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에 널리 알려졌던 ‘간헐적 단식’이라는 식이요법은 식사할 수 있는 시간에 제한을 두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간헐적 단식을 하려면 16시간 동안 단식하고, 음식은 나머지 8시간 동안에만 먹어야 한다.
간헐적 단식 방법 : 실제 연구 결과는 어떨까?
시간제한 다이어트와 체중 감량 간에는 큰 상관관계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양과 신진대사 등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이런 시간제한 식이요법이 실제로 체중 감량의 원인이 되는지를 과학적으로 확인하고 싶어 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최근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 시간제한 식이요법의 체중 감량 효과를 다룬 논문이 발표됐다. 이 논문은 유사한 주제를 다뤘던 기존 논문들보다 더 많은 대상을, 더 오랜 기간 관찰했다.
연구의 결론부터 말하자면, 하루 중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의 총량과 체중 감량 간에는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주도한 중국 광저우 남방 의과대학 교수들은 비만인 남녀 139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1년간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한 그룹에 대해 오전 8시~오후 4시 사이에만 음식을 먹도록 했고, 다른 그룹은 원하는 때에 먹을 수 있게했다.
연구팀은 시간을 제외한 다른 변수를 통제하기 위해 두 그룹 모두 섭취 열량을 통일해 남성 참가자는 하루 1,500~1,800칼로리, 여성 참가자는 1,200~1,500칼로리를 먹도록 했다. 성인 일일 권장 열량보다 낮은 수준이다. 참가자들은 규칙을 준수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그날그날 먹은 모든 음식을 사진으로 남기고, 식단 일기도 작성해야 했다.
간헐적 단식 연구 : 핵심은 식시시간이 아닌 총 섭취 칼로리
간헐적 단식은 칼로리 총 섭취량을 자연스럽게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실험 결과 참가자들은 모두 살이 빠졌다. 1인당 평균 6.35~8.16㎏ 체중이 줄었다. 그러나 두 그룹 간에 의미 있는 차이점은 없었다.하루 8시간 동안만 먹었든, 아무 때나 먹었든, 참가자들은 비슷한 수준으로 살이 빠졌고 허리둘레, 체지방률 등에서도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혈당 수치, 인슐린 민감성, 혈압 등 다른 건강 지표에서도 두 그룹은 별 차이가 없었다.
이 연구 결과가 뜻하는 바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체중 감량의 핵심적인 요소는 식사 시간의 총량이 아니라, 하루 중 섭취하는 칼로리의 총량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간헐적 단식’에서도 8시간 동안 세 끼 전부를 배부르게 먹으라고 권하지 않는다. 식사를 8시간 안에 하려면 통상 하루 두 끼를 먹게 되기 때문에, 칼로리 총 섭취량이 간헐적 단식하지 않을 때보다 감소한다. 간헐적 단식도 그 바탕은 칼로리를 제한하는 데 있는 셈이다.
간헐적 단식 후기 : 체중 감량에 도움 줄 수 있어
시간제한 보다는 칼로리 제한이 체중 감량 효과가 크다.
미국 스탠포드대학의 크리스토퍼 가드너 박사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거의 모든 유형의 다이어트가 일부 사람들에게는 효과가 있다”면서 시간 제한 식이요법으로 살을 빼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시간만 제한하는 것은 칼로리를 제한하는 것만큼 체중 감량 효과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체중 감량의 핵심이 칼로리 제한에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식사 시간을 제한하는 방식이 여전히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식사 시간을 제한하는 전략은 종일 과식하는 사람들이 칼로리 섭취를 줄이도록 이끌어 줄 수 있다. 또 신진대사가 활발한 낮 시간대에 음식을 섭취하도록 유도함으로써, 늦은 시간에 식사하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경향신문 최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