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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은 프리미어리그 이적 직후 흑인 수비수들을 두려워했다.(사진 김재현) |
처음에는 정신이 없었다. 그렇게 한 달을 보낸 것 같다. 입단 계약을 위해 한국에 한 번 들어갔다 왔는데 이제는 조금씩 자리를 잡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컨디션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고 팀 동료들과도 친해지고 있다. 앞으로는 더 좋아질 것으로 믿는다. 다음 시즌부터는 잘할 수 있다.
운동 말고 개인적인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나
3월 말께 아내가 왔다. 혼자 있을 때는 운동 말고는 할 일이 없었는데 아내가 오니까 생활이 한결 나아지는 것 같다. 집에 있을 때는 아내와 함께 음식을 해먹는다. 그동안 지루했는데 정말 다행이다. 아내와 함께 런던에도 한 번 다녀왔다. 같이 지내다 보니 아내가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조금만 있으면 쌍둥이를 보게 된다. 예전부터 음식 때문에 고생한 적은 없다. 해외원정을 많이 다녔기 때문에 외국음식이 낯설지 않다.
지난 1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는데 느낀 점이 있다면
독일월드컵 기간 재활 치료를 받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다시 한 번만 유럽무대에서 뛸 수 있다면 좋겠다고. 미들스브로 이적이 진행되면서는 정작 경기에 나가지 못해도 상관없으니 이 팀에 올 수만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 마음가짐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한국팬들의 기대가 높은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내가 준비됐을 때 좋은 경기 내용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쩌다 우연히 골을 넣는 것이 아니라 완벽하게 준비된 이후 꾸준한 활약을 펼치고 싶다.
부상 전에 결혼했는데 어려움을 이겨내는데 아내 이수진 씨가 어떤 역할을 했나.
아내의 도움이 컸다. 혼자였다면 힘든 상황을 이기지 못했을 것 같다. 아마도 다른 방법으로 어려움을 잊으려 했을 것이다. 2002년 월드컵 때 대표팀 최종명단에서 빠진 뒤 축구선수로서는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했다. 거의 매일 술을 먹으며 방탕하게 지냈다. 시간이 흐른 뒤 몸이 많이 지쳤다는 것을 알았고 다시 컨디션을 끌어올리기 위해 힘든 시간을 보냈다. 아내가 있었기 때문에 지난해의 아픔은 2002년보다는 쉽게 극복한 것 같다. 독일월드컵에 출전하지는 못했지만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영국 생활에 가장 어려운 점을 꼽는다면
언어다. 틈틈이 영어공부를 하며 준비했는데 정작 여기 와서 얘기를 하려니 어렵다. 조금씩 귀가 트이기는 하지만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그래도 분데스리가 베르더 브레멘에 있을 때보다는 낫다. 독일어는 정말 어려웠다.
K리그에서 프리미어리그로 직행했는데
K리그나 프리미어리그나 큰 차이는 없다. 한국선수들의 개인 능력이 이곳 선수들보다 뒤진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체력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그렇다. 다만 집중력과 전술 이해 능력에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공을 사이에 두고 나와 상대 선수가 있다고 치자. 그 공을 차지하겠다는 집념이 프리미어리그 선수들이 더 높다. 투지가 대단하다. 심판들의 호각소리가 뜸하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다. 한국에서는 드리블을 하다가 상대 수비수와 조금만 부딪혀도 심판의 휘슬소리가 울렸다. 때문에 '이 정도의 충돌이라면 심판이 반칙을 불겠지'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데 여기서는 그렇지가 않다. 몸에 밴 습관을 버리기가 쉽지 않다. 심판이 반칙을 좀체 인정하지 않는 편이어서 수비수들이 상당히 거칠다. 한국과 비교하면 프리미어리그는 공격수에게 다소 불리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
상대하기 어려운 프리미어리그의 수비수를 꼽는다면
프리미어리그에 뛰고 있는 수비수들이라면 쉬운 선수는 없다. 키도 나보다 크고 체중도 나보다 많이 나간다. 가슴이 두껍고 거기다 흑인이라면 무서울 때도 있다. 공을 잡으면 발목이나 무릎을 보고 태클을 거는 수비수도 많다. 그런 수비수의 기를 꺾기 위해서는 영리한 플레이를 해야 한다. 지금은 상대 수비수가 누구든 내가 먼저 들어가 부딪치려고 한다. 그들도 사람인데 내가 저돌적으로 부딪친다면 두려움을 느낄 것이다.
최근 컨디션은 어떤가.
