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여파 속 교육감 선거 최대 변수는?
6월 4일 동시지방선거의 교육감 선거도 서서히 달아오르는 양상이다. 세월호 사건 때문에 교육감 선거도 정책대결은 더 힘들어졌다. 결국은 후보 인지도와 조직, 또는 현직 프리미엄이 승패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교육계가 별로 원치 않는 양상이지만 현실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또 이번에 처음으로 교육감 선거의 투표용지에 기재하는 후보 이름을 위아래가 아닌 세로로 배치하고, 이 조차도 지역별로 순서를 달리하는 것(순환배열 투표용지)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회장 안양옥)는 이번 교육감 선거가 보수 진보 중도 할 것 없이 정치 시민사회에서 내놓은 후보들이 난립해 교육선거가 아닌 정치선거로 변질되고 있고, 정책이나 인물 대결보다는 막판 단일화와 합종연횡에 목을 매는 '게임'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5월 9일 현재 17개시도 교육감 예비후보 등록자는 90명이다. 경기도가 12명으로 가장 많고, 부산 10명, 광주 대전 각 7명, 충북 충남 제주 각 6명, 서울 전북 경북 각 5명, 인천 울산 세종 각 4명, 강원 경남 각 3명, 대구 2명, 전남 1명 등이다. 현직 교육감이 등록을 한 곳은 서울 문용린, 부산 임혜경, 광주 장휘국, 울산 김복만, 경북 이영우 교육감 등 5명. 출마의사를 밝혔지만 등록은 하지 않는 교육감들도 많다. 후보자 등록일은 5월 15,16일 이틀이다.
서울은 9일 문 교육감이 등록하면서 나올만한 후보들은 거의 다 등판했지만, 판세는 매우 유동적이다. 보수 진영은 문 교육감과 고승덕 변호사, 이상면 전 서울대교수가, 진보 진영에서는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와 윤덕홍 전 교육부총리가 출사표를 던졌다.
서울의 특징은 보수든 진보든 단일화 추대가 유명무실해졌다는 것이고, 보수 진영에서는 고승덕 변호사, 진보 진영에서는 윤덕홍 전 부총리가 변수로 등장했다. 특히 조희연과 윤덕홍 후보가 단일화를 이룰지가 최대의 관심거리다.
보수 진영의 경우 문 교육감이 '대한민국 올바른교육감추대 전국회의'에서 단일후보로 추대됐지만 고 변호사가 독자출마를 하면서 빛이 바랬다. 고 변호사는 7일 출마선언 기자회견을 갖고 출마선언문과 1차 정책발표를 공개하면서 완주를 다짐했다. 고 후보는 90명의 예비후보자 중에서 교육경력이 없는 대표적인 후보자가 됐다. 하지만 그는 그런 비판을 반박한다. 그는 "교수경력이 있다고, 교육학자여야만 교육감 자격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공교육은 너무나 중요하기에 교육학자에게만 맡겨 놓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이와 선생님, 그리고 학부모 등 교육주체로부터 공감 받는 공교육을 실현할 수 있는 능력이 교육감의 중요한 자격이라며 '공감교육'을 비전으로 들고 나왔다. 그 3대 정책으로 꿈마춤교육, 실력교육, 사회적인성교육을 제시했다. 최근의 교육 수요에 맞춰 진로교육, 자기주도학습, 인성교육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고 후보가 발표한 정책을 보면 그는 자신을 보수 진영에 묶어두는 걸 달가워하지 않는 듯하다. '서울형 새학교 모델'을 제시하며 '혁신학교와 자율학교 등 기존 실험학교의 장점은 취하고 단점을 개선하며 일반학교 전체를 업그레이드 시키는 모델'이라고 소개한 데서 그런 의도가 잘 드러난다. 그렇다 하더라도 고 후보는 문 교육감의 표를 잠식할 게 분명하다. 만약 문 교육감과 고 후보가 서로의 표를 잠식해 진보 진영이 어부지리를 얻고, 그것이 당락에까지 영향을 준다면, 고 후보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보수 진영에서의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진보 진영에서는 윤덕홍 후보가 변수다. 그의 예비 후보 등록으로 민주진보진영 단일후보로 추대된 조희연 교수의 입지도 흔들리고 있다. 그러나 문 교육감과 고 후보의 단일화는 어렵다는 예상이 많지만, 조희연-윤덕홍 두 후보의 단일화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관측이 많다. 조 후보 측도 윤 후보 측과 만나 단일화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만일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진보진영은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단일화 여부와 상관없이 윤 후보는 노무현 정부 때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을 지낸 '제도권 경험'이 있어 조 후보다는 우클릭된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정책만 놓고 보면 오른쪽부터 왼쪽으로 문용린-고승덕-윤덕홍-조희연의 구도가 형성된 셈이다.
경기도는 진보 진영은 단일후보를 내고, 보수 진영은 불완전한 단일 후보에 일부는 독자출마할 태세다. 진보 진영 단일화 추진 기구인 '경기교육희망연대'는 경선에 참여한 권오일 도교육청 정책자문위원장, 이재삼 교육의원,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 최창의 교육의원을 대상으로 여론조사와 시민선거인단 투표를 거쳐 12일 단일 후보를 결정한다.
보수진영은 일부가 경선불참을 선언했지만, 김광래 교육의원, 석호현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이사장, 조전혁 명지대 교수(18대 새누리당 국회의원), 최준영 전 한국산업기술대 총장을 대상으로 12일 단일화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갖는다.
