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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벨 소리가 울린다. 저번 달 취재 때 인연이 되어서 연락하게 된 공주에 사는 최종익님에게 연락이 왔다. 아산시 선장수로에서 토종붕어와 떡붕어가 섞여서 마릿수 조과가 있다는 소식이다. 요 며칠 급격히 떨어진 기온이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한 달에 한 번 출조하다 보니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었다. 2월 22일에 출조하기로 정하고, 낚시 장비들을 미리 정비했다. 최종익님은 금요일 밤부터 낚시를 시작한다고 했기에 토요일 오전에 전화를 걸어 이런저런 것들을 확인해보았다.
“어제 조과는 좀 어떠셨어요?” “밤새 비 오고 세찬 바람이 불어 조과는 신통치 않았습니다. 10여 번의 입질은 받았었는데 헛챔질도 많았고 바늘도 설 걸려 랜딩 도중에 터진 고기도 많았습니다. 포획에 성공한 붕어는 단 2마리.. 어쩌죠,,? 악천후로 인해 조과가 안 좋은데...” 최종익님은 오히려 필자를 걱정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손맛에 목이 말라서 오전 일을 마치자마자 시중에서 파는 주먹밥을 하나 먹으며, 부랴부랴 선장수로로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낚시 장소에 도착해 포인트에 내려가 보니 엄청난 맞바람이 끊임없이 불고 있었다. 역시 예상대로 악천후로 인해 낚시 여건은 좋지 않았다. 최종익님이 보내준 낚시 주소를 내비게이션에 찍고 도착한 이곳은 필자가 선장수로에서 처음 앉아보는 포인트였다. 웅장한 교각 밑에 바닥 걸림이 거의 없는 자리였다. 평상시 같았으면, 21척을 사용했었을 텐데 맞바람이 심해 16척으로 시작을 했다. 수심은 2m 30cm 정도. 찌는 남촌 공방 무크찌 5번. 도봉낚시를 했고 미끼는 마루큐사의 와다글루, 콘글루, 헤라글루텐LL을 배합해서 사용했다. 조금 늦게 도착한 후배는 필자 우측에 자리를 잡았고, 18척을 사용했다. 전날부터 낚시하는 최종익님은 필자의 좌측 편인데 곶부리를 끼고 대략 20여 미터 떨어진 석축 자리였다. 석축의 대부분은 바닥 걸림이 제법 있는 자리인데 이 자리만 유독 양 바늘 슬로프가 가능한 자리였다. 부지런히 자리 세팅을 하고 이른 저녁을 오후 5시쯤 먹고 맞바람을 헤치며 낚시에 집중하였다. 그러던 중 5목이 올라와 있던 찌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챔질과 동시에 육중한 무게가 느껴졌다. 한참을 실랑이 하다가 수면위로 올라온 놈은 60cm짜리 배불뚝이 잉어였다. 간신히 뜰채에 담고 보니 어마무시 했다. 우리의 대상어인 떡붕어는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묵직한 손맛을 안겨준 놈이기에 반갑기는 했다. 하지만 그 후로 나와 후배는 밤 9시까지 입질이 전혀 없었다. 아마도 입질을 했지만, 강풍으로 인해 수면이 흔들려 파악이 안 된 것 같았다. 우리가 허탕치고 있는 사이 최종익님은 9치급 떡붕어로 여러 마리 손맛을 본 상태였다. 맞바람에 지친 우리는 차에서 잠을 청하기로 했고 차 시트에 기대자마자 이내 곯아떨어졌다. 얼마나 지났을 까, 새벽 5시를 알리는 알람이 울린다. 필자는 잔잔한 수면과 고요한 적막이 흐르는 이 시간을 제일 좋아한다. 꿀같은 단잠을 자고 차에서 나와보니 바람 한 점 없다. 그 모질게 불던 맞바람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게 신기할 따름이다. 떡밥도 새로 준비하고 따뜻한 커피 한 잔도 마시며 새벽 낚시를 즐기던 중 찌의 움직임이 달라진 것이 느껴졌다. 전날 저녁에는 찌의 움직임을 느끼지 못했는데, 2마디 나와 있던 찌가 강하게 한마디 빨려 들어가기도 하면서 움직임이 굉장히 활발해졌다. 하지만 헛챔질.. 재투척 후에도 같은 상황이 반복되었다. 분명히 붕어 입질인데.. 계속 챔질에 실패했다. 무엇이 문제일 까 싶어 붕어용 바늘 6호를 쓰다가 3호로 바꾸었다. 이번에도 찌가 한마디 강하게 빨려 들어갔다. 바꾼 3호 바늘 덕분인지 챔질 성공. 묵직한 손맛을 안겨주며 나온 붕어는 9치급 토종붕어였다. 그 이후로도 여러 번 비슷한 입질이 들어왔지만 몸통 걸림이 발생하였고 결국엔 랜딩 도중 다 떨어지고 말았다. 필자가 생각한 것보다는 입질타이밍이 짧았다. 오전 7시 이후부터는 입질이 모두 사라졌고 오전 9시쯤 철수를 결정했다. 대체로 새벽 시간대에 입질이 집중되는 것 같았다. 어두워지면서 교각 밑에 설치된 LED 램프의 색이 시시각각 변하는 것을 보면서 낚시하는 것도 꽤 운치 있었다. 기온이 상승하게 되면 보름 후쯤 붕어들의 이른 산란이 시작될 것 같다. 철수 길에 아쉬움이 남아 낚시했던 자리를 몇 번이고 뒤돌아보면서 집으로 귀가를 했다.
* 낚시 장소 주소 : 충청남도 아산시 선장면 군덕리 476-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