아니지, 저 경우는 후천적 영향이 크니까. 어떻게 보면 안됐어. 5명이나 죽인 제임스는 연쇄살인범이지만, 박형일이라는
사람 자체만 보면 참 좋은 사람인데 말이야.”
“그래서 그랬구나. 그래서 살인 동기서부터 증거까지 정확히 맞췄던 거였어. 제임스가 죽이고...박형일이 해결하고..."
“그 덕에 우리 경찰서도 대한민국 대표 형사 타이틀로 위상 좀 높아졌었지. 이젠 뭐, 완전히 바닥으로 추락하겠지만 말이야”
“그럼 이제 우리 서는 어떻게 되는거지? 서장님도 완전 찍이네 찍, 아 그것보다도 박형일은 어떻게 되는거야?”
“저 상태로 감옥은 무리야. 일단 병원에 먼저 보내지겠지”
옆에서 형사들의 말을 하나하나 엿듣던 지원이 제임스라는 형일의 또 다른 자아 얘기에 표정을 굳힌다.
취조실안에서 진행되는 준호와 형일의 취조를 바라보면서도,
그의 얼굴에서 제임스의 얼굴을 읽으려 노력하는 지원.
“.........제임스라.........”
한참동안이나 그 모습을 지켜보던 지원의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오로지 하나였다.
제임스를 직접 만나보고 싶다는 것.
첫댓글 오우... 역시 지원이인가요~ㅋㅋㅋ 근데, 시즌4 프롤보면 지원이는 강남서에 있었는데..? 아, 음악도 제목과 같은 가면무도회! 저 이거 아사다마오가 프로그램연기할 때 항상 들어서 너무 좋아했었는데 ㅎㅎㅎ
白い쵸우 님 감사합니다! 헉 그러게요 그게 어긋나네요 감사합니다! 서 이름을 빨리 바꿔야겠어용ㅠ 가면무도회! 노래가 잔잔하니 좋죵 ><
와우~지원이 정말 천재인가봐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