인천은 진보진영 단일후보로 이청연 전 전교조 인천지부장이 추대됐다. 보수 진영은 단일화 작업이 깨지면서 김영태 인천시의회 교육위원장, 안경수 전 인천대 총장, 이본수 전 인하대 총장이 모두 나올 듯하다. 보수 진영은 이 전 총장을 단일 후보로 추대할 예정이다. 이청연 후보는 2010년 선거에서 나근형 현 교육감과 접전을 벌여 3551표차로 석패했기 때문에 보수진영이 불리한 형세다.
부산은 진보 진영 단일후보로 김석준 부산대 교수가 추대됐지만 보수진영은 김길용 교육의원, 벅경재 전 서울시 부교육감, 박맹언 전 부경대 총장, 정승윤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단일화가 깨지고, 임혜경 현 교육감과 최부야 교육의원, 최석태 전 KBS부산총국장은 독자노선을 걷고 있다. 8일에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교학사 역사교과서를 채택했던 부산 부성고의 신현철 전 교장도 출마를 선언해 보수 후보는 8명으로 늘었다.
대구는 우동기 현 교육감과 송인정 전국학교운영위원연합회장, 전교조 출신의 정만진 전 교육의원의 3파전이 예상된다.
울산은 보수 진영의 김복만 현 교육감이 유리하다는 분석이 많다. 보수 진영에서는 김석기 전 울산시 교육감, 권오영 교육의원도 완주할 태세다. 진보 진영의 단일 후보는 정찬모 교육의원이다.
경북은 보수 진영의 문경구 미래와비전 대구경북 본부장, 안상섭 경북교육연구소 이사장, 이영우 현 교육감, 이영직 전 도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이, 진보 진영에서는 유진춘 경북대 명예교수가 후보로 나섰다. 현지에서는 이 교육감과 이영직 후보를 주목하고 있다.
경남은 고영진 현 교육감이 보수 진영의 단일후보로 추대됐다. 중도 진영의 권정호 전 경남 교육감과 김명룡 창원대 교수가 단일화를 이루고, 그 후보가 진보 진영의 박종훈 경남교육포럼 상임대표와 2차로 단일화를 하게 되면 고영진 대 반(反) 고영진 구도가 이뤄질 것으로 보는 관측도 있다.
광주는 보수와 진보 진영 모두가 단일화가 지지부진하다. 장휘국 현 교육감과 양형일 전 조선대 총장의 2강 구도.
전북은 진보 진영의 김승환 현 교육감이 재선을 위해 출마를 선언함으로써 김 교육감과 이미영 전북농촌지역교육네트워크 공동대표, '비(非) 김승환 단일후보'간의 3파전 양상. 보수 측의 '비 김승환 단일후보'로는 신환철 전북대 교수, 유홍렬 전 전북교육위원회 의장, 이상휘 전북대 교수, 이승우 군장대 총장이 여론조사를 거쳐 9일 유홍렬 씨가 단일후보로 결정됐다.
전남은 현재 김경택 동아인재대 총장만이 혼자 등록했다. 장만채 현 교육감이 아직 등록은 하지 않았지만 여론조사에서는 김 총장을 크게 앞서고 있다.
강원은 진보 진영의 민병희 현 교육감이 유리한 상태. 보수 진영의 김선배 전 춘천교대 총장과 김광래 관동대 교수의 단일화 여부가 주목을 받고 있다.
제주는 박빙승부가 예상된다. 제주CBS와 제주매일 공동여론조사에 따르면 보수 진영의 양창식 전 탐라대 총장이 16.8%, 윤두호 교육의원 14.5%, 진보 진영의 이석문 교육의원이 15.0%의 지지를 받고 있다. 다음으로는 강경찬 교육의원은 11.7%, 고창근 전 도교육청 교육국장 11.4%, 김희열 제주대 교수 2.8% 순. 보수 진영의 단일화 여부가 관심거리다.
대전은 보수, 진보 양측 모두 단일화가 어려운 상황. 최근 대전일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보수 진영의 설동호 전 한밭대 총장이 20.2%로 선두이고, 진보 진영의 한숭동 전 대덕대 총장이 간발의 차이로 그 다음. 나머지 후보들은 10%대에서 4%대의 지지를 받고 있어 보수든 진보든 단일화 여부가 판세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충북은 난립한 보수와 단일 진보와의 대결. 진보 진영에서는 김병우 전 전교조 충북지부장(전 교육의원)이 단일 후보이고, 보수 진영에서는 장병학 교육의원 등 6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단일화 작업은 난관에 부닥친 상황.
충남은 보수 진영의 서만철 공주대 총장, 심성래 전 예산교육장과 진보 진영의 김지철 교육의원, 명노희 교육의원의 4파전 양상이라는 게 현지의 분석이다. 뒤를 좇는 유창기 후보와 지희순 후보는 각각 천안교육장과 당진교육장을 지냈다. 후보들은 전직 교육감이 인사비리로 물러났다는 점에서 이념보다는 도덕성과 청렴성을 앞세우고 있다.
세종은 선두그룹이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다. 대전일보가 리얼미터에 의뢰한 5월 조사결과에 따르면 오광록 전 대전교육감이 25.9%, 홍순승 전 세종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 25.2%, 최교진 세종교육희망포럼 대표가 22.3%의 지지를 받았다. 조사기관에 따라서는 순위가 뒤바뀐 경우도 있었다.
교육감 선거의 전국 판세를 일별하면 보수 진영은 후보가 난립하고, 진보 진영은 단일화를 이룬 데가 많은 게 특징. 또한 세월호 사건으로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 선거는 물론이고 교육감 선거에서도 보수 진영 후보가 불리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이 많다. 따라서 2010년 교육감 선거에서 보수 대(對) 진보 교육감 당선이 10 대 6이었는데 그때보다 진보 교육감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