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물은 성주괴공(成住壞空);
발생하여(成) 머물다(住) 무너지고(壞) 사라진다(空) - 하더군.
<소리여울 종로정악모임>이 탄생하여 화려하게 머물다
코로나의 역병으로 무너지더니, 우주의 법칙에 따라 사라지려다가
작년 말에 얼굴이나 보자며 오랜 회원들이 만나 회포를 풀고는
봄이 시작된 어제의 일요일에 새롭게 모임이 시작되었다는군.
새로움, 참 좋은 단어야.
날마다 새롭게; 신선하고 청량하지.
옛 회원 몇과 새로운 회원 여럿이 소리로 만났어.
오래 고였던 작은 물이 새로운 많은 물결을 만났으니
새로움의 물결을 따르며 같이 흘러가는 게 자연의 이치라서
새로운 물결에 집중하여 흘러가며 ‘새로운 첫 모임’을 시작했어.
----------------------
이제 배를 탔으니 목적지를 향해 출발하는 거야.
도착할 항구는 <취타 + 길군악>의 섬으로 날짜는 11월 4일이야.
아직 우리의 배는 선장이 없지만 항해할 방향을 알고 있기에
스스로 노꾼이 되어 악기의 노를 힘껏 저으면 되는 거야.
누군가가 선창을 할 것이니 그 박자에 맞추어 저으면 돼.
천천히 행군하는 박자로 활을 당기고 술대로 치는 거야.
어긋나던 소리들이 서너 번을 반복하자
거문고는 소리가 일정해지기 시작하고
해금은 가락의 물결을 타며 흐르고
대금이 전체를 이끌고 가는데
아쟁의 저음이 웅장하고,
장구는 그럭저럭 놀며 가더군.ㅋ
<수연장>을 두 번 타서 손과 입을 풀고
<취타> 1장과 2장을 집중적으로 연습하자
어근버근, 들쭉날쭉하던 소리가 마침내 어우러지더군.
좋아, 2주 후의 다음 만남에서는 취타 한 바탕을 타기로 하는 거야.
====================================
젊은 분들은 대부분 어릴 때 음악을 제대로 배웠기에
반응 속도가 빨라 금방 적응해 나가더군; 거문고와 해금 참 잘했어요.^^
연습 전보다 많이 달라진 소리에 놀란 가슴이 아직도 두근거리는군.ㅎ
취타 연습하시고, 여유 되시면 길군악(절화)도 해보세요.
3월부터는 취타와 길군악 두 곡을 연결해 합주해 보기로 해요.
그때는 가야금 부대가 도착한다고 하니 연습실이 좁겠지만 화려해지겠지요.
그리고 공연곡만 하면 재미가 없으니까 <유초신의 세령산>도 4월엔 해봐요.
11월 공연이 멀게 느껴지겠지만 같이 연습할 기회가 15번 정도밖에 없으니
짝수 일요일을 소중하게 기억하시고 평생의 ‘반려 악기’를 잘 키워보기로 해요.
악기의 님들, 모두 수고하셨어요, 여름 지나 가을이면 자랑스런 소리 높게 울릴 거예요.
첫댓글 어이 끈을 못놓는지 어정어정하다가 또 그자리에 못을 박은 기분입니다. 왜일까를 곰곰히 생각해보니 빠달님의 정성스런 '誠'의 철학적 차원에서 정악모임을 아끼시는 마음을 외면할 수없었음인가봅니다.
힘이 끝까지 미칠지 물리적 나이와 신체조건을 장담 못하겠음이 슬프지는 않고 염려는 되는 바, 모처럼 새로운 봄빛이 든 음악 광장에 할미꽃 한송이가 피었다질때까지 그 아름다운 자태의 변화를 뽐낼 수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빠달님의 정성으로 다 잘 어우러지리라 기대하고 응원합니다~^♡^
저는 욕심이 없어서 자리를 함께하는 게 아니라
욕심보다 더 많은 욕심...이 있어서
즐기러 가는 욕심쟁이랍니다.
소리의 아름다움을 더는 추구하지 않고
함께 하는 그 자체가 즐겁기 때문입니다.
여러 모임에서 소위 고수라 불리는 소리쟁이들을 많이 접하고
그들의 소리에 칭송을 하고 닮고 싶은 시절도 있었지만
소리를 잘하는 대부분의 분들은 소리 자체에만 깊어질 뿐
소리의 뿌리와 겨레의 숨결에 대한 관심이 적은 것을 보고는
질 높은 소리를 향한 욕심을 버리고,
너의 소리를 느끼며 함께 하는 그 자체에 즐거움과 목적을 두고 있답니다.
우리의 악기와 우리의 소리를 찾아 길을 나선 모두가
내 마음 속 친구이자 핏줄일 뿐, 음악적 깊이를 원치 않습니다.
역사와 민족의 목소리를 체로 치고 쳐 남은 우리의 소리.
그 시원과 과정을 모른 채, 사상적 빈곤을 화려한 소리로 꾸미는,,
소리만을 위한 소리를 저는 좋아하지 않아 그런 자리는 피하고 싶어요.
우리의 소리가 좋아 여기까지 온, 유전인자가 같은 분들과 함께하는 자체가 저는 좋아요.^^
@빠른달팽이 소리소리소리들이 모여진 여울목에 권속같은 정도 있어 만나면 밥한끼니 숟가락젓가락도 소리로 보태지니 그런 날 몇 날이 더 남았을까~ 귀한 시간들입니다~^^
저도. 많이 많이 참석하겠습니다. ^^
"줄 타는"분이라면 현악일 것이요.
튕기면 가얏고요, 치면 거문고인데
"방울"이 있으니, 치는 쪽으로 무게 중심이 쏠립니다.ㅎㅎ
거문고의 바탕을 다지느라 아직 높이를 참고 계신.... 그 분일 거라고 짐작합니다.
와 주시면 검은 오동에 힘차면서도 맑은 바람 불어와
자줏빛 오동꽃 향 그득할 것이니...
자주는 말고 가끔 오시면 고맙겠나이다.
후기 감사합니다. 정악모임이 활성화 되는 것 같습니다. 다음 모임에는 더 풍성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더불어 즐기는 기쁨이 가득한 모임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