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런 아저씨 팬츠를 누가 입어?!’라는 생각으로 이 글을 그냥 넘긴다면 나중에 후회할지도 모른다. 이번 시즌을 강타한 울트라 빅 사이즈 트렌드가 바지에까지 적용되어 ‘어글리 팬츠’ 신드롬을 낳았으니까.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이 엄청난 넓이의 루즈 핏 팬츠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아빠의 정장 바지를 뺏어 입은 것 같은 스타일의 핀턱 슬랙스다. 허리라인에 핀턱을 넓게 잡아 바지통을 극도로 부풀린 이 바지를 입을 때는 여성스러운 상의나 액세서리를 활용해보자. 전혀 다른 분위기가 자아내는 믹스 앤 매치 효과로 단숨에 스타일세터가 될 수 있을 테니까.
컬렉션 스트리트를 보다 보면 공통된 하나의 키워드로 트렌드가 묶일 때가 있다. 2020 S/S 시즌의 주인공은 ‘버뮤다 쇼츠’로, 포멀한 스타일의 무릎길이 팬츠 수트가 런웨이에 많이 등장한 것과 달리 실제 스트리트에는 보테가 베네타에서 선보인 가죽 쇼츠가 더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참고로, 핀턱을 잡아 와이드하게 디자인된 스타일은 자칫 부해 보일 수가 있으니 상의는 꼭 맞는 아이템을 매치해 로맨틱한 분위기를 더해주는 게 좋다.
재킷이나 베스트, 팬츠 등 다채로운 아이템에 커다란 주머니를 붙인 유틸리티 스타일이 유행함에 따라 양옆에 커다란 포켓을 달은 카고 팬츠 또한 트렌드의 최정상에 부활했다. 화물선 승무원의 작업용으로 입었던 팬츠인 만큼 투박하고 매니시 무드가 특징인 이 바지의 스타일링 팁이 있다면? 걸리시한 분위기의 프릴 블라우스 같은 이질적인 아이템을 매치해 반전의 미를 꾀하거나 포멀한 스타일의 재킷이나 비슷한 스타일의 유틸리티 재킷으로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
전 세계에 불어닥친 레트로 열풍에 힘입어 캣워크에 또다시 등장한 보헤미안 팬츠! 이중 단연 돋보이는 스타일이 있다면, 마크 제이콥스 런웨이를 화려하게 수놓은 플로럴 프린트 팬츠로, 이처럼 복고풍 팬츠를 선택할 때는 1970년대 히피 글래머러스 감성이 엿보이는 프린트를 선택할수록 빛을 발한다. 멀티 컬러의 그래픽 패턴이나 스네이크 스킨 프린트 등의 벨보텀 라인 팬츠를 택한 뒤 비슷한 분위기의 셔츠나 볼륨이 강조된 블라우스를 매치하면 레트로 무드를 완벽하게 연출할 수 있을 것이다.
켄달 제너와 헤일리 볼드윈 등 해외 셀러브리티들의 사랑을 등에 업고 디자이너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던 바이커 쇼츠 트렌드가 올해도 지속될 조짐이다. 봐도 봐도 낯설고 기묘한 느낌을 자아내는 이 허벅지 중간 길이의 레깅스를 리얼웨이에서 쿨하게 연출하는 비법은 빅 사이즈 재킷과 함께 매치하는 것. 엉덩이를 덮는 길이의 아우터를 선택해 부담감은 줄이고 상의 컬러와 비슷한 컬러나 패턴을 선택해 통일성을 높이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펑키한 바이커 룩을 표현할 수 있다.
낯설고 부담스럽기로 따지자면 메탈릭 컬러의 팬츠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비비드 컬러의 바지를 입는 것도 조심스러운 마당에 번쩍번쩍 광이 나는 글리터링 팬츠라니, 현실성이 있을까 싶지만 코치 런웨이의 가죽 재킷과 스니커즈의 스트리트 룩처럼 연출하면 생각보다 손쉽게 스타일이 완성된다. 팬츠를 제외한 아이템을 블랙이나 화이트의 모노톤으로 통일해 심플한 모던 룩으로 표현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좀 더 자신감이 생긴다면 파스텔 메탈 컬러의 팬츠를 선택해 봄 분위기를 내는 것도 좋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