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표류
내가 사라지더라도 간직해 줘. 이건 오랫동안 변하지 않는 거니까. 쉽게 사랑받지 못하지만, 누군가 사랑하게 되면 오래 사랑받게 되는 거니까.
보고 싶어.
무서워, 라는 말보다 한 글자가 더 많으니까, 그러니까 그 말은 미안해, 라는 말보다 뭐가 더 있어도 있겠지. 그는 믿었다. 한 글자가 더 많은 말의 힘을. 믿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러면 정말 무서운 일이 벌어질 것 같아서.
나는 원래는 거짓말을 싫어하지만 사랑은 ‘원래’라는 말을 지우는 법이다.
네가 나를 언니라고 부를 때마다 깜짝깜짝 놀랐어. 언니라고 불리는 건 참 묘하구나, 부끄럽기도 하고. 싫은 건 아니었어. 자꾸 내가 작아지는 것 같아서 도망가고 싶었을 뿐이야. 자꾸 부끄러웠는데, 왜 그랬을까?
사랑 같은 거보다 네가 훨씬 더 대단해. 울지 마.
우리는 자기를 마주한 순간부터 하울링을 했을 거예요. 아니면 내가 무엇인지 모르겠어서 나를 닮은 이들을 찾으려고 떠돌아다녔을 거고요. 내가 긴 울음소리를 내지 않아도 언니는 알아요. 내가 여기 있다는 거요. 그리고 언니와 같다는 걸요.
그래서 나는 이제라도 안심할 수 있어요.
언니,
언니 목소리가 듣고 싶어요.
네가 하는 이야기 전부 별 같았어. 네 입에서 빛나는 별들이 계속해서 쏟아졌어.
우리는 몸뿐 아니라 뇌도 자라는 중이래. 미래야. 나는 우리가 같이 자라는 중이라서 정말 기뻐. 너의 손바닥에 나의 손을 맞대 보고 싶다. 우리 손바닥 크기가 얼마나 같고 다른지 확인해 보고 싶어. 네가 허락한다면 발바닥도 맞춰 보고 싶어. 너랑 나란히 앉아서 엉덩이에서 무릎까지 길이도 비교해 보고 싶어. 우리가 얼마나 같고도 다른지 전부 맞춰 보고 싶어. 우리가 다 자란 날에는 같이 파티를 하고 싶어. 그런 날은 언제일까?
나의 미래를 얘기하려면…… 나의 오늘을 얘기해야겠다.
미래와 손을 잡고 비 갠 골목을 산책하다가 문득 물었어.
우리는 어째서 사랑을 할까?
나의 어리석은 질문에 미래는 곰곰 생각하다 되물었어.
비는 왜 내릴까?
나도 되물었어.
바람은 왜 불지?
우린 새로운 놀이를 발견한 사람들처럼 물음을 주고받았어.
태양은 왜 빛날까?
눈은 왜 차갑지?
꽃은 왜 필까?
물은 왜 흐를까?
밤은 왜 어둡지?
사람은 왜 태어나고 죽을까?
너는 왜 박효주야?
너는 왜 전미래야?
많은 질문에 매듭을 짓듯 미래는 고요히 대답했어.
그래서 우리는 사랑을 하지.
모두
박서련 김현 이종산 길보라 이울 정유한 전삼혜 최진영
그래서 우리는 사랑을 하지 속 문장들
위의 문장 모두 동성을 향한 말들이라는 걸 느꼈을까
자신의 글들이 조각조각 유명해져도 누구의 글인지도 모른 채 소비되고 손에 잡히는 건 없어서 슬프다는 어떤 작가의 말을 봤었어
그러니 문장이 좋았다면 책도 꼭 읽어보길 바라
퀴어인 여시는 우리들의 이야기라
헤테로인 여시는 보편적인 사랑에 관한 글이라
즐겁게 읽을 수 있는
푸릇푸릇 몽글몽글한 로맨스 소설집이야
대놓고 퀴어에 대해 설교하겠어 하는 작품도 없고
무엇보다 트랜스젠더도 등장하지 않아
내가 적은 글 중 마음에 드는 문장이나 감정이 있었다면
책도 분명 재밌게 읽을 수 있을 테니
단편적인 문장 이상의 것들을 책으로 느껴볼 수 있기를
첫댓글 제목에 이끌려서 들왔다가 절절하고 설레고,, 넘 행복하게 읽었어 여시야 게다가 퀴어소설집이라니...! 꼭 책으로 읽어볼게 좋은 책 알려줘서 고마워!!
제목에 보고왔는데 너무좋다 책추천 고마워!
여샤잘읽었어 너무 좋다
여샤 잘 읽었어 넘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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