좋다. 많이 좋아졌다. 경기를 뛸 때는 몸이 한결 가벼워진 것을 느낀다. 단지 에버튼과의 리저브 경기에서 풀타임을 뛰었는데 한국에서 한 경기를 뛴 것과 비교하면 피로가 상당히 오래가는 것 같다. 다음날까지 근육이 풀리지 않아 고생했다. 훈련만으로 체력을 끌어올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훈련을 아무리 열심히 하더라도 경기를 뛰다 보면 쉽게 피로를 느낀다. 경기를 계속 뛰는데 문제없을 만큼의 몸상태를 유지하는 일이 중요하다.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주로 출전을 기다리는 편인데 어떤 심정인가.
처음에는 꼭 골을 넣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채우고 있었다. 한국에서 팬들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골이라는 생각뿐이었다. 어느 순간 득점기회에서 성급하게 플레이하고 있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한국에서 많은 골을 넣었을 때 어떻게 플레이했는지를 되돌아봤다. 한마디로 쉽게 쉽게 플레이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득점기회가 생기고 골도 넣게 된다. 물론 기회가 오면 골 욕심을 내야겠지만 공격수로서 동료들에게 효과적으로 공을 연결해주는 플레이도 중요하다. 골을 넣기 위해서는 미드필더와 약속된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 동료의 패스가 100% 올 것이라는 믿음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내 움직임에도 차이가 생긴다. 동료들과 손발을 맞출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혹시 미들스브로 동료들에게 싫은 소리를 들은 적이 있나.
있다. 그러나 특별한 내용은 아니다. 공을 빼앗기고 곧바로 수비로 돌아서지 않았을 때 동료들이 내 플레이를 지적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경기할 때나 훈련할 때 동료와 호흡이 잘 맞지 않으면 서로의 플레이에 대해 얘기를 나눈다. 이렇게 해야 프리미어리그 적응기간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로 나쁜 감정이 있어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아니다.
중국 출신 프리미어리거들도 꽤 있는데
예전에 대표팀 경기를 할 때 중국전에서 골을 많이 넣어 그런지 중국팬들이 높은 관심을 보인다. 리티에, 순지하이 등은 청소년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 또 성인대표팀에서 뛰며 여러 번 상대했다. 서로가 서로를 잘 알고 있다. 찰튼에서 뛰고 있는 정즈는 영국에 와서 알게 됐다. 움직임이 괜찮은 것 같다. 좋은 선수다.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중국선수와 한국선수를 비교한다면
이쪽 시각은 한국선수들이 성실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체력적으로 그렇고 실력으로도 그렇다. 한국선수들은 훈련시간 외에도 성실한 면을 꾸준히 보여준다. 이곳 관계자들은 한국선수들이 그라운드 밖에서도 모범적인 생활을 한다고 생각한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뛰고 싶다. 마지막 기회니까. 2010년이 되면 실력과 경험에서 지금보다 더 성장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쉽게 생각할 수는 없다. 지역예선을 통과해야 하는데 아시아 팀들의 전력이 과거에 비해 놀라울 만큼 좋아졌다.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
미들스브로 팬들에게 사인할 때 한글로 하는 이유는 있나.
한국사람이니까 한글로 '동국'이라고 적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또 '동국'이라는 한글 사인이 이곳 사람들이 따라 쓰기 어렵지도 않다. 유니폼에 새긴 'DONG GOOK"이라는 표기는 내가 원했다. 'DONG'이라는 뜻이 이곳 사람들에게 나쁜 뜻으로 쓰인다고 하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내 진짜 이름을 알리고 싶을 뿐이다.
SPORTS2.0 제 50호(발행일 5월 7일) 기사
잉글랜드=김덕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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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껀데요
밖에서도 모범적인 생활을 하는 한국선수!.. 천수야 가면.. 말썽부리지 않길 ㅠㅠ
동국선수 화이팅 !!!
역시 영리해! 훌륭해 본받을만해!
역시 영리해! 훌륭해 본받을만해!
멋지다... 담시즌엔 뭔가 확실히 보여줄거같다...
내년에 거침없이 발리슛!!! o.k?
왜 자꾸 중극이랑 비교할까 .. 암튼 담시즌 ㄷㄷㄷ 모드되시길 !
Dong ㅋㅋㅋㅋㅋ 그 곳 사람들에겐 변 으로 인식되죠.
쌍둥이 아부지~ 마인드가 됐구랴~^^
당분간 이런 정통 스트라이커는 나오기 힘들다. 미들쪽에 자원은 몇명 있지만~ 얼른 황선흥-이동국-? 이어지는 정통스트라이커 보고싶다.
덩팡져우 어떻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d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