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평론의 발행인 김종철의 민주주의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땅'과 거기에 깃들어 살아왔던 농민공동체의 문제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가 민주주의에 대한 사유를 펼쳐나가는 게 있어서 가장 중시한 것이 이 땅 위에서 유구한 세월 동안 살아온 인간 삶의 근원적 형식인 농업이고, 이것이야말로 물질대사의 순환을 가능케 하는 근본적 삶의 양식이라고 사유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민중생활이 근본적으로 겨냥하는 것은 생존의 순환적인 지속이다. 따라서 그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 자신의 개인적, 집단적 생존을 가능하게 하는 땅의 보존과 오랫동안 땅을 돌보아온 공동체의 지혜, 이웃과의 협동적 관계와 상부상조, 보살핌과 환대, 고통을 견디는 기술,
그리고 자립적 생존을 위한 토대 중의 토대인 이러한 여러 공동자산이 훼손없이 보존되는 것이다.
지속 가능한 인간과 자연의 공존이 가능한 유일한 방법은 농민공동체를 포함한 풀뿌리 민중들이 근대 문명의 폭압적 침탈 속에서 망각 해버린 공동체적인 삶에 입각한 도덕경제와 자치, 자립의 토대를 복원하는 것이야말로 철저한근본적인(radical) 민주주의의 기획임을 김종철은 혼신의 정열을 다해 역설했다.
그가 풀뿌리 민중의 자치와 관련해서 가장 강조한 것은 친밀성과 유대감에 기초한 공동체적인 삶의 방식으로서의 상호부조와 환대의 윤리였다.
상호부조와 환대의 윤리는 공감능력에 기반한 타자에 대한 감정이입 및 결속감을 의미한다. 자타(自他)의 경계를 허물어 하나가 된다는 것은, 현대식으로 말하면 감정생활에서의 '사회적 공통자본'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땅이 농민들이 공유지라면 환대는 그것이 감정의 형태로 나타난 공통감각이다.
모든 것이 상호 의존의 빈틈없는 관계 속에 존재하는 것일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모두 한 뿌리를 공유하고 있고, 그러므로 본질적으로 만물은 형제라는 관점이야말로 모든 시적 은유의 근거를 형성하는 것이다.
상호 이질적인 사물들 사이에 유사성이나 일치성을 발견하는 능력이 은유적 사고라고 한다면, 은유라는 것은 원래 만물을 하나로, 형제로 보는 마술적 사고 혹은 신비적 직관에 뿌리를 둔 것이라는
이시무레 미찌꼬의 ‘슬픈 미나미따’ 이 소설은 일곱 개의 장으로 나누어져 있고, 각 장은 피해자 개개 인물에 관한 독립적인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지만, 전체적으로 이들 이야기를 꿰뚫고 있는 것은 ''미나미타'의 문명사적·인류사적 의미에 관한 집요한 천착, 근원적인 질문이다.
작가 자신이 태어나 자란 땅의 민초들이 살아온 삶의 방식을 충실히 재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김종철은 인간과 자연에 대한 '깊은 공감 능력'의 문제를 피력했고,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공존을 강조했다.
나와 타자가 생명의 연결망 안에서 감정적으로 결속 되어 있는 공감적 존재라는 사실. 지적, 사회적 협동뿐만 아니라 이러한 감정영역에서의 협동, 즉 공감과 연대감이라는 것.
역시 김종철이 사유하고 실천했던 풀뿌리 민주주의를 살아있게 하는 강인한 상상력의 토대라는 점은 망각될 수 없다
녹색평론 발행인 김종철은 2020년 사망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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