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도 때론 고독하다,
외로움과 고독(孤獨)은 다르다,
외로움은 누군가 가슴에 담아둔 사람이 그리울 때
느끼는 마음이고 허전해 하는 마음이다,
고독은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는 침묵(沈黙)의 시간이다,
담백하다는 건 느끼한 기름기 얼큰한 매운맛 자극성
진한 맛을 뺀 온전히 본연의 맛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우리 인생도 인간 자체의 내면성을 채우고 싶을 때
느끼는 감정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다,
가식도 허세도 허상도 벗어던지고 말이다,
가끔은 그런 고뇌에 팔을 접어 손으로 턱을 고인다,
그럴 때마다 만 가지 생각과 천 개의 고뇌와
하나의 선택은 내가 지고 가야 할 무거운 짐이다,
같은 무게도 생각의 차이에 따라 가벼울 수도 무거울
수도 있으니 눈대중으로 가늠이 어렵지만 긴 것과
짧은 것은 서로 크다 작다 아귀다툼을 하고
찬 것과 뜨거운 것은 서로 온도 차이를 줄이기는
고해(苦海)의 바다와 같다,
우주에 엄연히 존재(存在) 하지만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이 시간이고 바람이고 소리다,
사람의 예민한 촉감으로도 만질 수 없는 것도 있으니
허공이요, 어둠이요, 환한 대낮이다,
이 공간에 떠다니는
만 가지 생각과 천 개의 고뇌(苦惱)와 하나의 선택,
꿀벌을 따라가면 꽃밭이 나올 테지만
구린내가 나는 곳을 가면 똥파리들만 모여있다,
떨어진 것을 줍기 위해서는 허리를 굽혀야 하고
하늘의 별을 보자 하면 고개를 쳐들어야 하고
멀리 기려면 멀리 봐야 하는 것처럼
사유(思惟)의 깊이는 심연(深淵)의 못과 같고 같아서
고뇌는 강을 이루고 바다를 채울 듯 성내 달려가지만
채울 수 없는 바다는 흰 거품만 내 물고 뱉는다,
필연과 숙명은 올 수밖에 없는 것이기에
공포스러워 울 만큼 두려움은 언젠가라는
그 언어에 상하지 않게 소금으로 염장하고
세월의 모퉁이에 서있다,
차가워서 움츠리고 뜨거워서 화들짝 놀라듯
산다는 건 순간에서 영혼으로 흘러가는 여정이고
지나간 것에 안도하고 다가올 것에 긴장하고
여백조차 없는 틈에서 살아 있음에 오늘도 감사하며
무엇을 위한 기도(祈禱)인지는 모르지만
묵도(黙禱) 하고 침묵의 소라를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