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나 오는 길에 하루 잠자고 어느 산에 오를까를 생각했는데
처남이 있어 바로 조성으로 왔다.
내 마음을 읽었는지 조계산에 가 점심먹고 오자는 제안에
바보가 동의한다.
11시에 집을 나선다.
천자암 입구 나무 앞에 차를 세우니 40분이다.
암자엔 들르지 않고 낙엽이 져 가는 구빗길을 오른다.
낙엽이 샇인 길은 폭신하면서도 조금 미끄럽다.
빛을 앞에 두고 스틱을 짚고 올라가는 바보를 뒤에서 찍는다.
당초 짧은 길로 밥만 먹고 오자 했는데 땀을 흘리자고
천자암봉으로 이끈다. 바보가 불만을 않는다.
송광굴목재엔 몇 팀이 점심을 먹고 있다. 송광사 쪽에서 땀을 흘리며
올라오는 이들도 있다.
우린 바로 보리밥집 쪽으로 내려간다.
한시간이 다 걸려 닿은 보리밥집엔 사람이 많다.
단체객도 있고 부부와 연인도 있고 혼자 먹는 이도 있다.
더러는 하우스 안으로 들어간다.
보리밥 두개와 막걸리 한되를 주문하고 햇볕 쬐는 평상에서 기다린다.
분홍 페츄니아가 피어있는 앞 화단뒤로 잎을 반 이상 떨군 단풍나무가 빨갛다.
막걸리는 시원하지만 조금 싱겁다.
장작이 빨갛게 타고 있는 가마솥에 가 누룽지 숭늉을 떠 온다.
바보는 알맹이가 없다고 웃으며 푸념을 한다.
배가 든든하니 장군봉을 오르면 좋겠지만 일이 많은 바보이니
그냥 돌아오는 길을 잡는다.
앞 뒤로 산행객들이 많다.
겨울이 오기 전에 산을 즐기려는 이들이겠지.
40여분 잎 떨군 숲을 걸어 천자암에 도착한다.
물을 마시고 곱향나무를 보고 중암 선생의 글씨를 본다.
종각 뒤로 나무와 산줄기를 보고 벌교에 들러 두부와 바보의 염색약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