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파노
<성 스테파노 첫 순교자 축일 강론>(2023. 12. 26. 화)
(사도 6,8-10; 7,54-59; 마태 10,17-22)
“스테파노는 성령이 충만하였다. 그가 하늘을 유심히 바라보니,
하느님의 영광과 하느님 오른쪽에 서 계신 예수님이 보였다.
그래서 그는 ‘보십시오, 하늘이 열려 있고 사람의 아들이 하느님
오른쪽에 서 계신 것이 보입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들은
큰 소리를 지르며 귀를 막았다. 그리고 일제히 스테파노에게
달려들어, 그를 성 밖으로 몰아내고서는 그에게 돌을 던졌다.
그 증인들은 겉옷을 벗어 사울이라는 젊은이의 발 앞에 두었다.
사람들이 돌을 던질 때에 스테파노는, ‘주 예수님, 제 영을
받아 주십시오.’ 하고 기도하였다. 그리고 무릎을 꿇고 큰 소리로,
‘주님, 이 죄를 저 사람들에게 돌리지 마십시오.’ 하고 외쳤다.
스테파노는 이 말을 하고 잠들었다(사도 7,55-60).”
스테파노 순교자는 우리 교회의 첫 순교자라는 점에서
중요한 인물이지만, 충실한 신앙인들이 들어가게 될
하느님 나라와 그 나라의 영광을 직접 목격하고 증언한
첫 증인이라는 점이 더 중요합니다.
여기서 “스테파노는 성령이 충만하였다.” 라는 말은,
그가 순교 직전에 목격하고 증언한 일은, 어떤 환각이나 착각에
의한 일이 아니라, 성령의 인도를 받아서 한 일이고, 하느님께서
내려 주신 계시를 받아서 증언한 일이라는 것을 나타냅니다.
<그의 증언은 ‘구원의 진리’에 속한 증언이라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영광’이 보였다는 말은,
스테파노가 하느님을 직접 보았다는 뜻입니다.
이 말은, 묵시록에 있는 다음 말에 연결됩니다.
“도성 안에는 하느님과 어린양의 어좌가 있어, 그분의 종들이
그분을 섬기며 그분의 얼굴을 뵐 것입니다(묵시 22,3ㄴ-4ㄱ).”
신앙인들이 누리게 되는 행복 가운데에서 가장 큰 행복은
‘하느님을 직접 뵙는 것’입니다.
<우리 교회는 그것을 ‘지복직관’이라고 표현합니다.>
또 하느님 오른쪽에 서 계신 예수님을 보았다는 것은,
예수님이 하느님과 동등한 위치에서 영광을 누리고 계시는 것을
보았다는 뜻입니다.
스테파노가 그것을 증언한 것은 ‘예수님은 하느님이신 분’이라고
믿는 신앙이 옳은 것임을 확증한 것입니다.
‘하늘이 열려 있다.’ 라는 말은, 하느님께서 당신의 나라와
당신의 모습을 스테파노에게 보여 주셨다는 뜻입니다.
스테파노가 순교 직전에 하느님과 예수님을 본 것은,
하느님과 예수님께서 스테파노를 마중 나오셨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마중 나오신 일 자체가
신앙인들에게는 대단히 영광스러운 일입니다.>
이 상황에 대해서, “하느님과 예수님께서는 스테파노가
살해당하는 것을 내버려 두시다가(구경만 하시다가)
죽은 다음에야 마중 나오신 것인가?” 라고 물을 사람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믿음 없는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믿는 우리는, 순교는 억울하게 살해당하는 일이 아니라,
목숨을 바쳐서 신앙을 증언하는 일이고, 하느님과 예수님은
그것을 구경만 하시는 분이 아니라, 신앙인들이 끝까지
신앙을 지키고 증언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힘을 주신다고 믿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라고 약속하셨습니다(마태 28,20).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약속하신 대로 언제나 어디서나 항상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것이 우리의 믿음입니다.
<예수님은 늘 우리와 동행하시는 분, 우리가 아파할 때 우리보다
더 아파하시고, 우리가 슬퍼할 때 우리보다 더 슬퍼하시는 분,
우리가 당신 곁을 떠나도 우리 곁을 떠나지 않으시는 분, 우리가
한눈을 팔아도 우리만 바라보시는 분...>
“그들은 큰 소리를 지르며 귀를 막았다.” 라는 말은,
박해자들이 스테파노의 증언을 ‘신성 모독 발언’이라고 생각해서
분노하면서 말을 막으려고 했고, 스테파노의 말을 안 들으려고
귀를 막았다는 뜻입니다.
스테파노에게 돌을 던져서 죽인 것은,
그를 ‘하느님을 모독한 죄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레위기에 있는 율법대로 한 일입니다.
“주님의 이름을 모독한 자는 사형을 받아야 한다.
온 공동체가 그에게 돌을 던져야 한다. 이방인이든 본토인이든
주님의 이름을 모독하면 사형을 받아야 한다(레위 24,16).”
그런데 당시에 이스라엘은 로마제국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총독의 허락 없이는 율법대로 사형을 집행할 수 없었습니다.
예수님의 경우에는 로마법의 절차대로 진행되었는데,
스테파노 순교자의 경우에는 그 절차가 모두 무시되었습니다.
아마도 총독이 개입하기 어려울 정도로,
거의 폭동과 같은 수준의 박해였을 것입니다.
여기서 ‘그 증인들’이라는 말은,
스테파노를 ‘하느님을 모독한 죄인’이라고 생각하고
남들보다 먼저 돌을 던진 박해자들을 가리킵니다.
겉옷을 벗어 사울이라는 젊은이의 발 앞에 두었다는 말은,
사울이라는 젊은이가 박해자들의 우두머리였음을 나타냅니다.
<‘박해자 사울’은 나중에 ‘사도 바오로’가 됩니다.
스테파노 순교자가 흘린 피가 ‘하나의 밀알’이 되어서
‘사도 바오로’ 라는 열매를 맺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요한 12,24).>
스테파노의 마지막 모습은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의 모습과
비슷하고, 그가 바친 기도도 예수님께서 바친 기도와 비슷합니다.
그것은 스테파노가 예수님을 본받아서
예수님께서 가신 길을 그대로 뒤따라갔음을 나타냅니다.
60절의 ‘무릎을 꿇고’ 기도한 다음에 ‘잠들었다.’는 말은,
기도 자세 그대로 숨을 거두었음을 나타냅니다.
<죽었다고 표현하지 않고 잠들었다고 표현한 것은,
순교자의 죽음은 죽음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의 시작이라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서라고 생각됩니다.>
- 송영진 신부님 -
첫댓글 스테파노가 순교 직전에
하느님과 예수님을 본 것은, 하느님과
예수님께서 스테파노를 마중 나오셨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마중 나오신 일 자체가
신앙인들에게는 대단히 영광스러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