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서 죄송합니다..^^;;
열여섯 왕후, 마흔살 왕에게 시집오다
"소인을 살려주십시오! 부디- 살려주십시오!"
온 몸이 시퍼런 반점으로 뒤 덮은 궁녀들은 하나같이 살려달라 부르짖었다.
그러나 관리들은 냉정하였다. 그들의 간청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차가운 땅 속으로 내던졌다.
"이제 묻어라!"
상관이 관리들에게 명하였다. 관리들은 궁녀들이 내던져진 땅 속으로 모래와 흙 더미를 삽으로
퍼던졌다. 궁녀들의 울음소리가 궁안밖을 울리었다. 그때였다. 그 곳을 지나던 세자의 모습을
흐릿하게 본 동궁소속이었던 한 궁녀가 있는 힘을 다해 땅 속에서 올라와 은호의 다리를
붙잡고 매달렸다.
"소인을 살려주시옵소서! 살려주옵소서! "
"넌 향월이가 아니더냐? 허,헌데 얼굴이-? "
그 궁녀가 은호를 붙잡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상관이 은호에게 부복하여 아뢰었다.
"이 아이는 전염병을 앓고 있나이다. 하여 최고상궁의 명을 받아 병에 걸린 아이들을 묻고 있소이다. "
"병에 걸렸으면 나라에 알릴 일이지, 어찌 그냥 생매장을 하는 거요? 음, 아니 중전마마께는
이 사실을 고하였소? "
"아직 고하지 않은 듯 싶었습니다."
"내가 중궁전으로 가던 길이니 내가 고하도록 하지. 그리고 저 아이들은 잠시 살려두시오.
사람을 죽이는 일을 그리 함부로 해서야 쓰나. 그럼- "
상관은 두 손을 모아 큰 절을 올렸다. 그리고 멀어져가는 은호를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중전마마, 세자저하 드시었습니다."
음화의 들어오란 반가운 소리가 방안에서 들려올 무렵 방문이 열렸다. 은호는 방안으로 나아들어갔다.
"문후 드리옵니다."
"절은 되었습니다. 어서 오세요. "
음화의 얼굴에 웃음이 활짝 피었다. 은호도 덩달아 함박웃음을 지어보인다.
그들은 이전보다도 훨씬 다정해져 있었다. 수줍어하는 아름다운 학 한쌍을 보는 듯 하다.
"문제가 생겼나이다."
"문제?"
은호는 다과 하나를 집어 입 속으로 가져갔다.
"궁 안에 전염병이 돌고 있다 하옵니다."
"전염병? 그 아주 큰 일이 아닙니까?"
깜짝 놀란 음화가 두 손을 보들보들 떨었다.
"하오니 즉시 봉오를 쳐 궁안 사람들을 대피시키셔야 하옵니다."
-봉오: 윤호국에서 큰 일이 났을 때 치는 종
"그리되면 병에 걸린 사람은 어찌 되옵니까?"
"그 병의 상태에 따라 의원들로부터 치료를 받게하는 경우가 있고, 그대로 죽이는 경우도 있소."
음화가 고개를 끄덕이며 판내시부사로 하여금 봉오를 치도록 명하였다.
궁안에는 봉오종의 우람한 소리가 가득 울리었다.
"궁안에 전염병이 돌고있소! 왕자,공주를 포함한 모든 궁인은 서둘러 궁 밖을 빠져 나가라는
중전마마의 분부요!"
이에 모든 비빈을 포함한 왕자,공주가 궁을 빠져나가 피신하였다.
"정상궁, 내 사가로 피신할 것이니 그리 알거라, 그러니 넌 세손을 잘 호위하여 피신시키라!"
궁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이 동궁이라 전갈도 가장 늦게 받은 터라 빈궁의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서있었다. 짐을 꾸리는 빈궁의 이마는 짜증으로 뒤덮힌 듯 찡그려진 지 오래였다.
짐을 싸자마자 부랴부랴 빈궁은 연에 올라탔다. 어린 아들이 어찌 되든 상관이 없는 모양이었다.
음화 또한 명조와 은호를 따라 궁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거처를 마련하였다.
명조의 사촌 아우인 연오대군이 생전에 살았던 처소인지라 궁안과 거의 다를 바가 없이
넓고 우람하였다.
"병에 걸린 자들은 의원을 보내어 치료토록 하시오."
"중전마마의 뜻에 따르겠소이다!"
피신을 하였지만 마음까지 놓고 쉴 수는 없었다. 수시로 궁내상황을 살펴야 했고,
피신한 비빈들을 살펴야 했으며 왕자와 공주의 상태를 보아야 했으므로 음화가 국왕인 명조보다도
바쁜 나날을 보내었다.
그런 나날 속에서 불행은 찾아왔다.
"중전마마! 크,큰일이 났사옵니다!"
"무슨 일이냐? 큰 일이라니? "
불행을 예감한 듯 음화의 고운 살깃이 부르르 떨려왔다.
목이 매여 말을 잇지 못하는 어린 궁녀는 울먹이며 힘겹게 아뢰었다.
"세,세손아기씨께옵서- 아기씨께옵서- 위독하다 하옵니다!"
"그,그 무슨 말이냐? 세손이 위독하다니? 분명 무사히 피신을 하였다 하지 않았더냐?! "
이제 8살 된 아이였다. 총명하고 의젓하며 언제나 눈이 초롱초롱하게 빛나던 순수한 아이였다.
음화를 친누이보듯 잘 따라주던 아이였다. 음화는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시각을 지체할 여유가 없다. 어서 채비를 하거라!"
곧 마당에는 세 대의 연이 대령되었다. 명조와 음화, 그리고 은호는 서둘러 연에 올라탔다.
세손이 피신해있다는 명조의 사가인 정묘당에 다달았을 무렵-
"세손마마! 아이고- 아이고- "
사람들의 울부짖는 목소리가 음화의 귀를 울리었다. 은호가 먼저 방안을 뛰어들어갔고,
이어 명조와 음화가 들어갔다.
온 몸은 지난번 보았던 향월의 모습같이 시퍼런 얼룩으로 뒤덮혀 있었다.
음화는 쓰러지듯 업드려 통곡하였다. 총애하던 친 외손자를 잃은 명조는 가슴죽지를 주먹으로
때리며 원통함을 표하였다. 그러나 그 슬픔이 아비의 슬픔을 비할 수는 없었다.
"세,세자저하! "
얼룩진 세손의 뜨거운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비비며 하염없이 눈물을 떨구었다.
"어린 것이 무슨 죄란 말이냐- 차라리 제가 죽겠소. 이 아이만은- 살려주시오! 제발- 으흐흑-! "
은호는 자신의 목소리가 하늘에까지 미치도록 외치고 또 외치었다.
"주,중전마마, 정신이 드시옵니까?"
한숨을 푹 잔 듯 개운한 느낌을 느꼈다. 그러나 마음 한 구석이 자꾸만 아려왔다.
"어찌된 것이냐-?"
"쓰러지셨나이다. 주상전하와 세자저하 또한 쓰러지시어 치료를 받고 계시옵니다."
명조는 허한 몸을 이끌고 조회에 나아갔다. 세손의 뒷일을 위해서라도 힘을 내야 했던 것이었다.
신하들이 모두 자리에 일어나 명조를 맞았다.
첫댓글 잘봤습니다~ㅋㅋㅋ
늘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읽어주세요~
빈궁머야.....지아들은 어찌되도 상관없다는거야??
^^ 감사합니다.
글씨 안보이는데요..
아,수정을 하였답니다. 글씨크기를 8pt로 해놓아 읽는 데 불편함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