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1130) - 수능 유감 가을이 깊어가는 계절, 예년보다 늦게 물든 단풍이 한창이다. 아직 날씨 푸근하여 출타하거나 면학하기 좋은 날씨, 어제(11월 14일)는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데 지인들과의 월례모임 참석차 서울에 올라가는 길에 지나는 수능시험장 정문에는 다수의 학부모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자녀들의 건투를 빌고 있다. 모두들 갈고 닦은 실력 제대로 발휘하라. 만추의 덕수궁, 젊은 시절 근무처에서 날마다 바라본 덕수궁을 오랜만에 찾았다.
한국 수능의 열기와 관심은 세계가 주목하는 듯 영국의 BBC가 전한 한국수능의 표제는 ‘세계서 가장 힘든 시험…사회적 지위 결정’, 그 내용은 이렇다. ‘영국 BBC가 14일(현지시각) 한국의 수능시험 풍경을 조명했다. <수험생 50만 명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험을 치르는 동안, 대한민국은 매년 그랬듯이 올해도 짧은 적막에 휩싸였다.> BBC는 8시간 치러지는 한국 수능은 세계에서 가장 힘든 시험 중 하나라며 이 시험이 치러지는 동안 한국에서는 비행기 이륙, 공사, 자동차 경적 등을 자제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교통 혼잡을 피하기 위해 상점과 주식시장이 늦게 개장했고, 대중교통 운행시간도 조정됐으며, 혹시 모를 열차 고장에 대비해 예비 열차 12대가 편성됐다고 했다. 정부는 경찰 1만 명을 배치했고, 이 가운데 일부는 수험생을 수송하는 임무를 맡았다고도 했다. 비비시는 수능을 고유명사 그대로 <Suneung>이라고 표기했다. 그러면서 올해 특히 수험생들이 두려워한 노래는 블랙핑크의 로제와 브루노 마스가 함께 부른 아파트(APT.)라며 중독성 탓에 수험생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릴 수 있어 이 노래는 수험생들 사이에서 금지곡이 됐다고 덧붙였다. BBC는 한국에서 수능시험이 지니는 의미도 짚었다. 수능 시험은 수년간 이뤄진 정규 교육의 정점이자 대학, 직업, 사회적 지위까지 결정짓는 터닝 포인트라며 그만큼 중대한 시험이기에 사소한 방해도 결코 사소하지 않다고 했다.’(2023. 11. 15 한겨레)
지난 14일 한 수험생이 경찰차에서 내려 시험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를 포함한 한국의 모든 세대는 수능뿐만 아니라 이에 버금가는 여러 시험과정을 무수히 겪어온 역전의 용사들이다. 대학 졸업시험을 치른 후의 소회, 이제 수많은 시험지옥으로부터 벗어나 후련하다. 그것도 잠시, 곧이어 대학원 진학과 수십 년 이어진 공직사회의 각종 교육 및 평가가 꾸준히 지속되었고 노년에 이르러서도 운전면허재교부 등 다양한 시험과정이 끊이지 않는다. 얼마 전 시청의 통보, 65세 이상의 고령자는 관할보건소 산하 치매안심센터를 방문하여 치매검사를 받으라. 어제의 지인모임은 어려운 경쟁을 통하여 공직에 입문한 고시동기들의 회동, 마침 수능시험 날에 모인 것을 상기하며 젊은 시절 심혈을 기울여 등과한 인재들이 어느덧 60여년 세월을 격하여 남은 때의 마무리를 어떻게 하느냐가 주된 관심사로 변하였다. 나눈 대화 중 하나는 조선시대 과거 급제한 인재들이 등과 60년 지나 벌인 잔치인 회방연(回榜宴), 그것을 제대로 누린 사례가 많지 않을 터인데 2년 후면 우리가 그 연치에 이른다. 먼저 간이들이 여럿인데 그때가지 건강한 모습 이어가며 남은 때에 충실하자.
회방이 가까운 고시동기들, 패기의 청년들이 면류관의 백발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