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최연희 전 사무총장의 여기자 성추행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성추행 파문'이 친(親)박근혜 세력에 대한 정풍운동으로 번질 조짐마저 나타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친박(親朴)세력에 대한 정풍운동이 이명박 서울특별시장과 당내 반박(反朴)세력의 당 장악으로 연계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어 자칫 '최연희 여기자 성추행 파문'이 임기 4개월을 남겨둔 박 대표의 당내 입지를 축소시킬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는 김태환 의원의 골프장 경비원 폭행사건, 곽성문 의원의 맥주병 투척사건, 주성영 의원의 술자리 폭언, 전여옥 전 대변인의 'DJ 치매 발언 논란' 등 친(親)박근혜 성향의 의원들이 잇따라 파문을 일으키고 있고 그 위험수위가 도를 넘었다는 분위기가 팽배하기 때문.
당직자들도 "앞으로 무슨 일이 또 터질지 모른다. 이번 기회에 당에 물의를 일으킨 사람들에 대해 정풍운동을 할 필요도 있다"고 말하고 있는 상황. 친박(親朴)성향의 당직자들도 박 대표 주변인사들의 계속되는 파문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
성추행 파문의 당사자인 최 전 총장은 타 정당은 물론 소속 의원에게까지 '의원직 사퇴'요구를 받으며 최대의 정치적 위기에 놓인 상황이다. 문제는 최 전 총장의 성추행 사건이 단순히 최 전 총장 개인문제로 그치지 않을 분위기라는 것.
당장 열린우리당을 비롯한 각 정당이 최 전 총장의 의원직 사퇴와 박 대표의 공개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노동당의 경우 26일 열린 전당대회에 최 사무총장을 축하 사절로 보낸 점을 지적하며 "정치적 도리를 무시한 행위이자 인간관계의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지 못한 무례한 일"이라며 "박근혜 대표의 곤혹스런 표정은 연기였다는 것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고 박 대표는 이번 일에 대해 정중히 사과해야 한다.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여성의원들의 반발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한나라당 소속 여성 의원들은 최 전 총장의 사퇴는 물론 술자리에 동석했던 다른 당직자들의 당직 사퇴까지 주장하고 있다. 진수희 공보부대표는 개인 명의로 별도의 성명을 내고 최 전 총장의 사퇴와 "그 날 그 자리에 동석했던 당직자들도 책임지고 당직을 사퇴해야 한다"며 파문을 확산시키고 있다. 때문에 박 대표는 더욱 곤혹스런 모습이다.
동아일보와 간담회를 겸한 만찬회 자리에 참석한 의원들은 박 대표를 비롯, 최 전 총장 이규택 최고위원 이계진 대변인 등 총 7명으로 밝혀졌고 만찬자리는 박 대표의 요청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동아일보는 보도했다. 따라서 문제의 자리를 마련을 요청한 박 대표도 비판의 화살을 피하긴 힘든 분위기다. 또 참석한 당직자들이 친박(親朴)성향의 의원들이란 점도 박 대표의 어깨를 짓누르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동석했던 당직자들도 당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진 부대표의 주장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특히 진 부대표가 반박(反朴)그룹으로 알려진 새정치수요모임(수요모임) 소속 의원이란 점, 지난해 여성위원장 선거과정에서 박 대표 측과 감정대립을 벌이며 아직 앙금이 남아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진 부대표의 주장이 친박(親朴)세력을 겨냥한 주장이란 의혹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최 전 총장에 대한 문제를 당 지도부에 건의하는 과정에서도 여성의원들간 이견이 있었던 점도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일부 친박(親朴)성향의 여성의원들은 '의원직 사퇴 요구 이전에 일단 진상조사 부터 해야하는게 아니냐'는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진 부대표는 개인 명의로 최 전 총장의 의원직 사퇴와 동석한 당직자들의 당직 사퇴를 주장했다. 여성의원들 마저 친박(親朴)-반박(反朴) 세력으로 나뉘며 의견조율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때문에 이번 성추행 파문이 박 대표를 비롯한 친박(親朴)세력의 힘을 위축시키는 반면 최근 원내대표 경선 이후 힘을 얻고 있는 반박(反朴)세력의 당 입지는 더욱 강화시킬 수 있다는 것. 최근 이재오 원내대표가 친박(親朴)인사로 채워진 '시도당위원장'의 '공천심사위원장직 겸직금지'를 주장한 점, 심재철 의원이 1인 피켓 시위를 펼치며 홍문종 경기도당 위원장의 경기도 공천심사위원장직 겸직반대를 주장 한 점도 같은 맥락에서 분석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반박(反朴)그룹으로 분류되고 있는 국가발전전략연구회(발전연)와 수요모임이 1일 북한산 동반산행을 계획하는 등 반박(反朴)세력의 연대는 더욱 강화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어 상대적으로 친박(親朴)세력의 당내 입지는 점차 좁아지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