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최고령 드래그 퀸(여장 남자 배우)이 92세를 일기로 사망했다고 BBC가 12일(현지시간) 전했다. 메이시 트롤레트이란 공연 이름(alter-ego)으로 활동했던 데이비드 레이븐은 1973년 브라이턴 게이 프라이드가 처음 열렸을 때부터 얼마 전까지 꾸준히 참여한 얼굴과도 같은 인물이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1933년 8월 16일 콘월주 세인트 아이베스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포크주로 가족과 함께 이주했다. 식료퓸 잡화점에서 일했으며 야영객들에게 세금을 걷거나 웨이터 일을 했다. 이 때 로니 도네건과 맷 몬로 같은 쇼비즈니스 유명인의 눈에 띄었다. 스물일곱 살이던 1960년 커밍아웃을 하고 런던으로 이주했다. 그 뒤 만난 지미 코트와 드래그 듀오 트롤레트 2인극(Trollettes double act)을 이뤄 오랫동안 사랑받았다.
1960년대 은행가 돈 쿨을 만나 일생의 파트너로 삼았다. 메이시는 연극 무대에서도 관심을 끌어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투어 공연에 나서기도 했다. 지미와 나란히 브라이턴 로열 극단의 연극에 추한 자매들로 출연하기도 했다. 이 때 브라이턴이란 도시의 자유롭고 게이 친화적인 분위기에 매료돼 1970년대 말 게스트하우스를 매입해 이주했다.
2018년 고인의 85회 생일을 맞아 당시 세계 최고령 현역 드래그 퀸인 다르셀르 15(본명 월터 윌러드 콜, 1930년 11월 16~2023년 3월 23일)가 미국에서 날아와 브라이턴의 레전드 바에서 고인을 만났다. 이 만남은 고인의 일생을 다룬 다큐멘터리 ' Maisie'에도 나온다.
웨스트 엔드 배우이며 친한 친구였던 마크 인스코는 "고인은 엔터테인먼트 업계, 특히 카바레와 판토마임에서 절대 레전드"였다며 한 고아원의 자선 기금을 모금하기 위해 태국에 함께 여행 간 일을 포함해 고인의 자선 활동을 부각시켰다. 인스코는 "고인이 따듯함과 위트를 겸비했다"고 말했다.
루 폴의 드래그 레이스 UK에서 경쟁했던 동료 드래그 스타 La Voix는 "캬바레 레전드 한 명을 잃었다"면서 "난 메이시 트롤레트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갖고 있으며 런던과 브라이턴의 캬바레 무대 둘다에, 그리고 많은 프라이드에 그녀와 함께 할 만큼 운이 좋았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녀의 신랄한 (말은) 늘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이었으며 난 그 때문에 그녀를 사랑했다. 그녀는 내게 '절대 젊음을 두려워하지 마요, La Voix'라고 말했다."
브라이턴에 기반한 자선단체 서섹스 비콘(The Sussex Beacon)은 HIV 바이러스 보균자들에게 전문가 돌봄과 후원을 제공하고 있는데 고인이 "성적 소수자(LGBT) 커뮤니티 안의 셀 수 없는 사람들에게 무한한 기쁨을 안겼다"고 애석해 했다. 대변인은 "고인의 공감, 관대함, 친절함에다 면도날처럼 예리한 위트는 절대 잊히지 않을 것"이라면서 "데이비드 평안한 안식을, 엄청 고마워, 모든 것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