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서는 이 세상에 내려오실 당신의 통로이자 사다리로서 나자렛의 마리아를 선택하셨습니다!
오늘 우리는 성모님의 탄생 축일을 경축하고 있습니다. 성경에는 성모님의 탄생이나 어린 시절, 그리고 부모님에 대해 일체 언급하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교회 전승을 통해서 개략적인 상황을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성모님의 아버지 요아킴은 나자렛 출신으로 존경받는 신앙인이었습니다. 어머니 안나는 베들레헴 출신의 신심깊은 여인이었습니다. 두분은 열심한 신앙인이었지만 연세가 들도록 자녀가 없었습니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던 요아킴은 자녀를 청하기 위해 광야로 들어갔고, 40일간 단식하며 기도를 했습니다. 안나 역시 집에 남아서 탄식하며 기도를 바쳤습니다. 두 분의 기도가 얼마나 간절했던지 마침내 주님께서 응답을 들어주셨습니다.
천사가 안나에게 나타나 온 세상에 이름을 떨칠 아기를 낳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안나는 아기가 태어나면 하느님께 봉헌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광야에서 기도하던 요아킴 역시 안나와 비슷한 환시를 받고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요아킴이 집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안나는 성문앞까지 마중을 나갔습니다. 두 분은 서로 부둥켜 않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드디어 출산날이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막상 아이를 출산하고 보니, 결과는? 기대했던 아들이 아니라 딸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많이 실망했지만, 마음을 바꿔먹었습니다. 하느님께 깊이 감사드리면서, 아기에게 마리아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또 하느님께 봉헌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마리아가 세살이 되었을 때, 예루살렘 성전에 데려가서 그곳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맡겼습니다.
성모님의 고향인 나자렛은 낙후된 지역 갈릴래아에서도 아주 후미진 곳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었습니다. 전체 인구를 다 합해봐야 4백명 정도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당시 로마 제국의 식민지배를 받고 있었습니다. 우리 민족도 일제 강점기를 체험해봤기에, 당시 유다인들이 얼마나 힘겹게 살았는지, 나자렛의 마리아 역시 얼마나 팍팍한 삶을 살았었는지에 대해서는 즉시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이 보잘 것 없는 산골 소녀 마리아를 총애하셨습니다. 주님께서는 이 세상에 내려오실 당신의 통로이자 사다리로서 나자렛의 마리아를 선택하신 것입니다.
마카오 출신 저희 살레시오 수녀회 수녀님 가운데 고하퐁 수녀님이라고, 유명한 성경 학자 수녀님이 계시는데, 그분이 쓰신 책 제목이 참 특별합니다.
책 제목이 이렇습니다.‘하느님 참 묘하셔라’ 수녀님께서는 당신의 글을 통해 우리 인간의 통상적인 사고방식이나 보편적인 논리를 늘 뛰어넘으시는 묘하신 하느님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대 나름 잘 나간다고 자부하던 왕실 가문이나 고관대작들, 대학자들이나 대사제들과 친하게 지내신 것이 아니라, 당대 사회적 약자들, 이방인들, 가난한 사람들, 여인들,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셨음을 강조합니다.
맞습니다. 우리의 하느님 참 묘하십니다. 기를 쓰고 위를 향해 올라가려고 발버둥치는 사람들은 한없이 깊은 나락으로 떨어트리십니다. 한사코 아래로 내려가려는 겸손한 사람들은 어떻게든 선택하시고 총애하시며 위로위로 높이 끌어올리십니다. 나자렛의 마리아가 그 대표적인 인물이었습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복음서 안에서 성모님에 대한 이야기는 지극히 제한적입니다. 성모님과 관련된 에피소드들은 다 합쳐봐야 몇장 안됩니다. 구세주 예수님을 낳으시고 양육하신 어머니의 행적에 대해서 복음사가들은 거의 침묵하고 있습니다.
복음사가들은 복음서를 기록하면서 주로 예수님의 행적과 제자 공동체의 성장에 대해 촛점을 맞추었기에 그랬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그만큼 나자렛의 마리아는 조용하고 겸손하게 사셨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아들 예수님의 인류 구원사업이 아무런 차질없이 예정대로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언제나 구세사의 무대 뒤에서 조용히 기도하고 조력했던 결과가 복음서 상 지극히 부족한 마리아 관련 스토리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척박한 산골 나자렛에서 태어나신 마리아께서 평생에 걸친 순명과 기도, 각고의 노력 끝에 영광스럽게도 하느님의 어머님이 되셨습니다. 성모님의 생애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각자에게도 큰 희망을 주고 있습니다.
한없이 부족한 우리들이지만 우리도 노력하고 또 노력하면 하느님의 큰 영광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을 오늘 우리는 기억해야겠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첫댓글 신부님~!!!
감사합니다
아멘
한없이 부족한 우리들이지만 우리도 노력하고 또 노력하면 하느님의 큰 영광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 아멘!!!
아멘~
겸손의 모후여!!
저희를 위하여 빌으소서~
자애의 성모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아~멘!
감사합니다.건강하십시오.~~
아멘
아멘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