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풍명월(淸風明月) - 맑은 바람과 밝은 달, 충청도 사람을 일컫는 말
[맑을 청(氵/8) 바람 풍(風/0) 밝을 명(日/4) 달 월(月/0)]
글자 그대로 맑은 바람(淸風)과 밝은 달(明月)은 듣기만 해도 몸과 마음이 시원해진다. 순서를 바꿔 明月淸風(명월청풍)이라 해도 마찬가지인데 휘영청 밝은 달 아래 문객들이 한 자리에 모여 술을 주고받으며 시를 읊는 동양화를 연상시킨다. 주연이라 해도 가무와 기생까지 곁들인 吟風弄月(음풍농월)과는 달리 품격이 느껴지는 자리다.
이런 분위기에서 연유하여 결백하고 온건한 성격을 가진 사람을 뜻하거나 풍자와 해학으로 세상사를 논하는 자리를 의미하기도 한다. 뜻이 명확한 글자의 조합이라 고사가 따르지는 않더라도 처음 사용된 곳은 唐(당)나라 李白(이백)의 시구라 알려져 있다.
詩仙(시선)으로 알려진 이백이 중국 중부 후베이[湖北/ 호북]성의 고적이 많은 지역을 노래한 것이 ‘襄陽歌(양양가)‘다. 성어는 뒷부분에 나오는데 酒仙(주선)의 그답게 술병과 술잔이 등장한다.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은 한 푼의 돈도 안 들지, 옥산이 무너진 것은 남이 밀어 그런 건 아니리라(淸風朗月不用一錢買 玉山自倒非人推/ 청풍낭월불용일전매 옥산자도비인추), 서주의 술 국자와 장사 새긴 술동이, 이백은 그대들과 생사를 함께 하리(舒州杓力士鐺 李白與爾同死生/ 서주표역사쟁 이백여이동사생).‘ 玉山(옥산)은 竹林七賢(죽림칠현) 嵇康(혜강)이 술 취해 자주 넘어진 곳, 舒州(서주)는 좋은 술그릇을 많이 생산하던 지명이다. 鐺은 솥 쟁.
이백은 이전부터 전하는 사람들이 모두 술과 가까웠다며 자신도 술과 벗하고 뉘우침 없이 살아가겠다고 다짐한다. 이백의 양양가는 개작되어 조선 후기에 널리 불리어진 十二歌詞(십이가사)의 하나이기도 하다.
이보다 우리나라 팔도의 별칭으로 泥田鬪狗(이전투구)를 함경도를 나타내듯이 淸風明月(청풍명월)은 맑은 바람과 큰 달처럼 부드럽고 우아한 사람들이 많다고 忠淸道(충청도)를 가리키기도 한다. 鄭道傳(정도전)이 八道(팔도) 사람의 특징을 나타낸 것으로 경상도는 소나무나 대나무 같은 굳은 절개(松竹大節/ 송죽대절), 전라도는 바람 앞의 하늘거리는 가는 버드나무(風前細柳/ 풍전세류) 등이 유명하다.
청풍명월이 뜻도 좋고 어감이 좋아서인지 충북과 충남지역에서 상표 등록을 두고 싸운 적이 있다. 지역 이름이 있다고 한 충북의 주장은 일반의 뜻이 우세하다는 충남의 주장에 밀렸다. 예로부터 충청도 전체를 나타내는 우아한 도민들의 상징이 싸움의 대상이 되어 안타깝게 여겼던 사람이 많았다. 우리나라의 어느 지역에서도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을 즐길 수 있었는데 산업의 발달과 미세먼지의 확산으로 곳곳이 숨 막히니 더욱 그렇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