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의 번화가인 K가에 위치한 이탈리아 음식점 [티베리오](Tiberio)는 정치인, 관리, 기업인, 변호사 등이 즐겨 찾는 고급 음식점이다. 티베리오는 93년 한때 웬만한 고급 음식을 19달러99센트로 즐길 수 있는, 이른바 [윤리 식단](Ethics Menu)이라는 것을 점심때 선보인 적이 있었다. 92년부터 재강화된 미행정부의 공직자윤리규정이 점심 식사는 물론 [20달러(한화 1만5천원)]를 넘는 일체의 향응을 금지 시킨데 따른 고육지책이었다.
이 규정은 [비현실적]이라는 이유로 미관리들의 원성의 대상이다. 대접하고 싶어하는 사람과 대접받기를 원하는 사람이 그럴 듯하게 식사할 수 있는 곳 중에서 20달러 미만의 식단을 가진 음식점을 찾아내 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20달러 규정은 행정부에서 그치지 않고 의회로까지 불길이 번지고 있다. 현재 의회에 계류중인 [로비스트 개혁안]은 의원들이 로비스트로부터 한 회에 20달러, 연간 총 2백달러 이상 넘는 선물 등의 향응을 받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비슷한 관련 법안이 여러가지 있고 또 공화-민주 양당의 정치적 절충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이 법안의 운명자체는 불투명하지만, 미국관리 또는 정치인이 [죄의식 없이] 공짜로 받을수 있는 [눈 먼 선심]의 상한선이 겨우(?) 20달러라는 점이 놀랍다.
20달러 윤리규정이 지켜지는지를 일일이 감시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아무도 보지 않는다고 안심했다가는 큰 봉변을 치르는 것이 미정치문화다. 뉴햄프셔주 출신의 로버트 스미드 상원의원(공화)은 최근 전혀 예기치 못한 구설수에 올라 곤욕을 치렀다. 그는 얼마전 내년의 재선 선거를 앞두고 {기금모금 전문가 1명을 물색해서 의원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달라}는 부탁을 한 선거전문가의 전화자동응답기에 남긴 적이 있다. 미의원윤리법이 공적인 업무만을 수행해야 할 의원 사무실에서는 일체의 선거운동과 관련한 활동을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는 점을 잠시 잊었던 것이다.
이에 대한 해명 압력이 거세지자, 스미드 의원은 {의원 사무실에서 전화한 것이 아니라 공화당 상원 선거운동본부에서 했고 사무실로 곧자리를 옮길 것 같아 그쪽 전화번호를 남겼을 뿐}이라고 변명했다. 이런 지경이니 사무실에서 엄청난 돈을 주고 받는다는 것은 생각도 못할 뿐더러, [보이지 않는 곳]에 있을지 모를 [국민들의 눈길]을 항상 의식해야만 하는 것이다.
미정치인들이 부정을 저지르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까닭은 바로 그들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엄한 눈초리가 있기 때문인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