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를 좋아하느냐고 묻지 마세요 -언론인 다니엘 튜더
다니엘 튜더Daniel Tudor, 아주 유명하지는 않아도 어느 정도 유명해진 그는 소위 ‘한국통’이라 불린다. 2010년부터 이코노미스트지 한국 특파원으로 일하다 최근에 그만두었다. 가수 신중현과 싸이, 정치인 박원순, 축구선수 홍명보, 우주비행사 이소연, 고은 시인 등을 만났고, 그것을 글로 썼다. 이 글들은 7월에 번역되어 출간된 그의 첫 책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Korea: The Impossile Country》에 수록돼 있다. 한국이라는 나라를 좋아하면서도 때로 유머 섞인 냉소를 보내기도 하는 그가 흥미로웠다. 그는 한국의 과거보다는 미래에, 정치보다는 일상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 보였고, 결론을 내리고 예측을 하기보다는 질문을 던지는 모습이 영락없이 기자처럼 보였다. 이것이 그를 만나고 싶었던 이유다.
“미안해요.” 그가 가장 많이 한 말이었다. 다니엘 튜더는 인터뷰 내내 자신의 서투른 한국어 실력을 부끄러워하며 사과했다. 우리의 인터뷰는 영어를 못하는 질문자 때문에 한국어로 진행되었고, 종종 소통의 혼란을 겪었다. 영어를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했더니 그는 뜻밖에도 이렇게 되물었다. “한국에서는 왜 모든 사람이 영어를 하려고 하는 거죠? 일본만 해도 안 그러는데. 진짜 낭비예요.” 한국을 좋아하고 앞으로도 한국에서 살 예정인 자신이 한국어를 잘 못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지만 영어 지상주의로 인해 발생하는 한국의 경제적?사회적 문제가 심각하다고 덧붙인다. 바로 이 지점이, 그를, 그가 되고 싶지 않다는 ‘우아한 영미권 언론인’과 구별되게 한다.
이렇게 말하는 그도 한국에서 영어 강사로 일한 적이 있다. 2002년 처음 방문한 한국에 매료된 그는 영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2004년 다시 한국에 온다. 증권 거래인으로도 한때 일했다. 2008년 런던으로 돌아가 이코노미스트지 인턴을 한 후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하고 나서 스위스에서 일하던 중 이코노미스트 아시아 편집장으로부터 한국 특파원 자리를 제안받는다. “일 초도 생각하지 않았어요.” 한국이란 나라가 어디가 그렇게 좋으냐고 물었다. “변동이 많은 나라예요. 이런 나라에서 사는 게 좋아요. 매일매일 자극을 얻을 수 있고, 심심할 수가 없어요.”
그는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해야 한다’고 말한 낫심 니컬러스 탈리브1)를 좋아한다고 했다. 그러나 당신은 남들이 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을 좋아했고, 그래서 ‘한국통’이 되었고, 그 결과 지금 한국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은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며 민망해한다. 15살 때 편의점에서 시급 3,600원을 받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돈을 벌기 시작한 이래 그는 ‘명령받지 않는 삶’을 꿈꿔 왔다. 20년이 되기 전에 그 꿈을 이뤄 그의 표현대로 ‘어슬렁거리며’ 산책하는 여유로운 시간들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남산, 인왕산, 세운상가, 천도교 터를 걷기를 좋아하고 낙산공원 밑과 한성대 부근의 동네를 좋아한다.
1) 낫심 니컬러스 탈리브Nassim Nicholas Taleb 철학가, 역사학자, 수학자이며 현재 월스트리트 투자 전문가다. 저서로 《블랙 스완》, 《행운에 속지 마라》, 《블랙 스완에 대비하라》, 《블랙 스완과 함께 가라》 등이 있다.
그렇다면 다른 시간에는? 인간 심리와 욕망을 이해하기 위해 증권 시장을 살피고, 좋은 작가가 되기 위해 혼자 있으려고 한다. 성장하면서 ‘사교성을 흉내 낼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훈련받았지만, 그는 이런 ‘사교 행위가 글쓰기를 방해한다’고 했다. 그렇게 1년 반 동안 써서 출간한 첫 책이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다. 그는 치열한 경쟁, 높은 자살률과 이혼율 등의 사회적 문제는 한국인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 책은 그가 한국의 가능성과 불가능성에 대해 묻는 책, 한국의 기적을 관찰하고 한국인의 기쁨을 발견하려고 고심한 기록으로 읽힐 것이다.
그간 많은 인터뷰에서 받은 질문 중 가장 고리타분한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물었다. “외국인으로서 어떻게 생각해요?”라는 유형의 질문이라고 그는 답했다. 그러니까 여전히 우리는 외국인에게 한국을 좋아하느냐고, 그러면 김치나 비빔밥을 좋아하느냐고 묻는 수준에서 많이 벗어나질 못했다.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이나 송해성 감독의 <파이란> 같은 한국 영화를 좋아하고, 최민식과 송강호가 활약하던 한국 영화의 황금시대를 그리워하고, 신중현의 <미인>과 장윤정의 <어머나>를 분위기에 따라 골라 부를 줄 아는 사람에게, 그와 같은 질문은 모욕이자 폭력이었을 것이다. ‘힐링’과 ‘멘붕’, ‘지못미’ 따위의 말들에 질렸다는 그는 나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지하철 안전문에 붙어 있는 시는 대체 누가 뽑는 것이냐고. ‘엄마’, ‘고향’, ‘밥’과 같은 시어들이 나오지 않는 시도 이제는 지하철 안전문에 등장할 때가 된 것 같다고, 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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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삼각산의 바람과 노래 원문보기 글쓴이: 흐르는 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