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은 '건강한이세상기금'을 기반으로 저소득 근로자 대상 보철치료 및 치과진료비를 지원합니다. 2012년에는 52명의 저소득 근로자가 치과 치료를 받도록 도왔습니다. 그 중 틀니와 브리지 시술을 통해 치아 건강을 회복하여 식당을 운영 중인 김수연(가명) 씨를 만나 그 간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잃어버린 웃음
터닝 포인트는 깃발 꽂은 마라톤의 반환점처럼 도드라지지 않는다. 때로 불친절하고 불편해서 불안하고 불행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지나보면 다르다. 위기와 기회가 짝패이듯, 뼈아픈 실패와 어려운 선택이 놓인 바로 그 때가 터닝 포인트의 순간이다. 김수연(가명) 씨에게는 지난 2011년이 꼭 그랬다. 내딛는 자리마다 늪이고 또 덫이라서 옴짝달싹하기 어려운 절망의 시절, 그녀는 예상치도 못한 기회와 마주했다.
“… 첫 단추를 잘못 끼워서 그런가. 잘 해보려고 애쓸수록 상황이 나빠졌어요. 식당을 꾸리느라 일수 돈을 얻었더니 아무리 장사가 잘 돼도 남는 게 없더라고요. 원금은 고사하고 이자도 갚지 못해 빚이 불고… 아등바등 애써도 안 돼서 식당을 접었죠. 그러고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불안하고 막막해 하는데 지인이 그래요, 구청을 찾아가보라고. 그 길로 달려가서 상담을 받았는데 놀랍게도 그 순간이 제 인생의 전환점이었습니다.”
사실 브레이크 없이 추락하던 삶이라 별 기대는 없었다. 가난은 나라도 구제하지 못한다는데 무슨 수로 자신을 둘러싼 절망을 몰아낼까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청으로 내달린 건 그것밖엔 할 게 없어서였다. 당장 길거리에 나앉아 끼니를 굶을 판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다만 속엣말이라도 풀어놓으면 좋을 것 같았어요. 숨통이 트여야 뭔가 할 테니까. 아마도 이런 간절함 때문이었겠죠. 그날 만난 담당자가 참 좋더라고요. 이야기도 잘 들어주고 형편을 아니까 푸드 쿠폰도 주고 지원금도 알아봐 주셨죠. 그 중에 가장 고마운 게 아름다운재단과 연결해 준 거예요. 치과 치료비 지원받도록 애써준 거 평생 못 잊어요.”
10년의 치통을 벗다
당시 구청 직원이 김수연 씨의 치과 치료비 지원을 적극적으로 진행했던 것은 첫날의 당혹스런 에피소드 때문이었다. '외도와 폭력을 견디다 못해 이혼했는데 소송비만 5천만 원이 들었다', '과거는 잊고 아이들과 잘 지내려 노력했으나 친정 부모님의 병환과 광우병 사태로 인해 식당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시작할 때 끌어다 쓴 빚을 갚기 위해 남의 식당에서 밤낮으로 일했지만 해결 될 것 같지 않다', '자신은 물론이고 자녀 둘 다 신용불량 상태로 찜질방은 물론 노숙까지 경험했다', '한 시도 놀지 않고 일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수렁으로 빠져드는 느낌이라 앞으로 어떻게 지내야 할지 막막하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는 중에 앞니가 ‘툭’ 떨어졌던 것이다.
“워낙엔 저, 이 튼튼했어요. 한데 매일 사채업자가 와서 돈을 내놓으라고 하니까 그 스트레스를 당해내지 못하겠더라고요. 하나하나 곪더니 10년 지나니까 이가 다 빠져버렸어요. 단 돈 10원도 아쉬우니 병원엔 갈 수 없고 그렇다고 서비스업에 종사하면서 이가 없는 채로 지낼 순 없으니까 그냥 빠진 이를 다시 끼우고 또 끼우면서 살았어요. 이해 안 되죠?”
누가 보더라도 김수연 씨의 치아는 이제 갓 쉰을 넘긴 사람의 치아라고 보기 어려웠다. 미관은 차치하고, 도대체 그 엄청난 치통을 10년 동안 어떻게 참아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발음도 안 되고 마음껏 웃을 수도 없는 불편하고 비굴한 삶은 또 어떻고. 그래서 구청직원은 더 열심히 지원 단체를 물색했고 결국 아름다운재단과 닿았다. 그리고 김수연 씨는 지난 2011년 11월 말부터 2012년 2월까지 꼬박 석 달 동안 치과를 다니며 틀니와 브릿지 시술을 받았다.
“대략 300만 원 들었어요, 정확히는 295만 원! 아무리 생각해도 기적 같은 일이죠. 아름다운재단과 기부자들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거예요. 누가 그런 돈을 주면서 이를 하라고 그러겠어요. 얼마나 고맙고 기뻤으면 아프다는 소리 한 번 안 하고 치료를 받았다니까요. 오라는 날짜, 시간 정확히 맞췄죠. 앓던 이 빠진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도 알았고요, 아주 시원했어요!”
되찾은 웃음으로 살다
치과 치료비 지원은 김수연 씨에게 꽤 생소한 복지였다. 기쁜 만큼 신기했다. 모르는 사람들이 발 벗고 나서서 그 비싼 치과 치료비를 대준다는 게 놀라워서였다. 지난 시간 동안 여러 사람들에게 반복적으로 뒤통수를 맞은 그녀로선 당연한 감정이었다.
“아픈 게 무서워서가 아니라 돈이 무서워서 병원에 못 갔어요. 감기는 약도 안 사먹었죠. 너무 아플 땐 진통제를 먹었는데 나중엔 그것도 말을 안 듣더라고요. 그뿐인가요. 밥도 반찬도 못 씹어서 우울했어요. 이가 아프니까 참… 하지만 누가 알겠어요, 이런 것들을. 사실 곁에 있는 이들도 신경 못 쓰는데… 그래서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이 팍팍해진다 싶었는데 아름다운재단에서 지원을 받다니. 대가를 바라지 않는 누군가의 응원! 참 따뜻했어요.”
낯선 사람들의 도움은 그녀를 변화시켰다. 익숙한 절망 대신 설렘을 불러왔고, 그것은 곧 새로운 식당을 준비하는 동력으로 자리했다. 그리 얻은 긍정적 에너지는 파산신고를 내고 소상공회 대출을 받을 때조차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었다. 아직 2달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러한 행보를 통해 그녀는 이전과 다른 결과를 가질 수 있다고 믿게 됐다.
“2013년 5월, 부평에 작은 식당을 열면서 ‘가장 힘들었던 시간을 기회로 잡았다’고 생각했죠.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생각해 보니까 치아 하나 손봤을 뿐이던 걸요(웃음). 그 하나로 인생에 대한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면 믿으시겠어요? 진짜예요! 자신 있게 웃을 수 있는 만큼 희망이 늘었어요. 고맙습니다. 오복 중 하나를 선사받았으니 앞으로 복 많이 짓고 살겠습니다.”
대한민국농산물요리대전 받은 김수연씨의 상패와 그녀가 조리한 갈낙탕. 새로운 목표를 이루기 위한 지지대가 아닐까.
글 | 우승연
아름다운재단의 사회적 약자 지원영역인 '사회적돌봄'이 바라보는 복지는 "사회로 부터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을 권리"이며, 주거권, 건강권, 교육문화권, 생계권을 중심으로 취약계층의 사회적 안전망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지향을 담은 '저소득 근로자 치과 치료 지원사업'은 스마일재단과 협력하여 저소득 근로자를 고통으로 몰아 넣는 치아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저소득 근로자들이 자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